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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Mar 14. 2024

책 읽고 인생 바뀌었다는 거짓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책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받습니다. 저는 책을 함부로 추천하지 않으며, 그런 요청을 받을 때마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직접 고르는 게 좋다며 정중히 거절합니다. 그냥 제가 읽은 책 중에 좋았다 싶은 몇 권을 말해주어도 될 텐데 굳이 딱 자르는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저에게 좋은 책이 그들에게도 좋을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양서에 비해 제가 읽은 책이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셋째, 정성껏 골라 추천해도 그들이 책을 읽지 않을 거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뀌는가? 적어도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심할 여지 없이 "Yes!"입니다. 다만, 이 포스팅을 읽는 사람 중에 '인생을 바꾸기 위해 책을 읽는' 독자는 없기를 바랍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책을 읽지 않는 한, 불과 몇 권의 책만으로 삶이 달라지는 일은 절대로 없기 때문입니다. 


글이라곤 거의 쓰지도 않으면서, 고작 책 한두 권 출간한 경험만 가지고서 글쓰기/책쓰기 관련 '모든 것'을 안다는 듯 강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수강생을 모집하는 광고를 SNS나 오픈채팅방에 올릴 때마다 문장이나 표현에 있어 초등학생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광고 문구 하나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세상입니다. 글쓰기/책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수강생 모집하는 글에 자기 실력이 담긴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어야 마땅하겠지요. 맞춤법, 띄어쓰기, 어휘 등 기본 문법조차 엉망인 상태로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같은 업계 사람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실력을 쌓은 후에 가르쳐야 합니다. '초보가 왕초보를 가르친다'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강사는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얕은 지식과 경험으로 곶감 빼먹듯이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배우겠다는 이들에게 피해만 주는 꼴이죠. 


"한 달에 천만 원, 수익화" 이런 표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경기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하는데, 수익화를 통해 한 달에 천만 원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니 서민들의 눈과 귀가 팔랑거릴 수밖에요. 


한 달에 천만 원 벌고 있는 거 맞나요? "매달 천만 원씩" 벌 수 있다는 얘기 맞습니까? 혹시, "어쩌다 한 달에 천만 원 벌 수도 있다"는 뜻은 아닌가요? 저는 사업에 실패하고 감옥에 다녀왔습니다. 죄명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입니다. 갚지 못할 상황에서 갚겠다 약속하여 돈을 빌렸다는 뜻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한 달에 천만 원, 수익화" 광고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재판을 받아야 할 겁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직장인 월급 정도로는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장만하기 힘들고, 아이들 학원비 내느라 고기 반찬 한 번 시원하게 못 먹는다는 사람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한 달에 천만 원, 수익화" 따위 광고를 접하면 솔깃하지 않겠습니까. 약하고 없는 사람들을 현혹하는 그들의 멱살을 잡고 싶습니다. 


고작 책 몇 권 읽고는 독서가 인생을 바꾼다고 큰소리치고, 매일 쓰지도 않으면서 글쓰기 전문가인 것처럼 광고하고, 어쩌다 한 달 돈 좀 번 걸 가지고 매달 천만 원씩 벌 수 있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고. 


서평가 이현우가 쓴 <책을 읽을 자유> 프롤로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여러 권'입니다. 우리가 좀 '덜 비열한 인간'이 되거나 더 나아가 '비열하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라면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의 책, 다수의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의 해석을 확장해 봅니다. 책에 대해 떳떳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멈추지 않고 독서를 해야 하고요. 글쓰기/책쓰기에 관한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매일 꾸준히 글을 써야 합니다. 성공팔이도 제대로 하고 싶으면 공부하고 노력해서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이 되는 노하우와 공식을 정립해야 하는 것이죠. 


온라인 시대입니다. 말과 글이 전부인 세상이지요.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말과 글만 뺀질하게 하면 뭐라도 할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고요. 둘째, 한 마디 한 줄 우습게 여기면 무너질 수 있다는 무서운 진실이기도 합니다. 


'전청조 사건' 다들 아시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면, 자신조차도 그것이 거짓말인 줄 모르게 됩니다. 과장이나 허풍도 마찬가지입니다. 습관적으로 말을 부풀리면, 나중에는 자신이 '진짜'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혼란스럽고 위험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네, 맞습니다. 다른 사람 말이나 글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자기 중심을 잡는 방법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성찰하는 시간 가져야 합니다. 한 마디로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리할 수 있겠지요.


세상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두 번 다시 남 속이지 않고 살겠다 혀를 깨물었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군요. 당당합니다. 눈치 볼 일 없습니다. 속이고 과장하고 허풍 떨고 거짓말하는, 이런 거 없으니까 사는 게 가볍고 신납니다. 털끝만큼도 변명이란 걸 하지 않아도 되는 인생. 있는 그대로 읽고 쓰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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