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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an 04. 2024

독자가 먼저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주는가


독자 없으면 작가는 글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글을 쓰는 거라면 일기로 충분합니다. 문법, 문장력, 어휘력, 구성 등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지요. 독자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공부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죠. 듣는 사람 없으면 말할 필요 없고, 읽는 사람 없으면 글 쓸 가치 없습니다. 항상 독자가 먼저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초보 작가들은 독자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할까, 인정과 칭찬 받을 수 있을까, 책 써서 성공해야지,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자기 중심의 글을 써서 독자들로 하여금 읽어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입니다. 


독자의 고민과 문제는 무엇인가. 그와 관련 있는 나만의 경험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나는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그래서 어떤 도움을 주려 하는가. 그들이 어떻게 달라지길 기대하는가.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쓰고 있는가.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게 맞긴 한가. 작가는 이런 고민을 매 순간 끝도 없이 해야만 합니다. 


수요일 밤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77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수업 125기, 1주차" 함께 했습니다. 오전 10시에 124기 수업으로 2024년 책쓰기 정규과정을 본격 시작했습니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글 쓰는 삶을 나눌 겁니다. 더욱 새로운 내용으로, 더 쉽고 알찬 수업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첫 수업에서는 독자에 관한 이야기 강조했습니다. 글 쓰기가 어렵고 힘들다 하는 사람 중에는 독자를 놓친 경우 많습니다. 작가 자신에게 초점 맞춘 글은 쓰기가 어렵습니다. 독자 돕겠다는 마음으로 글 쓰면 한결 수월합니다. 내 돈 벌기 위해 막노동 하면 힘들지요. 폐지 줍는 할머니 리어카 밀어드리는 것은 훨씬 수월합니다. 마음가짐이 고통을 좌우합니다. 


새해 시작하는 수업인 만큼 함께 하는 수강생들 표정에 열정과 의지 가득합니다. 작심삼일 되지 않도록 그 열정과 의지 꾸준히 이어가길 빕니다. 저 또한 우리 수강생들 지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강의해야겠지요. 


정초부터 심란하고 힘든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빨리 끝날 문제도 아닌 듯합니다. 좋은 일 있다고 방방 뛸 것도 아니고 나쁜 일 생겼다고 풀 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 건강 문제는 딱 부러지는 답이 없고, 생로병사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입원실 한쪽에서나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글 쓰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 잘 될 거라는 막연한 긍정도 별 도움이 되지 않고, 힘 내라는 수많은 이들의 응원도 허공을 가릅니다. 하지만,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면서 마음 따뜻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문제가 빨리 해결될 거라는 어리석은 희망 따위 갖지 않습니다. 제가 안고 가야 할 문제이고, 제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분명한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이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는 또 거듭나고 단단해질 거란 사실이지요. 사람들이 곁에 있어주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글을 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힘든 시간 겪고 있는 분들 있지요? 무슨 말로 위로를 전해도 별 도움 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압니다. 같이 아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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