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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an 31. 2024

책을 출간하고, 나는 살았다

누구나 이야기를 품고 살아간다


사람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존재 가치 상실'입니다. 나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낄 때, 힘 없이 무너지고 말지요.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고, 삶의 의미나 행복 따위도 생각할 수 없게 됩니다. 인간은 유일하게 가치를 추구하는 동물입니다. 먹고 자고 사랑을 나누고 배설하는 행위는 다른 동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직 가치 추구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사업 실패 후 감옥에 갔을 때, 저는 존재 가치를 상실했습니다. 누구도 저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저도 제가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요. 그래서 스무 번 가까이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겁니다. 나 하나 사라진다고 해도 눈썹 하나 까딱할 사람 없을 것 같았습니다. 


가족은 먹여 살려야 하니까 가까스로 목숨만 부지했던 겁니다. 어떻게든 밥벌이를 해서 노부모와 처자식 입에 풀칠은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던 거지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방법을 고민하다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될 수 있다면, 적어도 남들 눈치는 보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첫 책을 출간했습니다.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의 책을 누가 읽겠습니까. 막노동판에서 삽질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누가 관심이나 갖겠습니까. 계약금 30만 원 받았습니다. 당시 제게는 큰돈이었습니다. 책 한 권 쓸 때마다 30만 원씩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매일 밤 잠을 줄여서라도 글을 써야겠다 다짐했었지요. 


이후로 제게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 책을 출간한 뒤에 온라인에 많은 서평이 올라왔는데요. 세상에! 제 책이 많은 도움 되었다는 후기가 가득했던 겁니다. 저 진짜 많이 울었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 여기며 술만 퍼마시고 살았는데, 여전히 제게는 누군가를 도울 힘이 남아 있었던 겁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의 희열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무슨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글을 빼어나게 잘 쓰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냥 제가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적어서 출간했는데,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읽고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적인 그때의 경험이 제 삶의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를 도울 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지요. 다들 바쁘게 사느라 자기 안에 담긴 이야기를 잊고 살아갈 뿐이었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라고 권했습니다. 그들 안에 잠들어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글 쓰는 방법과 출간 노하루를 제공했습니다. 현재까지 592명 작가 배출이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내게 되었지요. 


그 과정에서 저는 더욱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된장찌개만 끓이던 아줌마가 자기 삶의 이야기로 작가가 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직장에서 쫓겨나 백수로 살다가 글을 쓰고 작가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만난 사람도 보았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낀 저 같은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고요. 시간이 갈수록 제가 선택한 길에 신념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돈도 좋고 명예도 좋고 성공도 좋습니다. 그러나, 책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을 돕기 위함입니다. 글쓰기/책쓰기는 타인의 삶에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행위입니다. 성별, 학력, 나이, 직업, 경제 사정, 살아온 환경 등 어떤 것도 쓰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인생 이야기를 갖고 있게 마련이고, 그 이야기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됩니다. 


사는 게 참 팍팍한 시절입니다. 세상은 더 좋아졌다는데, 개인의 인생은 여전히 힘들고 막막하지요.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 한 번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데에는 자격이나 소질 따위 필요 없습니다. 태도와 정성만 있으면 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십시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제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누구의 도움을 받든, 아니면 혼자 힘으로 집필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이야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책을 쓰고, 저는 살았습니다. 존재 가치를 상실하고 자살만 생각했던 제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임을 확신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삶이 너무나 감사하고 또 행복해서 입에 거품을 물고 글쓰기/책쓰기를 전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여덟 권의 책을 썼습니다. 2016년 2월에 첫 책을 출간했으니, 단순 계산으로 일 년에 한 권씩 출간하고 있는 셈입니다. 올 해는 두 권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힘 닿는 데까지 더 많은 책을 출간하려 합니다. 제가 출간하는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쓰는 일은 물론이고 사는 것까지 즐겁습니다. 


저처럼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 아니더라도, 뭔가 인생에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이가 많을 겁니다. 타인을 돕는 인생이야말로 궁극의 행복이자 인생 가치입니다. 삶의 이야기를 글에 담아 책으로 출간하는 일은 바로 그 행복과 가치를 실현하는 행위인 것이죠.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그럴 듯한 이야기로 구성하고 정돈하는가 하는 것뿐입니다. 약간의 요령과 기술이 있긴 합니다만, 다시 말하지만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쓰겠다는 결단을 하고 일단 시작만 하면 방법은 무조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기 인생을 별 것 아니라고 말하는데요. 세상에 보잘 것 없는 삶은 없습니다. 삶의 무게에 치여 주눅이 들어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들 뿐이지요.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인생입니까! 돌아보면,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이 가득할 겁니다. 잊고 살았습니다. 이제라도 그 이야기들 모두 끄집어내어 상처와 아픔 겪는 이들에게 전해주세요. 


봉사활동 해 본 적 있습니까? 몸은 피곤하고 힘들어도 마음 벅차고 흐뭇합니다. 잠도 잘 오고요. 쓸데없는 걱정도 사라집니다. 사람을 돕는 일만큼 가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글쓰기/책쓰기에 대해 돈벌이와 성공만 언급하는 멍청한 사람 많아서 자칫 오해할 수도 있는데요. 작가의 본질은 '돕는 존재'입니다. 타인을 돕는 대가로 따라붙는 부와 명성은 그저 부차적인 것들일 뿐입니다.


사업 실패하고 좌절해서 고개 푹 숙이고 있는 친구가 곁에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 그의 곁에는 나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뭐라도 한 마디 말을 해주어야겠지요. 괜찮다고 위로할 수도 있고 힘 내라고 용기를 북돋워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나도 예전에 힘들었던 적 있었다 이야기도 전해줄 테지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 위로와 용기와 이야기를 글로 적으면 책이 되는 것이지요. 


10년 전에 무얼 했습니까? 어떤 상황이었나요? 혹시 지금 당장 10년 전 자신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거면 됩니다. 10년 전 자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그 이야기를 글로 적어서 책으로 출간하면 됩니다. 지금 이 순간, 10년 전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내 책을 읽고 힘을 낼 겁니다. 더 없는 작품이 될 테지요. 


작가라고 해서 모두가 <토지>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글 쓰고 책 낸다고 해서 모두가 <김밥 파는 CEO>가 될 필요는 없겠지요. 우리 모두는 각자만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갑니다. 내 이야기가 작다고 느끼는 사람 있다면, 작은 이야기를 간직한 독자들을 위해 책을 쓰면 됩니다. 


벌써 잠자리에 든 건 아니지요? 아직 조금 있다가 이불 펼 거지요? 그럼, 잠시만 시간을 내어 컴퓨터 앞에 앉아 보세요. 다섯 줄만 적어도 됩니다. 시작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마음 아픈 사람이 곁에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건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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