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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an 09. 2024

절망 다음에야 사랑

나를 돌아보는 시간


1년 6개월 동안 방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거꾸로 처박은 채 글을 쓰고서야 책상과 의자와 노트북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멀쩡하게 의자에 앉아 책상에다 노트북 올려놓고 업무 보면서도 그것이 행복이거나 축복인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 일인가를 감옥이라는 참혹한 곳에 가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종이컵에 정수기 뜨거운 물 받아서 믹스커피 한 잔 타 마시는 게 좋은 줄 몰랐습니다. 미지근한 물 PET병에 담아 잘 녹지도 않는 커피 휘휘 저어서 한입에 꿀꺽 삼키는 '짓'을 1년 6개월 동안 하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내게 주어진 모든 일상들이 그야말로 기쁨이고 선물이었다는 사실을요.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그냥 제 곁에 있는 존재들인 줄 알았습니다. 사업 실패 후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사람들도 함께 떠났습니다. 배신감도 느끼고 억울하고 분한 마음 주체할 길 없었으나, 1년 6개월 동안 처절할 정도로 외롭게 살아 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가 말이죠. 


인생은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행복도 있고 아픔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일만 일어나길 바라지만, 동전의 뒷면이 없으면 앞면이 앞면인 줄도 모른 채 살아야 하겠지요. 힘들고 어려운 일 겪어야만 일상이 평온인 줄 압니다. 이별의 아픔에 몸서리를 쳐야만 그 사람 소중한 줄 깨닫게 됩니다. 


고난과 역경은 그래서 축복입니다. 내 삶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젊음을 귀하게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늙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찬 투정을 하는 이유는 굶어 보지 않았기 때문이고, 매사 불평 불만 가득한 이유는 삶을 잃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으로만 다니시는 아버지께 불만 많았습니다. 집안일 좀 챙기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쓰러지고 난 후에 병원에서 환자복 입고 누워 계신 모습 보니까, 활력 넘치도록 다니시던 때가 얼마나 그리운지 뼈가 다 시릴 정도입니다. 잃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지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 내게 주어진 일상, 주변 모든 사물과 환경과 조건과 상황들. 그 모든 것이 내게 왔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울증, 발표불안, 번아웃 증후군, 두려움, 자존감 상실 등 현대인들에게 발생하는 수많은 정신 질환들도 어쩌면 모두 주어진 현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지 못한 탓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고 크고 작은 질병도 많이 앓고 있습니다. 목숨이 오가는 중대한 질병이야 차원이 다른 문제이겠지만, 모든 것이 축복이고 행복이란 사실을 망각한 채 눈앞의 문제와 고민에만 집중한 결과가 아닌가 반성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람은 항상 더 나은 미래와 삶을 꿈꿉니다.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가만히 보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눈에 띕니다. SNS를 통해 다른 이들의 '잘나가는 모습'을 수시로 보게 되니까 상대적 박탈감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괜시리 나만 이렇게 못났구나 자책하는 것이지요. 


감옥에 있을 때는 나갈 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막노동판에서 일할 때는 육체노동만 아니라도 살 것 같다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암 선고 받았을 때는 건강하기만 하면 원이 없겠다 싶었고, 파산선고 받았을 때는 먹고 살 수만 있으면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겠다 다짐까지 했었지요. 


돌이켜보면, 저는 참으로 못났고 가증스럽고 앞뒤가 다른 모순덩어리인 것 같습니다. 멀쩡하게 살 때는 삶이 못마땅했고, 다 잃었을 때는 눈물 쏟으며 후회를 했고, 다시 살 만해지니까 또 욕심을 부리는 것이지요. 신이 있다면 이런 사람을 어찌 용서하겠습니까. 


지금에라도 마음 돌려 다른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하나가 있으면 하나에 감사하고, 둘 있으면 둘에 기뻐하고, 셋 있으면 나눌 줄 아는, 그런 삶을 살아야 마땅할 테지요. 인간이란 변덕도 심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라서 제 마음 언제 또 달라질지 모릅니다. 이렇게 글로 남겨두면 수시로 읽어 보고 반성하고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아 블로그에 씁니다. 


절망 뒤에야 사랑을 알 수 있습니다. 내게 닥치는 모든 시련을 기꺼이 맞이하려 합니다. 삶이 곧 축복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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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ydwriting/22331574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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