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장이 Feb 13. 2024

팩트인가, 감정적 믿음인가

휘둘리지 않는 인생


"책에서 읽은 좋은 문장에 나의 경험을 대입해서 한 편의 글을 쓰도록 하라!"

2018년 10월에 출간한 <강안독서>의 핵심 내용입니다. 저는 이것을 강의 때마다 반복 강조했고, 실제로 어떻게 쓰는가 시연을 보인 적도 많습니다. 


자신만의 어록을 제조하는 요령을 전했고, 또 많은 수강생이 연습과 훈련을 반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후에 여러 명의 강사들이 비슷한 내용을 다루기도 했었지요. 


A라는 수강생이 있었습니다. 그는 <강안독서>에 관한 내용을 들었을 때 비관적이었습니다. 별 것 아닌 내용이라며 투덜거렸지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그럴 수 있다고 여기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A는 다른 어느 유명 강사로부터 "책 속 문장을 뼈대로 나의 경험을 대입하라!"는 내용을 듣고는 신기루를 발견한 것처럼 기뻐했습니다.


똑같은 내용을 접했을 때,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또 다른 사람에게는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내용에도 차이가 없고, 반응하는 사람도 동일 인물입니다.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그 사람에 대한 감정적 반응 때문입니다.


A는 저를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돈을 냈으니 억지로 강의를 듣는다 하는 정도였지요. 제가 하는 모든 강의 내용이 선뜻 마음에 와닿지 않았을 겁니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자신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강사가 말했을 때에는 가슴에 팍팍 꽂혔던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을 땐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습니다. 허나, 작가의 철학이 마음에 안 든다 싶을 때는 책을 읽으면서도 삐딱한 태도를 갖게 됩니다. 두 책에 담긴 내용이 비슷한데도, 제가 감정적으로 좋은 느낌 갖는 작가의 책이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옆에서 방구를 껴도 예뻐 보입니다. 싫어하는 사람은 눈만 껌뻑여도 꼴보기가 싫지요. 대부분 사람은 팩트보다는 감정적 믿음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합니다. 바람직한 태도인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을 향한 감정적 믿음이 아니라 팩트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라는 말은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누가 말을 하든, 그 말의 내용이 핵심이라는 뜻입니다.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듣고서도 그 사람을 향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무시하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나 자신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와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마땅한 태도겠지요. 


첫째, 경청하거나 독서할 때는 감정적 믿음을 배제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일단 내용에 집중한 후, 받아들인 건 받아들이고 무시할 건 무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적 반응은 불필요합니다.


둘째,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람의 말을 믿는 것도 문제가 있고요. 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말을 무조건 무시하는 것도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사람에 대한 감정은 뒤로 미루고, 우선 내 삶에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가 공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셋째, 감정은 내가 아니란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알 수 있습니다. 첫인상이 좋았던 사람이 갈수록 엉망인 꼴도 보았고, 처음엔 별로였는데 갈수록 진국인 사람도 만났을 테지요. 사람을 대하는 감정은 변화합니다. 고정 팩트가 아니란 뜻이지요. 수시로 변하는 감정을 기준으로 두는 것은 위험합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하는가? 요즘처럼 정보가 많고 다양한 시대에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가 힘들지요. 이럴 때 기준으로 삼을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실행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겁니다. 어떤 강의를 듣는가 하는 것보다, 얼마나 실천하고 반복하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베스트셀러 추천 책 읽고도 아무런 변화 없는 사람 천지입니다. 서점 구석에 콕 박힌 오래된, 아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책 한 권 읽고도 인생 통째로 바꾸는 사람 있습니다. 수백만 원을 내고 브라이언 트레이시 강의를 듣고도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 사람 있는가하면, 이름도 없는 강사의 한 시간짜리 특강을 듣고도 변화하고 성장하는 사람 많습니다. 


누구의 책인가? 누구의 강의인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가? 내가 존경하는 강사인가? 물론, 자신의 감정적 믿음도 허투루 여길 건 아닙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와 내 인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내가 실행에 옮길 만한 내용인가 하는 판단과 선택입니다. 


초보 작가들의 글을 보면, 감정적 믿음을 바탕으로 쏟아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겠지만, 자신과 독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스는 팩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 팀장이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하는 것은 독자에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처신하고 그래서 결과가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도움 되겠지요. 


팩트에 집중하면 인생이 가벼워집니다. 많은 이들이 "덥고 추운 날씨가 싫다!"는 습관적인 생각에 물들어 살아갑니다. 사실은, 날씨 자체가 우리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없거든요. 주변 사건이나 상황 혹은 날씨 따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주변 모든 것들을 냉철하게 보는 습관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습성 자체는 우리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바라는 인생을 이루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감정적 믿음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는 태도입니다. 감옥에까지 갔다 왔으니 이제 내 인생 끝장이다! 제가 이런 감정적 믿음에 좌우되며 살았더라면, 아마 지금도 엉망으로 살고 있었을 겁니다. 


대학 입시에 떨어졌다? 그건 그냥 떨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전부일 뿐입니다. 재수를 하든, 다른 길을 찾든, 살아갈 방법은 무수히 많지요. 대학에 떨어졌기 때문에 패배감에 젖는 것은 감정적 믿음에 무릎꿇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사업에 실패했다? 그건 그냥 사업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전부입니다. 다시 도전하든, 취업을 하든, 또 다른 방법을 찾든, 지금 세상은 사업 실패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감정적 믿음에 휘둘려 좌절하고 절망하는 일 절대 없어야 하겠습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나를 싫어한다, 그가 나를 배신했다, 사람 만나는 게 두렵다 등등 모든 문제는 그저 팩트일 뿐입니다. 만나고 싶으면 만나면 되고, 잘해주고 싶으면 잘해주면 그만이고, 싫다는 사람 있으면 안 만나면 됩니다. 돌아섰던 사람이 다시 오면 받아주면 그뿐이고, 그래도 싫으면 선 그으면 됩니다. 감정적 믿음에 좌우되지 말고, 있는 그대로 판단하고 선택하면 그뿐입니다. 그래야 인생이 가벼워집니다. 


감정은 내가 아닙니다. 감정은 진실이 아닙니다. 감정은 불변의 법칙이 아닙니다. 수시로 바뀌는 감정에 목매지 말고, 냉철한 태도로 객관성을 유지하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팩트에 집중해야 감정 소모가 줄어듭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선택하는 인생, 평온한 자신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