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장이 Feb 20. 2024

죽거나 혹은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은 계속된다

사랑하기를


평소 잘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소홀해지면 "사랑이 식었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매일 연락하고 챙겨주던 사람이 조금이라도 다른 태도를 보이면 예전 같지 않다고 서운해 하기도 합니다. 


'나'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 순간 보고 싶고, 맛난 음식 보면 같이 먹고 싶고, 어딜 가나 그 사람 생각 뿐일 때는 "사랑에 빠졌다"고 하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슬슬 그런 생각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뜨겁던 사랑 다 됐구나 느끼기도 합니다. 


사랑은 묘한 감정입니다. 때로 그 사람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겠다 싶을 만큼 활활 타오르다가도, 별것도 아닌 일로 죽자고 싸우는 것이죠. 죽거나 혹은 사랑에 빠지거나, 열병을 앓기도 하고요. 사랑은 계속된다는 믿음으로 노력하며 살기도 합니다. 또 화해하면서 눈물까지 흘리기도 했다가, 며칠 지나면 내가 미쳤지 하고는 서로 눈을 흘기기도 합니다.


저는 연애 전문가도 아니고, 사랑에 푹 빠진 경험 많은 사람도 아닙니다. 글쓰기를 포함한 인생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수많은 상담을 해왔고, 지금도 누가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줄 자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에 대해서 만큼은 어떤 말을 건넬 만한 자신이 없는 것이죠. 


"아내 때문에 속상해 죽겠습니다."

"남편 때문에 화가 납니다."

"오늘 또 싸웠습니다."

"이렇게 사느니 그냥 헤어지는 게 낫겠습니다."

"이제, 사랑이 다 식어버렸습니다."


누군가 제게 이런 하소연을 한다면, 제가 무슨 사랑꾼은 아니지만 감히 이렇게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라고 말이죠.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사랑이 다 식어버렸다는 사람들에게 사랑하라는 조언이 언뜻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네, 맞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사랑을 감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사랑이 느껴지면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이 식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랑하다'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 보면 '동사'라고 명확하게 정의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요. 명백히 동사입니다. 동사는 어떤 품사입니까? 주어 즉, 주체가 있어야만 하는 품사입니다. '사랑하다'라는 동사의 주체는 1인칭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죠.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첫 눈에 반한다는 그런 말도 있으니 감정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대부분 연인은 서로 만나고 챙겨주고 아껴주고 위해주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더 사랑에 빠집니다. 사랑할수록(동사), 사랑이라는 감정(감정 명사)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는 말입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말도 흔히 사용하는데요. 사랑이란 의미를 감정으로 해석하는 데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죽거나 혹은 사랑에 빠지거나 따위의 말이 나오는 이유도 모두가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사랑은 계속된다는 표현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을 계속한다'는 말은 잘 쓰지 않거든요. 


주체가 '나'인 동사는 행위를 함으로써 바꿀 수 있습니다. 노력하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사랑한다는 동사를 실천해야 합니다. 아끼고 챙겨주고 위해주고 봉사하고 헌신하고, 그 사람을 위해 마음을 내는 '동사'를 계속 행하면, 비로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게 되는 것이죠. 


사랑이 식었으면 사랑하면 됩니다. 사랑이 식은 이유를 하나하나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동사라는 것은, 사랑하는 노력의 주체가 '나'라는 뜻입니다. "죽거나 혹은 사랑하거나"라는 말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제 느낌이 좀 다르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주체가 '나'입니다.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단어와 품사에 예민합니다. 수많은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남여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묘사합니다. 서로가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은 흔치 않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사랑하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사랑이 식은 이들이 사랑을 계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사랑이 식으면 끝일까요? 아닙니다. 사랑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사를 끊임없이 반복하면 명사가 됩니다. '글을 쓰는' 동사를 거듭하면 '작가'라는 명사가 되듯이, '사랑하는' 동사를 계속하면 '사랑'이라는 명사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죠. 


'사랑하다'라는 말이 동사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가치입니다. 감정에 치우치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러나, 동사와 가치라는 개념으로 바꾸면 내가 주체가 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휘둘리지 않고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손발 오그라드는 주제라서 글로 쓸까 말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최근 들어 관계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대부분 사랑을 감정으로 여기는 탓에 일어난 일들이었습니다. 사랑은 동사입니다. 실천하고 실행하고 반복하면 부서진 마음 회복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식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사랑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했습니다. 우울하고 불행하다 푸념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그 말을 해주면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말이 씨가 된다, 슬기로운 말하기 습관 7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