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읽는 삶에 대하여

이토록 행복한 삶이라니

by 글장이


힘들고 답답할 때 책을 읽습니다. 그러면 책에 담긴 저자의 힘든 이야기에 공감이 됩니다. 저자는 자신이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쓰고 있지만, 저는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세상에는 힘든 사람이 많구나, 이 정도 생각만 해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어느 순간 의욕이 솟고 가슴이 뛰며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때가 있습니다. 열정이 샘솟는다고 하지요. 저는 그럴 때마다 책을 펼칩니다. 작가가 어떤 일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장면을 읽으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래!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해 봐야지! 결심과 의지를 품곤 합니다.


슬플 땐 슬픈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행복할 땐 행복한 스토리 읽으며 감동합니다. 마음이 아플 땐 아픈 책을 읽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할 땐 감사에 관한 글을 읽습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책들이 전부 따로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도 그 속에는 슬픔과 아픔과 기쁨과 행복과 열정이 함께 녹아 있지요. 적어도 글쓴이가 자신의 인생 경험을 썼다면 말입니다.


책은, 쓰는 사람이 절반을 만들고 읽는 사람이 나머지를 채웁니다. 작가가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아도 독자가 공감하지 못하면 소용없습니다. 조금 부족하고 불완전한 글을 썼다 하더라도, 독자가 마음을 열고 읽으면 충분한 가치를 갖게 됩니다.


쓰는 자세 못지않게 읽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사람이 좋으면 방구 냄새도 예쁘고요. 사람이 싫으면 향수 냄새도 고약합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기보다는, 작가가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아무렇게나 글을 써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글 쓰는 사람은 자신이 쓰는 글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합니다. 기본이죠. 정성을 담아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렇게 작가와 독자가 서로의 입장에서 쓰고 읽을 때, 비로소 '함께 작용하는' 쌍방형 소통과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섯 권 출간했습니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제 책도 좋아합니다.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예 제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잘 살아야겠구나. 잘 사는 것이 곧 잘 쓰는 길이겠구나. 사람 위하는 글 써놓고 사람한테 외면 당하면 그보다 더 아픈 일은 없겠구나.


제가 무슨 성인이라고 반듯하게 살겠습니까. 좋은 글 잘 쓰려고 하다 보니 똑바로 살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버지 어머니한테 버럭 화를 내려다가도, 글 써야지 싶으면 주의하게 됩니다. 아내와 다툴 일이 생겨도 부부에 관한 글 쓸 거라 생각하면 말을 조심하게 됩니다. 일도 사람도 감정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글 쓰려다 보니 삶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조금씩 나아지는 인생 덕분에 글도 더 편안하게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 관계가 좋아지니까 제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점점 늘었고요.


잘 살면 잘 쓸 수 있다는 말은 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반대의 명제도 성립한다는 것이지요. 잘 쓰려고 노력하면 잘 살게 된다는 말입니다. 10년 동안 글 쓰면서 깨달은 철학 하나 얘기하자면 바로 이것이지요. 글과 삶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글 쓰는 인생을 살아야겠다 결심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예전에는 인생이 뭔지 사람이 뭔지 천지분간도 못하고 막 살았습니다. 요즘에는 봄에 벚꽃도 구경하고, 빗소리도 듣고, 사람들 표정도 살핍니다. 아버지 이마에 주름도 확인하고, 어머니 걷는 모습도 관찰하고, 아내 한숨 소리도 듣습니다. 보지 못하던 것이 보이고 듣지 못하던 소리가 들립니다. 하루의 밀도가 높아지니 매일이 가슴 벅차고, 그래서 더 쓸 수 있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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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만나면 글 쓰라고 권합니다. 얘기할 기회 주어질 때마다 책 쓰라고 강조합니다. 이래서 좋다, 이만큼 좋다, 제 삶으로 증명해 보입니다. 제가 이런 마음으로 사니까, 어떤 책을 읽어도 그 작가의 삶을 보게 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몫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저절로 열립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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