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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an 03. 2024

나는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담금질


아버지와 어머니는 저를 "오냐오냐, 토닥토닥" 키웠습니다. 두 분 맞벌이 하셨거든요. 집에서 함께 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무런 아쉬움 없었는데도, 두 분은 부모라는 심정 때문에 늘 제게 미안하다 말씀하셨지요. 기를 꺾거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늘 고개를 끄덕이며 저를 보호했습니다. 


시련과 고통을 만났을 때, 저는 무기력하게 무너졌습니다. 오냐오냐, 토닥토닥이 아닌 차가운 세상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스팔트 위에서만 운전을 배웠던 저는 비포장 빗길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원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비닐하우스 안에서 따뜻하고 안락하게 자란 존재는 거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배웠던 것이지요. 시련과 고통에 무기력하지 않도록 충분히 단련하면서, 사람은 그렇게 살아야 했던 겁니다. 


수치와 모욕 당할 만큼 당했습니다. 손가락질도 받았습니다. 희망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시커먼 인생 살았습니다. 오냐오냐 토닥토닥 아예 없는 냉혹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습니다. 


신은 제게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혹독한 연습과 훈련을 시켰지요. 그제야 저는 저 자신에게 일어설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녹록하고 포근한 인생 사는 동안에는 모든 세상이 저를 위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로 뭔가를 배울 필요가 없었습니다. 바보로 살았던 거지요. 


개고생을 하면서 알았습니다. 인생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말이죠. 사람과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냉정한지, 그러니 나 스스로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지. 힘들게, 힘들게, 힘들게 살았지만, 저는 그 시간들이 하나도 아깝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습니다. 온몸에 근육이 짱짱하게 붙었으니 운동했던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게 당연하지요. 


저는 지금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 과거에 고난을 통한 담금질 없었더라면 또 무너지고 말았을 겁니다. 하지만, 버티고 있습니다. 지금도 버티고 있고 앞으로도 버텨낼 겁니다. 새해 첫 날이 밝는 순간까지도 아무 일 없었는데, 하루 이틀만에 모든 상황이 바뀌어버렸습니다. 


10년 동안 마음 공부를 했음에도 아직 삶이 주는 문제 앞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끊은 지 4년이 넘는 술 생각이 나기도 했고, 모든 현실에서 눈을 돌려 도망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운을 차리기도 합니다. 제가 읽은 수많은 책 속 주인공들의 영혼이 온통 주면을 감싸며 호통을 치는 듯합니다. 


결론을 내렸지요. 나는 또 더 강해지겠구나! 열두 번의 고통을 통해 충분히 강해졌음에도 아직 더 강해질 힘이 내게 남아 있는 모양이구나.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번 시련이 지나고 나면 저는 또 새로운 존재가 될 겁니다. 뜨거운 불과 망치질, 얼마든지 견뎌내겠다 다짐해 봅니다. 


아버지는 산에 가고 싶다 하십니다. 약속했습니다. 제가 꼭 그렇게 만들어드리겠다고요.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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