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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Feb 21. 2024

필사, 글이 달라지는 필사 효과와 방법

베껴쓰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글쓰기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방법이 필사입니다. 필사란, 책이나 글을 직접 베껴쓰는 일을 말합니다. 작가가 쓴 문장을 그대로 베껴쓰면서 문장 쓰는 법을 익히기도 하고 어휘력을 향상시키기도 합니다. 필사를 하기 위해서는 읽기와 쓰기를 병행해야만 하기 때문에, 글을 쓰려는 이들에게 도움 되는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8년간, 저는 강의 시간에 필사를 강조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필사 모임과 그것을 강조하는 강사나 책이 시중에 많습니다. 두 가지 오류가 염려됩니다. 첫째, 문장 하나하나를 베껴쓰다 보면 전체 맥락을 잃을 소지가 있다는 점이고요. 둘째,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기만 하면 자기 생각을 잃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이왕이면 필사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읽고 쓰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귀한 에너지를 투자하는 일인데 마땅히 효과를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필사하고 그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요? 필사 효과와 방법에 대해 정리해 봅니다. 


첫째, 이해해야 합니다. 그저 문장이 좋고 마음에 든다는 정도로 선택하지 말고, 그 문장이 어떤 의미를 전하고 있는가 생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작가가 글을 쓸 때는 많은 고심을 합니다. 읽는 행위는 쓴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지요. 의미 이해가 필사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둘째, 이왕이면 키보드보다는 노트나 종이에 손으로 직접 옮겨 적는 것이 좋습니다. 키보드를 두드릴 때와 손으로 직접 쓸 때, 뇌의 작동 부위가 다르다 하지요. 사고력과 집중력, 글쓰기 실력을 모두 키우고 싶다면, 노트에 손으로 직접 필사하기를 권합니다. 


셋째, '필사만' 하는 사람 많습니다. 옮겨 적고 정리했으면, 그것을 다시 읽는 작업이 이어져야 합니다. 필사하는 이유는 다시 읽기 위함입니다. 실컷 적어 놓고 한 번도 들춰보지 않을 거라면 무엇하러 필사를 하는 걸까요. 쓰기는 읽기를 전제로 합니다. 필사한 후에는 수시로 노트를 펼쳐 다시 읽고 내용을 새기는 시간 꼭 가져야 합니다.


넷째, 책이나 글을 베껴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 아래쪽에다 반드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등을 추가로 적으라고 강조합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작가가 쓴 글에 감탄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생각을 정립하기 위함입니다. 좋은 문장을 베껴쓰는 것도 나의 세계를 확장하기 위함이고요. 자신의 글을 쓰지 않을 거라면 필사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필사하고 내 글을 적었다면, 이제 그 글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야 합니다. 내 안에 아무리 훌륭한 생각 많아도,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잘난 척하기 위해 공개하란 소리가 아닙니다. 타인을 돕자는 의미지요. 내가 베껴쓴 문장,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 전함으로써, 또 다른 누군가도 나 못지않게 공감하고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선한 영향이란 이렇게 생겨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는 목적과 당위가 분명해야 합니다. 왜 하는지도 모른 채 남들 하니까 그냥 따라한다는 식의 행위는 성장과 발전에 아무런 도움 되지 않습니다. 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노트에 예쁘게 옮겨 적고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걸 보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는 정도라면,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 보길 권합니다. 


목적 의식도 없고 필요성과 절실함도 없는 일을 마구 시작하면, 오래 지속할 수도 없을 뿐더러 보람과 가치를 느끼기도 힘들 겁니다. 작심삼일 현상이 생겨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책을 고르는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필사하기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데요. 필사하기 좋은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람마다 읽는 수준이 다르고, 또 이해하는 정도도 다릅니다. 직접 서점에 가서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필사 효과와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필사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비슷할 거라고 추측합니다. 필사는 글쓰기 실력 향상에 도움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마구 베껴쓰지 말고,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요소 염두에 두고 차분하게 시작해 보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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