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으로 살아가는 인생
라면 회사에는 신제품의 맛을 보고 판매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시음부서가 있다고 합니다. 미각이 발달되어 있어야 하고, 라면의 독특한 맛을 잘 분간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하겠지요. 그들은 음식을 함부로 먹을 수도 없고, 혀의 예민함도 유지해야 합니다. 라면 먹는 일만 하면 된다 싶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음식을 만드는 회사는 많고 다양합니다.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연구하고 고민합니다. 하루에 먹는 음식의 대부분이 수많은 이들의 머리와 손과 발의 노력이라는 생각을 하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노력과 수고를 통해 출시된 제품은 저절로 팔리는 걸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입맛을 사로잡는 연구 못지않게 눈과 귀를 현혹시킬 전략도 짜야 합니다. 광고 멘트, 모델 선정, 포스터 제작, 유통, 이벤트, 소비자 기호 조사, 평가단 활동, TV와 라디오 및 각종 온라인 플랫폼 광고 등 엄청난 돈과 인력을 동원해서 제품을 소비자에게 닿도록 합니다.
스마트폰의 경우는 어떨까요? 연구와 개발에 있어서는 더 말할 것도 없겠고요.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시 동네 한 바퀴만 돌아도 업체별 대리점 셀 수 없이 만나게 됩니다. TV를 5분만 틀어놓아도 휴대전화 광고를 두 번은 볼 수 있습니다.
옷, 운동화, 가전제품, 금융, 투자, 아파트, 학습, 온라인 플랫폼, 영화, 패키지 여행 프로그램, 의약품, 술 등등 수백 가지 제품의 광고가 우리에게 충동과 자극을 줍니다. 버틸 재간이 없지요. 화려한 시각적 효과와 감미로운 음악까지 더해져 살살 녹아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충동과 자극'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저거 한 번 먹어 보고 싶다는 충동으로 음식을 구입합니다. 필요에 의해 스마트폰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게 아니라, 최신폰을 갖고 싶다는 자극으로 돈을 쓰는 것이지요.
바람직한 삶을 위해서는 중요한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중요한 것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내 자신입니다.
충동과 자극은 내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습니다. 진실 여부와 전혀 상관없는 누군가에 대한 소문과 험담으로 시간을 보내지요. 끝없이 울려대는 문자와 카톡을 열어 보느라 손이 쉴 틈 없습니다. 두려움과 불안함이 주변에 가득합니다. 우울하다는 말을 일상처럼 내뱉고요.
의지와 열정 등 내적충동으로 화려하고 감미로운 외적충동을 극복해야 하는데, 이제는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외적충동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철학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어야 하고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충동과 자극에 휩쓸려 살아갈 수밖에 없을 테지요.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밤낮없이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하고 투자하는 그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가 짚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조건 버티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중심을 갖고 살아가자는 말이지요. '내'가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고객은 왕입니다!"라고 허리를 깍듯하게 숙이면서 사실은 그들이 왕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을 쥐고 흔들고 있으니까요.
마케팅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선택과 판단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혜롭고 현명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지요.
글쓰기/책쓰기 강의를 전문으로 합니다만, 인생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꺼냅니다. 작가와 강연가의 본질은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이지요. 저의 글과 말이 선한 충동과 자극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충동, 철학과 가치관을 가져야겠다는 자극. 물살에 떠내려가는 부목처럼 살지 말고, 물살의 방향과 속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어디로든 헤엄쳐 나아갈 수 있는 아쿠아맨처럼 살아야겠지요.
카톡보다 사람을 더 많이 살펴야 합니다. 유튜브보다 인생을 더 많이 봐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