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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18. 2023

모든 것이 글감이거나 아무것도 아니거나

나와 내 삶과 타인과 세상을 위하여


의자는 글감입니다. '앉는다'는 개념에서 '모든 사람을 품는 존재'로 도약하면 됩니다. 숟가락은 글감입니다. '밥을 떠먹는 도구'라는 개념에서 '차별하지 않는 선함'으로 확장하면 됩니다. 비는 글감입니다. '날씨와 구름'이라는 개념에서 '눈물'로 달리 보면 됩니다.


첫째, 다르게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쓰는 힘을 막습니다. 둘째, 저기 글감이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있다고 생각하고 봐야 보입니다. 셋째, 일반화 보편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나한테만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작가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글감으로 보는 작가. 그리고, 어느 곳에서도 글감을 보지 못하는 작가. '저런 건 글감이 되지 못해'라고 생각한 대상에 대해 훌륭한 글을 쓴 작가들이 많습니다. 지금 당장 무엇을 떠올리든 그것을 글감으로 하여 참한 글을 쓴 작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것이 글감이라 했습니다. 기쁨과 행복, 환희와 전율도 글감이 되고요. 슬픔과 불행, 상처와 아픔, 고통과 좌절과 절망도 글감이 됩니다. 제가 작가라는 직업이야말로 최고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온갖 부정적인 사건과 감정들조차 글감으로 승화시킬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가요!


오래 전 사업 실패하고 절망 속에 빠져 있을 때, 저는 아픔을 아픔으로만 여겼습니다. 감옥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내가 겪는 고난이 사실은 엄청난 글감이 될 수 있는 것이구나' 깨닫게 되었지요. 그 후로는 아픔을 '느끼기'보다 아픔을 '쓰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저는 분명 시련을 썼는데, 독자들은 저의 시련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가졌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말했습니다. "개인적인 상처와 아픔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있는가"라고요.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할 거라는 걱정과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수많은 독자들이 제 글을 읽고 다시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지요. 


살다 보면 온갖 일 다 겪게 마련입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겠다 싶을 만큼 처절한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싶을 만큼 분노가 폭발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다 겪는 일입니다. 글 쓰는 사람은 그 온갖 경험으로부터 아름다운 메시지를 뽑아내는 방직공과 같습니다. 


다르게 보는 눈. 달리 해석하는 힘. 상처와 아픔이 순식간에 용기와 희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면 가장 먼저 내 삶이 변화합니다. 아울러,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삶도 좋아지기 시작하고요.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이토록 아름다운 행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업신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 많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면서도 지적질하기 바쁘지요. 여러 가지 도구를 마음껏 이용하여 무엇이든 만들어 보라고 하면, 당연히 아름답고 예쁜 것을 만들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 모든 것들을 이용하여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작가라는 업을 선택한 이들의 소명이겠지요. 


무엇을 보든 좋은 점과 아름다운 부분을 찾아 보자고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사물과 사람과 풍경과 사건을 행복한 무엇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내 안에 좋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가득하면 됩니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강연을 듣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말을 하면 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무엇이 있는가 살피는 정성입니다. 아무렇게나 표정을 짓고 툭툭 말을 던지고 잡생각에 시간을 소모하는 일 없어야 하겠습니다.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습하고 훈련해야 합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은 연습을 통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더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지길 기대해 봅니다. 


험담, 욕설, 잔소리, 지절질, 비난 등 내 머리와 입에 걸레 같은 생각과 말이 엉켜 있다면 글을 쓰기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생각만 하겠다, 좋은 말만 하겠다, 좋은 글만 쓰겠다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강의 시간에 단 한 마디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말도 용납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사회 불만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입만 떼면 욕설이고 사람들 모였다 하면 다른 사람 흉이나 보고 무엇이 됐든 삐딱한 눈으로만 보았습니다. 삶은 점점 엉망이 되었지요. 다시는 그런 인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모두가 품고 있는 예쁘고 아름답고 근사한 가치만 보려고 노력합니다. 제 삶이 가장 먼저, 좋아졌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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