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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an 08. 2024

글을 쓰고 있다고 해서 쉬운 건 아니다

작가, 절박한 심정으로


10년째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책도 여덟 권 출간했습니다. '글쓰기/책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586명 작가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은대=글쓰기"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루에도 여러 차례 글쓰기/책쓰기 관련 상담을 하게 됩니다.


상담을 청하는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합니다. 글 쓸 시간이 없다는 고민부터 주제, 분량, 구성, 글감 등 많은 초보 작가들이 막막해하는 내용들이죠.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제 경험을 최대한 자세히 풀어서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글 쓰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제 삶의 동행이 많아진다는 뜻이니까요. 그 만큼 저도 든든해집니다. 


어제 K와 통화했습니다. 제 수업을 들은 지 3년이 넘었고, 이미 책도 출간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첫 책 출간 이후로 글을 전혀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매달 강의를 꾸준하게 듣고 있어서 언제든 다시 쓸 거라 믿고 있습니다. K는 제게 물었습니다. "대표님은 어쩜 그리 글을 술술 쉽게 잘도 쓰시는 건가요?"


매일 글을 쓴다고 해서, 글을 많이 쓴다고 해서, 책을 여러 권 출간했다고 해서, '글쓰기'를 가르친다고 해서, 글을 쉽게 쓸 거라는 짐작은 착각입니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이 글 쓰기가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평소 어떻게 글을 쓰는지 공유합니다. 


첫째, 매일 책을 읽습니다. 제 경험과 비슷한 내용이 나오면, 작가가 어떤 식으로 메시지를 연결했는가 유심히 관찰합니다. 저만의 메시지와 연결할 수 있는가 메모하고 낙서하면서 스케치를 합니다.


둘째, 일상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일 중에서 인생 이야기로 이어질 만한 것은 없는가 살핍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전화로 "사는 게 힘들다"라고 말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럴 때 저는, 누구나 자기만의 고통과 시련이 있는 법이구나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런 다음, 혼자만 아픈 것이 아니니까 힘 내라는 식의 메시지를 만들어 글을 씁니다. 


셋째, 제 업의 분야가 '글쓰기/책쓰기'이다 보니 상당 부분 관련된 쪽으로 생각이 흐릅니다.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말을 책도 고루 읽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연결하고, 무슨 일이든 끝까지 참고 버텨야 한다는 말을 글도 끝까지 매듭짓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연결합니다. 각자 자신의 업을 기준으로 모든 일상을 연결하다 보면 글감 찾을 수 있습니다. 


넷째,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맞게 되면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연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인생이든 글이든 부정적인 생각으로는 뭘 해도 소용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좋은 쪽으로 생각을 바꾸려고 애쓰다 보면 글도 참하게 쓸 수가 있습니다. 


다섯째, 강의할 때는 죽었다 깨도 수강생만 생각하고, 글 쓸 때는 천지가 개벽을 해도 독자만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나의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자에게는 별 도움도 되지 않는 글을 쓰면서 저 혼자만 취해 있는 경우 많았습니다. 타인을 위한다는 생각을 할 때 비로소 진짜 내 이야기가 나옵니다. 


위 다섯 가지 방법뿐만 아닙니다. 밥 먹을 때도 글 생각하고, 똥 쌀 때도 글 생각하며, 잠잘 때도 글 생각합니다. 가끔은 저도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글감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때는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 한 편의 글을 다 쓰고 읽어 보면 엉망일 때도 있고, 독자들로부터 악플 받고 심란할 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매일 글을 쓰는 것은, "글이란 것이 누군가를 돕는 역할을 하는 매개"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독한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감옥에서 처음으로 책을 읽었고요. 그때 읽은 책 내용 덕분에 다시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에게는 글과 책이 생명의 은인인 셈이죠. 


제가 쓰는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혹여 다시 살아야겠다 용기와 희망을 얻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힘들고 어렵다 느낌 들다가도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인생역전? 돈벌이? 베스트셀러? 글쎄요. 저는 그런 광고들이 '글쓰기/책쓰기'의 가치를 저급하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위하고 사람을 돕는 글. 그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깨우치고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책. 우리, 그런 글과 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글 쓰기 힘듭니다. 글 쓰려고 술까지 끊었는데, 술 끊고 나니까 더 쓰기 힘듭니다. 그래도 계속 씁니다. 제 글을 기다리는 독자를 위해.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좌절과 절망 속에서 술만 퍼마시고 눈물만 쏟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매일 글을 씁니다. 작가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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