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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an 04. 2024

글 쓰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한 꿈이라면


글을 쓴 덕분에 다시 살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냥 '좋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듭니다. 치유의 글쓰기, 자기 표현, 소통의 도구, 수익 창출, 마케팅과 브랜드 등 수많은 장점과 강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글쓰기가 가진 모든 것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큽니다. 기록이자 역사이며 인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은 만큼 세상 사람들 모두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자이언트 북 컨설팅]을 설립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586명의 작가를 배출했지요. 경이적인 성과임이 분명하지만, 글 쓰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모자랍니다. 


앞으로 10년 더 한다 해도 2천 명 만들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작가 배출 2천 명이라 하면 놀라 자빠질 성과이겠지만, 글 쓰는 세상을 만들기에는 점 하나에 불과한 정도입니다. 큰 꿈을 안고 살아가지만 현실에 비하면 제 힘이 미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끝내 제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계속할 것인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단연코 예스라는 답을 망설임 없이 내놓습니다. 이루지 못할 걸 뻔히 알면서도 저는 왜 이 꿈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길이 만만하고 평탄한 것도 아니고, 제 모든 것을 바쳐야 하며 매 순간 온갖 상처를 받아가면서도 굳이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첫째, 한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과거 저는 누군가를 돕는다거나 타인이 삶에 관여한다는 사실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저 나 자신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글 쓰면서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낍니다. 


둘째, 고개를 숙인 채 살아가던 사람이 자신의 삶에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그 모든 과정에서 희열을 느낍니다. 자신의 삶이 보잘 것 없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프고 힘듭니다.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 존재 가치를 느끼는 것이죠. 


셋째,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바꿀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 한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는 기적을 전해줄 수 있는 것이죠.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꿈을 이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꿈에 한 발짝 다가서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10년간 열심히 살았습니다. 꿈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갈길은 멀고, 어쩌면 도착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제 삶은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이루지 못할 꿈이라는 생각에 도전을 포기했더라면 지금쯤 제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대학에 합격한다'는 목표만 중요시하고 다른 모든 과정을 오직 목표 달성 여부에만 맞춰 평가를 하니까 공부가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 되는 것이죠.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게 훨씬 가치 있는 일일 텐데 말이죠. 


꿈과 목표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목표 지상주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과만 놓고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만 합니다. 책 출간하는 것도 좋지만, 오늘 한 편의 글을 쓰는 과정이 훨씬 소중해야 합니다. 돈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오늘 땀 흘려 일하고 의미와 가치 있는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겠지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현실을 모른 채 이상적인 말만 한다고 면박을 주는 사람 있는데요. 다시 한 번 잘 판단해 보시길 바랍니다. 현실만 추구하는 사람들보다 이상 추구한다는 제 삶이 현실적으로 더 좋아졌습니다. 이상이 아니라 본질이라는 뜻입니다. 이제는 고개를 돌려서 자신과 삶의 본질을 직시하는 용기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새해 목표 세운 사람 많을 겁니다. 정성 다해 앞길을 설계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고 아름답습니다. 허나, 오늘을 헛되이 보낸다면 그 좋은 목표 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과정을 소중히 여겨야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설령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는다 하더라도 이미 과정에서 충분한 가치를 얻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내 이름으로 책은 출간하고 싶은데 매일 글 쓰는 건 싫다!"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정작 스스로 이 말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본 적 없습니다. 다들 "글 쓰고 싶은데 힘들어요!"라고만 말합니다. 진짜와 진실과 속마음과 본질을 깊숙히 푹 찔러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만 뱅뱅 도는 현상이 생겨난 이유가 바로 결과에만 치중하는 탓이죠.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나는 왜 글을 쓰려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오늘 한 편의 글도 쓸 수가 있습니다. 


글 쓰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큰 꿈을 안고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씁니다. 미약하기 짝이 없는 작은 한 걸음을 죽는 날까지 내디디려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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