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2016년 1월 4일,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4,900편의 포스팅을 발행했지요. 하루에도 수천 명씩 방문하는 파워블로거는 되지 못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마음 뿌듯합니다. 어떤 사람은 제 글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제 글을 읽고 독서를 시작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잠을 줄였고, 습관을 바꾸었고, 새로운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글에 담았다는 사실만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온 지난 6년의 세월이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어제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그 동안 발행한 글 몇 편을 골라 읽어 보았습니다. 글을 쓴 당시의 상황과 생각이 떠올랐지요. 심란하고 복잡했던 마음 안타깝기도 했고, 성취와 성공에 기뻐하던 모습 흐뭇하기도 했습니다. 글 쓰는 행위의 마지막은 읽는 것이라는 나름의 철학에 다시 한 번 무게를 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쓴 글을 제가 다시 읽는 과정이 다른 누군가가 쓴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많은 깨달음을 주곤 합니다.
블로그에 쓴 글을 읽다가 문득 제 생각이 어디에 편중되어 있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주로 '지금'에 관한 글이 많았지만, 과거와 미래를 비교해 보자면 아무래도 '과거에 대한' 글이 월등히 많더군요.
자이언트에 와서 함께 글 쓰는 사람들의 나이는 십대 아이들부터 팔십 노인까지 다양합니다. 어리거나 젊은 친구들의 글에는 주로 '미래'가 담겨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각오나 결심이 많지요. 희망과 비전이 가득합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마흔 넘은 사람들 글에는 '과거'가 많습니다. 후회, 상처, 아픔, 추억, 회한 등 지나간 일들에 대한 기억이나 아쉬움이 묻어 있습니다.
제 나이 이제 오십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눈부신 미래에 대한 기대나 꿈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지난 일에 대한 글이 훨씬 많았습니다. 나이가 든 탓일까요. 아니면 유난히 굴곡 많은 삶이었던 탓일까요. 생각이 주로 과거를 향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까 왠지 서글퍼지고, 억지로라도 미래에 관한 글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괜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말입니다. 인생 절반쯤 살았다고 본다면, 이제 제 나이 낮 12시인 셈입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점심 든든히 챙겨 먹고 자! 다시 해 보자! 얼마든지 외치고 시작할 수 있는 때입니다. 서른보다는 많지만 일흔보다는 적지요. 중요한 것은, 아직 삶이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이를 의식하는 때가 별로 없습니다. 쉰의 나이에도 생일이면 꼬깔 모자를 쓰고, 아들 엉덩이에 똥침을 놓고, 줄줄이 비엔나를 즐겨 먹으며, 대학생들과 수다를 떱니다. 남들이야 어찌 생각하든, 저는 매 순간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가능하면 많이 웃기고 웃으려 합니다.
지난 삶에 대해 얘기하자면, 저도 뭐 나름 한 스토리 하지 않겠습니까. 후회가 없지는 않겠지요.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아직도 여전히 눈물 맺히곤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상처와 아픔이라기보다는 그런 '경험'이 있었던 덕분에 지금의 내가 가능했다는 생각으로 만족하고 감사하려 애쓰지요.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제목을 <생각의 무게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로 정했습니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해 자주 생각해야 한다는 주제로 쓰려 했지요. 그런데 쓰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글의 내용이 '과거'라고 해서 생각이 꼭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로 '과거'를 썼지만, 제 생각은 현재와 미래에 있었던 거지요. 과거 경험은 바탕이었을 뿐입니다. 참고 자료 정도였고요.
맞습니다. 어떤 글을 쓰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한 쪽으로 기울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썼다 하면 상처와 아픔, 후회와 한탄, 하소연과 푸념 등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해 붙잡고 늘어지는 사람 있습니다. 가슴에 한이 맺힌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이렇게 쓰는 글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그냥 소주 한 잔 마시고 신파극 찍는 게 낫습니다. 글이란, 읽는 사람에게 가치를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 누구도 '당신의' 한숨을 듣는 일에 소중한 시간을 나눠주지는 않을 겁니다.
입만 뗐다 하면 각오 결심 다짐 등을 늘어놓는 글도 마땅치않습니다.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면 의심부터 들지 않나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 결심만 가득 늘어놓는 글을 쓰는 사람은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허세라고 하지요.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글이 훨씬 낫습니다. 독자도 그런 글에 반응하고 공감하고 응원해줄 겁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글을 쓸 겁니다. 지난 일도 쓰고, 지금도 쓰고, 미래의 비전도 쓰려고 합니다. 아울러, 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려 합니다.
오십에는 무리야. 지금 시작해서 언제 다 하려고? 괜한 짓 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살아.
세상 사람 대부분이 이렇게 비웃고 조롱할 만한 일이면 더 좋겠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에 도전하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 얼마나 멋있고 가치 있는 여정인지 제 스스로에게 한 번 증명해 보고 싶습니다.
마흔에 인생 통째로 바꾸었습니다. 오십에 새로운 꿈을 꿉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경기장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