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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Feb 13. 2024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쁘고 행복한 일


회사 직위? 나이? 성별? 직업?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이미 지난 과거 성과 또는 직업을 기반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어떤 책을 출간했다거나 어떤 회사에 다니고 있다, 혹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다는 등 말이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어떤 일이 있을 겁니다. 그 일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데 망설임이 없어야 합니다. 


저는 매일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책 읽고 서평을 쓰고 강의를 합니다. 글 쓰고 강의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이 일에 만족합니다. 행복하고 기쁩니다. 매일 잠에서 깨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벅찹니다. 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돈을 벌기 위해 마지못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 다른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은 회사 업무이지만, 그것을 의무처럼 여긴다면 '시간'을 배제할 수도 있겠지요. 하루에 딱 30분밖에 할애하지 못하지만, 기쁘고 행복한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그것이 위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습니다. 


평일에는 일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주말만 되면 인라인을 타고 동호회원들과 전국을 누비는 사람 있다고 칩시다. 그 사람은 "당신이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저는 인라인 스케이이트를 즐기는 사람입니다!"라고 답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까, 위 질문에서 말하는 "일"은 자신의 행복과 직결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죽기보다 싫은 일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면, 그 외에 자신이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일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런 사람은 위 질문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는 겁니다.


오래 전 회사에 다니던 시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평일에는 계약직으로 회사 근무를 했는데요. 주말만 되면 스키, 인라인 스케이트, 배드민턴, 스포츠 댄스 등 온갖 다양한 "일"을 하는 친구였습니다. 오죽하면 그 친구 때문에 회사에 몇 개의 동호회가 새로 생길 정도였겠습니까. 


계약직 월급이야 빤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친구는 종일 표정이 환했고, 목소리에 열정이 가득 느껴졌습니다. 정규직인 우리는 맨날 죽을상을 지은 채 일하고, 계약직인 그 친구는 사내에서 훨훨 날아다녔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생계를 위해 땀 흘리는 모든 사람은 존경받아 마땅하지요.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기쁘고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처럼 생산활동과 행복한 일이 일치하는 경우라면 최고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본업 외에도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나 이상 꼭 만들어야만 합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회사 직급이 아무리 높아도, 성 같은 집을 짓고 비싼 수입차를 몰고 다녀도, 기쁘고 행복한 일을 매일 할 수 있는 사람과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푹 빠져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물질적 가치도 따르게 마련이고요. 


한 가지 짚을 게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글 쓰는 게 죽기보다 싫었던 사람입니다. 쓸 줄도 몰랐고, 쓰기도 싫었습니다. 다 쓴 글을 읽어 보는 건 최악이었고요. 매일 글을 쓴 지 10년 되었습니다. 지금은 글쓰기 빼고는 제 삶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돈 한 푼도 받지 않고도 계속 글을 쓸 거냐고 묻는다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Yes!"라고 답할 겁니다.


처음부터 좋아하는 일, 그런 건 찾기 힘듭니다. 아니, 아예 없을지도 모릅니다. 서툴고 부족하고 낯선 상태에서는 그 일을 꺼리게 마련이지요. 계속해야 합니다.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좀 알아야 합니다. 반복해야 합니다. 깊이 파고 들어야 합니다. 뭘 좀 알게 되면, 그 때에야 비로소 일에 대한 호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무슨 일이든 한 번 도전해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해 봐야 좋은지 싫은지 알 수가 있지요.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도전해 보고, 대충이라도 할 줄 알게 된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해 보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모릅니다.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고, 그러면서 열정 불태우면 위에서 말했던 그 친구처럼 표정 환하게 기쁘게 활력 넘치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저도 인생 중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제가 하지 않았던 일들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큰데, 삶의 막바지에 이르면 얼마나 통탄하겠습니까. 무슨 일이든 해 보려 합니다. 관심 있고 호기심 느끼는 일들, 모조리 다 도전해 보고 망가져 볼랍니다. 주변 사람들이 비웃든 말든 그건 모르겠고요. 저 하고 싶은 일 실컷 즐기며 살아갈 겁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어쩌다 만난 글쓰기이지만, 글쓰기 덕분에 삶이 바뀌었습니다. 지옥에서 살아온 것이나 다름 없지요. 신나게 씁니다. 매일 공부하고, 하나씩 적용해 보고, 새로운 걸 알게 될 때마다 막 소리를 지르고 싶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냅니까?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이렇게 묻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한결같이 대답합니다. "요즘 아주 끝내줍니다!" 


우울할 때도 있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많고, 가족 갈등 생길 때도 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냥 끝내주는 삶을 살고 있고, 끝내주는 일을 하며 즐기고, 앞으로도 끝내주는 생각만 하면서 살아갈 테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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