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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an 23. 2024

<문장 수집 생활>,이유미,철학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본질, 그리고 태도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으로만 살았습니다. 실패하기 전까지, 저는 모든 것을 돈 중심으로 생각했습니다. 돈이 되는가? 내게 득이 되는가? 수지타산이 맞는가? 손해 보는 건 없는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돈을 생각할수록 점점 돈만 추구하게 되었고, 더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을 좇다가 결국은 모두 잃고 무너졌던 것이지요. 


모조리 잃고 나니까, 그러니까 돈을 빼고 나니까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인생 절반을 살아온 시점에서 허무하기 짝이 없었지요. 열심히 살았는데,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재산을 다 잃은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그릇된 사고방식으로 잘못 살아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낙제 점수를 줄 때의 수치와 모멸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세상과 타인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으며, 몇 날 며칠 자책도 했습니다. 지난 과거는 바꿀 수가 없었지요. 저는 달라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요. 돈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제 인생을 다시 만들어야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저만의 무엇. 그것은 철학이었습니다. 


돈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중요하지요. 돈 많으면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저나 저의 인생보다 귀하지는 않습니다. 순서가 바뀌었던 겁니다. '나'를 먼저 챙기고, 그 다음에 돈이든 뭐든 추구했어야 하는 것이지요. 


무슨 일이든 본질이 중요하고, 그 일을 대하는 태도를 바르게 가져야 합니다. 본질과 태도. 이것이 돈을 비롯한 모든 삶의 도구와 수단이 나를 따르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본질을 추구하고 태도 바르게 갖는 것을 목표로 살아갑니다. 삶은 점점 좋아졌고, 돈은 물론이고 행복까지 껴안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와 독서와 강의입니다. 쓰고 읽고 강의하는 인생 살면서 감사하다는 생각 많이 하는데요. 이 또한 본질을 추구한 덕분에 얻게 된 기쁨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세 가지 행위의 본질을 정리해 봅니다. 


첫째, 글쓰기의 본질은 타인을 돕는 행위입니다. 자기 치유를 비롯해 작가 본인을 위한 글쓰기를 말하는 사람 많은데요. 그것이 잘못 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분야가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위한 글이라면 그냥 일기 쓰면 됩니다. 그 외의 글은 반드시 독자가 존재하게 마련이고요. 


독자가 읽는 글이라면 마땅히 독자를 위하는 글을 써야 합니다. 독자를 위한 글이란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뭔가 하나라도 독자에게 주는 게 있어야 합니다. 메시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독자가 읽고 가져갈 것이 있어야 글다운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읽는 사람을 배려하는 글쓰기. 그래서 메시지가 분명해야 하고, 내용이 쉬워야 하고, 간단 명료해야 하며,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모든 글쓰기 원칙이나 방법론이 '독자를 위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 독자를 위해 쓸 수 있다면, 그제야 초보라는 수식어를 벗어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둘째, 독서의 본질은 재생산입니다. 읽고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 재생산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행위까지 이어져야만 제대로 된 독서라 할 수 있습니다. 텍스트를 읽는 선에서 끝나는 독서는 시간 낭비입니다.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에서 끝나면, 이를 소비형 독서라 하지요. 자기 만족일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나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글을 생산하고, 그것을 또 다른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어야 비로소 독서의 완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밑줄과 메모는 기본이고, 사색과 탐구을 곁들여야 하며, 표현력과 전달력과 문장력까지 갖추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으면,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읽기 전의 자신보다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머리도 아플 테지요. 성장통입니다. '내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행위인데 멀쩡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신, 그렇게 한 번 앓고 나면 넓고 강렬한 파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셋째, 강의의 본질은 학습을 통한 변화입니다. 지식이나 지혜를 전달하는 선에서 끝나는 강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을 행동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박수와 환호를 받는 강사이기보다 변화의 촉매가 되기를 바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달력, 공감, 재미, 열정, 감동, 동기부여, 의미와 가치 등 다양한 능력을 고루 갖추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강사는, 공부를 가장 많이 하는 존재여야 합니다.


말빨로 강의하는 사람 망합니다. 강의자료 하나로 우려먹기 하는 사람도 오래 가지 못합니다. 공부하지 않는 강사 결국은 사라집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고, 더 나은 삶으로 안내해줄 것인가. 끝도 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야 합니다.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 이유미는 그녀의 책 <문장 수집 생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카피를 쓰는 원칙은 '다름'이다. 그 '다름'의 기본 바탕은 '공감'이다. 내 얘기 같으면서도 뭔가 남다른 시선이 담긴 글. 공감되지만 흔하지 않게 쓰고 싶었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쓰고, 다르게 사는 삶. 그게 내가 카피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어떤가요? 이 정도 철학과 자기 확신을 가진 사람이 쓰는 글이라면 믿고 읽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녀의 카피와 글도 참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런 신념으로 한 줄 한 줄 써내려간다 생각하니 쓰는 삶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본질과 태도 즉, 철학의 힘이 아닐까요?


편하게 쉽게 돈 버는 방법을 갈구하면서 작가와 강연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 있다면, 당장 마음 고쳐먹길 바랍니다. 다른 어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편하고 쉽게 돈 버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 SNS에 그런 방법 있다고 광고 올리는 사람도 나쁜 놈이지만, 그런 광고에 귀 솔깃하는 사람도 세상 어리석은 태도지요. 


우직하게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시간도 걸리고 땀도 많이 흘려야 합니다. 본질을 추구하고 태도에 부끄러움 없을 때, 그렇게 만든 성취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성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쉽고 빠른 성공을 원합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성공한 이들이 적은 겁니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의 본질을 찾아 추구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나름의 철학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결국은 더 성공할 수 있습니다. 철학 가진 사람은 돈으로 흔들 수도 없습니다. 철학 가진 사람은 얄팍한 속임에 넘어가지도 않습니다. 철학 가진 사람은 타인과 비교도 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단단한 존재가 바로 철학 가진 사람입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과 가치! 그 일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 소명의식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더 좋은 세상이 될 테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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