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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Feb 02. 2024

작가, 싸우는 사람 아니라 즐기는 존재

신이 나야 잘 살 수 있습니다


세상은 녹록지 않습니다. 사업 실패했을 때, 찬바람 많이 맞아 보았습니다. 서럽고 외롭고 화가 많이 났지요. 그러면서 다짐도 했습니다. 두 번 다시 지지 않겠다! 세상과의 '전투'를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했습니다. 매일 책 읽고 글 쓰면서 마음 단단히 하고, 남은 인생에서는 결코 지지 않겠다 각오를 다졌습니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제 인생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책도 출간하고 강의도 하면서 새로운 삶을 만나게 되었지요. 돈도 벌고, 나름 명예도 갖추면서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성찰과 수정/보완 입니다.


아니다 싶은 부분은 바꿔야 하고, 잘못되었다 싶은 부분은 수정해야 합니다. 수정과 보완을 하지 않은 채 처음 세운 계획만 고집하면, 중도에 발생하는 온갖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듭니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작가와 강연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제가 가장 크게 수정/보완한 부분이 있습니다. 


인생은 곧 전쟁이라는 생각. 이 생각을 바꿈으로써 저는 완전히 다른 삶을 만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안간힘을 쓰면서 글을 썼습니다. 잘 써야만 이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함께 글 쓰는 수많은 이들을 지켜보면서, 작가는 이겨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즐겨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강의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사적으로 준비해서 무대 위에 섰을 때 빛을 보아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지난 8년간 전국을 다니며 또 온라인 강의도 하면서, 강연가는 전쟁하는 사람이 아니라 즐기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지요. 


박신양과 전도연이 주연으로 출연했던 <약속>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998년 개봉이니까, 벌써 26년이나 흘렀네요. 조폭 출신 남자와 간호사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입니다. 여주인공이 남자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싸움을 잘하느냐고 말이죠. 


"어떻게 하면 싸움을 잘할 수 있어요?"

"즐기면 돼."

"때리는 걸요?"

"아니, 맞는 걸."


26년이나 지난 영화의 대사를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말이 제게 참으로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작가와 강사가 글쓰기와 강연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이 글의 주제와 꼭 맞아떨어지는지 조금은 의심이 갑니다만, 어쨌든 무슨 일이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성 작가들 중에는, 글 쓰는 행위를 싸움과 비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시간과의 싸움, 의지와의 싸움, 자기 마음과의 싸움, 마감과의 싸움, 시장과의 싸움, 독자들과의 싸움, 키보드와의 싸움, 일상 다른 일들과의 싸움, 그리고 주변 사람들 반응과의 싸움.


자칫하면 작가들 싹 다 피 터지겠습니다. 우리가 무슨 격투기 선수도 아니고, 비유를 해도 정도껏 해야지 무슨 말만 나오면 "싸워 이겨라!"는 식이니 이거 뭐 무서워서 살 수나 있겠습니까. 


물론, 그 비유가 초보 작가들의 멘탈을 강하게 만들고, 또 힘들고 어려운 순간 잘 버티라는 의미에서 전하는 메시지인줄은 잘 압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싸우라고 하지 말고 즐기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싸워 이기겠다 작정하고 글을 쓸 때보다 즐기겠다 마음먹고 쓸 때가 훨씬 좋았거든요. 글도 더 잘 쓸 수 있었고요. 


글쓰기와 강연을 즐기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또 나름의 방법을 이미 가지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제 방법을 참고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첫째, 공부해야 합니다. 뭘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악기 연주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만 즐길 수 있듯이 말이죠. 


둘째,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이미 최고의 작가가 된 상태에서 글을 써야 합니다. 기분이 좋아야 행동을 하게 되고, 행동을 반복해야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셋째, 자신의 글을 평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평가는 독자들 몫입니다. 작가는 글 쓰는 사람이죠. 시험 치는 거 아닙니다. 평가에서 해방되어야 즐기며 쓸 수 있습니다. 


넷째, 쓰는 과정에 의미를 두어야 합니다. 반드시 책이 나와야만 글 쓰는 삶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오늘 한 편의 글을 쓰면서 생각하고 반추하고 의미 새기면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다섯째,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사람 돕는다 생각해야 합니다. 매일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니, 작가는 참으로 근사한 직업이지요. 이런 마음으로 써야 즐길 수 있습니다. 


인생과 싸워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았을 땐, 제 삶이 피폐하고 몸도 마음도 지쳤거든요. 반면, 즐기며 살겠다 마음먹은 후부터는 무슨 일을 해도 신이 났습니다. 지난 8년 동안 마감 한 번 어긴 적 없고 강의시간  한 번 늦은 적 없습니다. 즐기며 일한 덕분입니다.


즐긴다는 생각을 계속 되풀이하면, 주변 사람들의 독한 말이나 잘 풀리지 않는 일 따위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기중심도 확고히 지킬 수 있고, 내가 하는 일에 신념과 확신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목요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123명 예비 작가님들과 제 177회 "이은대 문장수업" 함께 했습니다. 모니터를 통해 우리 작가님들 표정을 살핍니다. 다들 진지하고 사뭇 심각하기까지 합니다. 공부하는 사람들 모습이 대부분 그렇지요. 


조금이라도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표정과 태도가 인생을 바꿉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모든 공부가 행복하고 즐겁다면 더 바랄 것이 있겠습니까. 외부로부터 오는 반응이 아닙니다. 내가 의도하고 만드는 감정입니다. 즐겁다고 생각해야 즐길 수 있는 것이지요.


신이 나니까 8년 넘게 글 쓰고 강의할 수 있었지요. 만약 제가 돈 벌기 위해 억지로 이 일을 했더라면, 아마 일찌감치 그만두었을 겁니다.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작가는 글 쓰는 걸 즐기는 존재입니다. 강사는 무대를 즐기는 존재입니다. 사람은, 인생을, 즐기는 존재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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