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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an 22. 2024

나약해졌는가

나는, 버티고 견딜 것이다


팔이 저리다. 독감도 코로나도 배탈도 고열도 두렵지 않다. 팔이 저린 것은 무섭다. 누워서라도 글만 쓸 수 있으면 견딜 수 있다. 팔과 손은 그 자체로 나의 생명줄이다. 병원에 가 봐야 뻔한 소리 듣는다. 가기 싫다. 왼손으로 오른팔을 주무른다. 오른손으로 왼팔을 두들긴다. 


일주일째 독감 앓고 있다. 여간해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다가, 금요일에 병원에서 괜찮다는 소릴 들었다. 힘이 없다. 후유증이다. 어젯밤부터 팔이 저리기 시작했다. 재작년에 코로나 앓았을 때도 후유증으로 팔이 저리기 시작해서 꽤나 고생했었다. 이번에도 그러려나. 


몸이 아프니 마음도 약해졌다. 요 며칠 글 쓰는 것도 소홀히 했다. 하루 한 편씩 블로그 포스팅 올렸고 일기도 썼다. 오늘, 일기장을 펼쳐 읽어 보니 영혼이 없다. 그냥 분량만 채웠다. 나는 나에게 소홀했다. 내게서 푸대접을 받은 나는 무기력과 자책으로 복수한다.


감옥에 들어갔을 때, 내가 없어도 잘만 돌아가는 세상이 서러웠다. 아픈 것도 매한가지다. 나는 아프고 정신이 혼미하고 팔이 저리지만, 세상은 아무 일 없다. 속상하지 않다. 그게 세상이고 인생이니까. 나는 나를 돌봐야 한다. 


그들은 여전히 나를 못살게 군다. 손가락질을 하고 험담을 하고 깎아내린다. 희안하게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떠들어대는 그들의 이야기가 내게도 다 들린다. 차라리 귀가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이제는 다르다. 내 앞에 선 자들은 나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내 발목을 잡는 자들은 언제나 내 뒤에 있다. 그래서 사람은 항상 앞만 보며 걸어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힘이 없다. 어머니도 기운이 빠졌다. 나도 아프다. 온집안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왁자지껄 웃음과 다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그 집구석 잘 돌아가는 거다. 이렇게 고요하고 적막 감도는 집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장판 온도를 28도까지 올렸다. 혹시 고장 났나 싶어 몇 번을 들여다 보았다. 아무 이상 없다. 뜨끈한 이불 속에서 몸을 좀 지지고 싶은데, 아무리 온도를 올려도 한기가 돈다. 독감 떨어졌다고 의사가 분명 말했는데, 후유증이 독감보다 심하다. 지긋지긋한 약을 또 삼킨다. 


잠은 오지 않고 몸은 부서질 것 같고. 그 상태로 바닥에 가만히 누워 생각에 잠겼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한 동안 이 질문에 슬며시 웃음이 났었다. 자신감, 자존감 넘쳐 흐르고 감사와 만족 더 없었다. 오늘은 다르다. 왠지 작아진다. 나는 내 삶에 큰소리 칠 수 있는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또 이리 작아지는가. 


벌떡 일어나 글이라도 쓰고 나면 나을 텐데, 오늘은 꼼짝도 하기가 싫었다. 수년 만에 겪는 무기력이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라도 편하든가, 마음이 불편하면 몸이라도 건강하든가. 둘 다 동시에 무너지니 갈피를 잡지 못한다. 사람은 이래서 무너지는가 보다. 


팔이 저리다. 내게는 가장 큰 공포다. 뜨거운 물에 수건을 적셔 팔을 감싼다. 제발 진정해라. 아직은, 써야 할 글이 많다. 가야 할 길이 멀다. 버텨주기로 약속해놓고 왜 이리 말썽인지 모르겠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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