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작가의 태도
"이미 써놓은 글이 있는데, 혹시 출간이 가능할까요?"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 간혹 있습니다. 혼자 힘으로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썼으니, 그 동안의 노고가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자신이 이미 써놓은 글을 제게 가져와서 출간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글을 함부로 비평할 만한 입장에 있지는 못합니다. 저 또한 계속 공부를 해나가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600명 가까운 작가를 배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정/보완에 관한 어느 정도의 안내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써놓은 글이 있다며 저를 찾아온 사람 중에서 제가 안내하는 대로 고치고 다듬기를 기꺼이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초보 작가가 갖춰야 할 태도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용기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낼 용기도 있어야 하지만, 자신이 쓴 글을 기꺼이 내려놓을 용기도 필요합니다. 헤밍웨이도 원고를 수백 번 고쳐 썼고, 하루키도 고쳐 쓰고, 조앤 롤링도 고쳐 쓰고, 박경리 선생도 고쳐 썼고, 조정래 선생도 고쳐 씁니다. 우리가 뭐라고 한 번 쓴 글을 붙잡고 매달린단 말인가요.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51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217기, 1주차" 함께 했습니다. 첫 시간인만큼 동기 부여와 기본 태도, 그리고 주제 정하는 방법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특히, 퇴고 힘들어하는 경우 많은데요. 이 또한 자신이 이미 쓴 글을 고치고 다듬기를 망설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퇴고는 한 마디로 "초고를 뒤집어 엎는 작업"입니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하는 말인데요. 첫째, 초고에서 진 빼지 말고 마구 쓰라는 의미이고요. 둘째,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작업이니까 과감하게 초고를 뜯어고치라는 뜻입니다.
글쓰기는 고쳐쓰기입니다. 한 번 쓴 글을 손대기 싫어서 애지중지 품고 있는 사람은 글쓰기 실력 결코 좋아질 수 없습니다. 일단 씁니다. 버립니다. 다시 씁니다. 또 버립니다. 새로 씁니다. 이렇게 수차례 글을 쓰고 또 쓰고 고치는 작업을 기꺼이 할 수 있어야 글을 잘 쓸 수가 있습니다.
글 잘 쓰는 방법 있다며 광고하는 사람 많은데요. 아무리 엄청난 비법 있다 해도 여러 번 고치고 또 고쳐 쓰는 사람 당할 자 없습니다. 글은 고치면 무조건 좋아집니다. 초고 자체는 글이 아닙니다. 글을 쓰기 위한 원석입니다. 도끼와 괭이와 삽으로 찍고 부수고 다듬어야만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이죠.
글을 못 쓰는 사람일수록 고치기 싫어합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일수록 많이 버리고 가차없이 고치고 수시로 다듬습니다. 글 못 쓰는 사람일수록 한 번에 끝내려 합니다. 글 잘 쓰는 사람은 같은 주제로 글을 세 편 다섯 편 씁니다.
초보 작가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글을 잘 못 써요." 그런데, 고쳐 쓰라고 하면 인상부터 쓰는 사람 많습니다. 자신이 글을 잘 못 쓴다고 스스로 말해놓고, 글이 좋아지도록 고쳐 쓰는 건 진저리를 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죠.
고쳐 쓸 용기! 초고를 뒤집어 엎을 용기야말로 글 잘 쓰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