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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an 05. 2024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기

대화와 소통의 기본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엄마가 묻습니다. 오늘 어땠어? 이 때 아이의 대답이 무심하다면 엄마는 속이 상합니다. "뭐, 그냥 좋았어." 그러고는 자기 방에 들어가면서 문을 쾅 닫아버리는 것이죠. 사춘기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이가 엄마와 대화하기를 거부한다는 사실에 엄마는 상처를 입게 됩니다. 


물론, 아이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미주알 고주알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참 좋지 않겠습니까. "그냥 좋았어"라는 말은 좋았다는 사실을 말한다기보다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소통의 거부이자 단절이지요. 엄마가 무슨 아이 비위 맞추는 존재도 아니고 말이죠. 


대화의 기본은 구체성입니다. '형태를 갖추다'라는 뜻이죠. 오죽하면 육하원칙이란 게 다 나왔겠습니까.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가. 이런 내용이 모두 담겨야 원활한 대화와 소통이 가능합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감정에 따라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듣는 엄마 입장에서는 서운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목요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136명 예비 작가님들과 제 173회 "이은대 문장수업" 진행했습니다. 문장수업은 우리 작가님들이 쓴 초고 일부를 발췌하여 실시간으로 윤문 및 교정 교열 시연하고 해설을 덧붙이는 강좌입니다. 이른바 '라이브 퇴고'인 셈이죠. 글쓰기 공부를 하는 데 있어 더 없습니다. 


이번 문장수업에서는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기"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그냥 좋았어"라고 대답하듯이 글을 써서는 안 됩니다. 명확하게 무엇이 어떠했는가 구체적으로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초보 작가들이 많이 쓰는 표현들이 있지요. "힘들었다. 아팠다, 괴로웠다, 슬펐다, 우울했다, 기뻤다, 행복했다, 불행했다" 등등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어휘인데요. "힘들었다"는 말은 한 마디로 퉁치는 표현입니다. "영하 8도 추위에 겉옷 한 장 걸치고 왕복 한 시간도 더 걸리는 마트까지 장을 보러 걸어서 다녀왔다"고 쓰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작가가 힘들었다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힘들어야 합니다. 독자는 작가의 설명을 듣기 위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독자 스스로 느끼고 간접체험을 하기 위해 독서하는 것이죠.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팩트 그대로 서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고요. 둘째, 아울러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합니다. 구체적 서술에만 집중하면 의미 없는 수다 떨기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메시지에만 집중하면 스토리 없는 설명식 글이 될 가능성이 크지요. 


어렵지만 둘 다 해야 합니다.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서술하는 실력!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인생 메시지를 연결하는 힘! 이 두 가지 실력을 갖추고 쓰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글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냥 되는 대로 막 쓰는 것과 하나씩 배우고 익힌 내용을 적용하면서 쓰는 것. 시간이 흐르면 엄청난 차이가 있겠지요. 저는 '닥치고 쓰기'를 권합니다. 동시에, 꾸준히 배우고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바빠 죽겠는데 언제 공부하고 글 쓰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바빠 죽겠는데도 공부하고 글 쓰니까 실력이 느는 겁니다. 


책을 출간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인생 메시지를 전해주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일입니다. 가치!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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