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장이 Mar 09. 2024

경험, 스토리텔링, 글 쓰는 방법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머리로 쓰면 힘듭니다. 경험으로 쓰면 쉽습니다. 무대 위에 올라 수많은 청중을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뭔가 그럴 듯한 연설을 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떨리고 긴장 되고 불안하고 초조할 겁니다. 반면, 카페에 친구들과 둘러앉아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수다를 떤다고 상상해 보면, 뭐 별로 떨릴 것도 없을 테지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독자들에게 대단하고 멋진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당연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머리를 쥐어짜게 될 겁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며칠 전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각하면 한결 쓰기가 수월해지겠지요. 


문제는, 어제 또는 며칠 전 내게 일어났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지 않고 딱히 내세울 만한 메시지도 없다고 느끼는 데 있습니다. 엊그제 화성에 다녀왔다면 몇 달 동안 수다를 떨어도 얼마든지 할 말이 넘쳐날 텐데 말이죠. 우리네 일상이 남들 살아가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으니 그게 무슨 글이 되겠는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겁니다. 


최고의 글감은 경험입니다. 다만, 경험을 있는 그대로 쓰기만 하면 일기에 가까운 글이 되겠지요. 독자를 위한 글을 쓸 때 반드시 필요한 무기가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경험을 스토리텔링으로 전환하면 평생 멈추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풍부한 글감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에는 기본 요소가 있습니다. 주인공, 목표, 방해 요소, 극복하기 위한 노력, 절망과 좌절, 극복 및 정리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몇 가지 더 추가할 수도 있겠지만, 초보 작가는 이 여섯 가지 요소만 있어도 얼마든지 한 편의 글을 쓸 수가 있지요. 


예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어제 친구들 만나 점심도 먹고 대화도 나누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냥 친구들 만나 재미 있게 놀았다라고만 쓰면 단순한 일기 또는 별 메시지 없는 글이 되고 말겠지요. 하지만, 주인공과 목표 등 스토리텔링 여섯 가지 요소를 추가하면 참한 글이 될 수 있습니다. 


1. 주인공 : 나


2. 목표 : 친구들과 모처럼 만나 재미 있게 논다


3. 방해 요소 : 이제 봄이다 싶어 옷차림 가볍게 하고 나왔는데, 아직 겨울 날씨가 남아 있어 몸을 움츠릴 정도로 추웠다


4. 극복 노력 : 나 한 사람 때문에 분위기 망칠 수 없어서 내색하지 않고 어울렸다


5. 절망과 좌절 : 시간이 갈수록 점점 쌀쌀해졌고,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서 그냥 집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6. 극복, 결말, 정리 : 친구들이 카페 주인에게 히터를 좀 틀어달라고 부탁했다. 분위기를 망칠 거라 생각했었는데, 친구들 모두 나를 더 챙겨주었고 이후로 아무 일 없이 좋은 시간 잘 보냈다. 지레짐작으로 힘든 시간 보내기보다 솔직하게 표현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태도이다.


자, 어떤가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일상 경험을 한 편의 글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야기고 포함 되어 있고, 메시지도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어제 있었던 일을 글로 쓰는 것보다 경험을 스토리텔링으로 전환하여 순서 대로 쓰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여섯 가지 요소는 스토리텔링 글쓰기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다양한 방법과 요령을 터득하게 되고, 이를 반복 연습하면 글 쓰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잘 쓰고 못 쓰고 따지기만 하는데요. 지금은 잘 쓰는 것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많이 써 보는 게 훨씬 중요한 단계입니다. 


세상 모든 작가는 경험으로 글을 씁니다. 경험이 빠진 글은 공허하고 의심스럽죠. 독자는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에고 관심 있지만, 작가의 삶을 엿보고 싶어하는 욕구도 가지고 있습니다. 메시지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삶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고요. 


그럼에도 많은 초보 작가들이 자신의 일상 경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특별한 글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살아가는 방법은 이미 다 나왔습니다. 새로운 인생 방법은 없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메세지도 없을 수밖에요. 결국 나의 경험담으로 메시지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만이 우리 몫입니다. 


경험을 전할 때, 이왕이면 독자가 주목하고 호기심 갖고 공감과 응원을 하면서 받아들이면 더 좋겠지요. 스토리텔링이 바로 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이야기에 마음을 여는 존재입니다. 주례사에는 별 관심 없지만, 담임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에는 졸던 학생도 잠을 깹니다. 


경험과 스토리텔링, 글쓰는 방법 중 최고입니다. 초보 작가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방식을 한꺼번에 익히는 것보다는 한 가지씩 제대로 익혀가는 연습이 더 중요하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글쓰기 공부 최고의 방법, 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