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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18. 2023

책쓰기는 꽃을 피우는 일

나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믿는 마음


뿌리에서부터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합니다. 태양과 바람과 비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줄기로 잎으로 수분과 영양분을 전달합니다. 잠시도 쉬지 않습니다. 땅에다 씨앗을 심은 후, 그것이 자라나는 모습을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보면 감동적입니다. 그렇게 일정 기간 성장한 후에는 드디어 꽃을 피웁니다. 꽃의 모양과 색깔은 가지각색입니다. 


같은 종의 꽃도 그 모양과 크기와 색이 다릅니다. 세상 모든 꽃 중에서 어느 하나 똑같이 생긴 꽃이 없습니다. 꽃 피는 시기도 다르고, 꽃 피는 지역도 다르고, 꽃에서 나는 향기도 다릅니다. 각자 이름이 다 있고, 꽃말도 있습니다. 약재로 쓰이는 꽃도 있고, 관상용도 있고, 사람에게 독이 되는 꽃도 있습니다.


마음 울적한 사람이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화가 난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면 화해를 할 수 있습니다. 생일이나 축하할 일 생겼을 때 꽃은 좋은 선물이 됩니다. 행복한 자리에는 항상 꽃이 있습니다. 식당에 꽃이 있으면 분위기 좋게 식사할 수도 있습니다. 꽃 축제도 많습니다. 졸업과 입학에도 꽃은 빠지지 않습니다. 


책 쓰는 일이 꽃을 피우는 일과 닮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첫째, 부지런해야 합니다. 멈춤이 없어야 하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써야 합니다. 꽃은, 하루 정도 그냥 쉬거나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둘째, 설레발 치지 말고 묵묵히 써야 합니다. 꽃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고요히 자신의 몫을 다합니다. "핀다"고 설명하지 않고, "꽃피운 자신"을 그저 보여주기만 할 뿐입니다.


셋째, 비교하지 않습니다. 내가 더 예쁘다 녜가 더 아름답다 따지지 않습니다. 오직 자신의 모습으로, 있는 그대로 살아갑니다. 넷째, 불평이나 불만 따위 없습니다. 키가 작다고, 색이 옅다고, 향기가 덜하다고, 화려하지 않다고, 이름이 별로라고, 그 어떤 꽃도 자신의 모습에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꽃 피는 시기가 다릅니다. 조급해 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피는 시기를 알고 있습니다. 다른 꽃들이 다 핀다고 해서 주눅들지 않습니다. 때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여섯째, 내려놓을 줄 압니다. 꽃이 피어 있는 시간을 짧습니다. 결국은 잎을 떨어트리고 사라집니다. 다음 해가 되면 또 새로운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8년 동안 여덟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일 년에 한 송이씩 꽃을 피운 셈입니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글을 썼는가 자문합니다. 불평하지는 않았는가. 불만을 가진 적은 없는가.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묵묵히 내 할 일을 다 하였는가. 나 자신에게 물어 봅니다. 작은 꽃 앞에서 저는, 자극과 동기를 부여 받고 다시 결심을 하게 됩니다. 


다른 작가들과 비교하지는 않았는가. 조급한 마음으로 급하게 쓴 적은 없는가.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꽃을 보러 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하지는 않았는가. 잎을 떨구고 꽃이 지는 순간에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었는가. 내 책이 가진 아름다움에 당당할 수 있었는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수분과 양분이었습니다. 매일 블로그와 일기와 메모를 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세상으로 전하기 위해 노력했지요. 꽤 많이 쌓이 글 중에서 참하다 생각되는 몇 편을 골라 카테고리를 정하고 흐름에 맞게 정리합니다. 볕과 바람 좋은 날, 저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틔웁니다. 


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기 위해 피는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기 위해 피는 것도 아닙니다. 비싼 값을 받기 위해 피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 때문에 피어야 하는가 고민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필 것인가 궁리하지 않습니다. 꽃이 피는 이유는, 자신이 꽃이기 때문입니다. 


왜 작가가 되었는가. 질문 받은 적 많습니다. 왜 직장인이 되었는가, 왜 사업가가 되었는가, 이런 질문들에 비해서 좀 더 근사하고 멋진 대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왜 작가가 되었는가 묻는 것은 꽃에게 가서 왜 꽃이 되었는가 묻는 질문에 다름 아니란 사실을요. 


이제 저에게 왜 작가가 되었는가 혹은 왜 강연가가 되었는가 묻는 질문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작가였고 강연가였습니다. 그것이 제 삶이니까 그냥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것이지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도 의식하지 않습니다. 하는 일을 좋아하고 하는 일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전부입니다. 


꽃을 피운다는 건 의미 있고 가치로운 행위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자신이 꽃을 피울 수 없는 사람이라는 좌절과 절망 속에 살아가는 이도 있고, 자신이 꽃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이도 많습니다.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가 내 안에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시기는 모두 다를 수 있지만, 반드시 꽃을 피우게 될 거라는 확신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품고 살아갑니다. 그 이야기가 바로 씨앗입니다. 용기와 확신이라는 태양과 바람과 비를 맞고 싹을 틔우는 것이죠. 


이야기는 재미와 감동과 교훈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꽃은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나의 삶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아름다움과 향기를 전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봄에는 벚꽃을, 6월에는 장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지요.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꽃이라는 사실만 인정하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때를 기다리는 사람 많습니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 한 순간도 멈춰 있지 않는 꽃을 생각하면, 오늘도 내 할 일을 다 해야겠다는 각성을 하게 됩니다. 꽃은 그렇게 우리에게 많은 진실을 알려줍니다. 책쓰기는 꽃을 피우는 일과 닮았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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