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 끝없는 비교

남의 인생을 엿보는 시간

by 글장이


며느리 둘 다 의사란다.
팔공산 인근에 땅을 샀다는구나.
아들이 돈을 잘 벌어서......

친구를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온 아버지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십니다.


'자식 비교'를 하시는 건 당연히 아니겠지요. 그냥 하는 말씀일 테지만, 아내와 저는 듣기가 불편했습니다.


아내는 의사가 아니고, 저도 땅을 살 형편은 못 되거든요.


아버지의 말씀 곳곳에 부러움이 가득 묻어났습니다.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의 말을 빌자면, 중국인과 일본인은 일상 생활 습관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중국인은 없이 살아도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요. 일본인은 누구를 만나든 실속을 먼저 차린다고 합니다.


중국 사람은 대접을 하고 대접 받는 것을 귀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자신의 모습을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애를 쓴다고 하네요.


반면, 일본인은 여러 명 모여 식사를 할 때 누군가 한 사람이 계산을 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합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것이 바람직한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나친 허영심은 남들과의 비교를 멈출 수 없게 만듭니다. 친구가 차를 사면 나도 사야 하고, 친구가 최신 스마트폰을 사면 나도 사야 합니다. 자신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죠.


실속만 차리는 것도 썩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 관계가 비즈니스는 아니지요.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으면 밥 한 끼 사 줄수도 있고, 또 내게 좋은 일 생기면 축하를 받을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실속이라는 그럴 듯한 말 때문에 따뜻한 온정마저 잃어버리면 차가운 세상이 되고 말겠지요.


수준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버는 사람은 100만원에 맞게 지출과 소비를 해야 합니다.


아무리 갖고 싶고 누리고 싶어도 자신에게 과분한 일이다 싶으면 절제할 줄 알아야지요.


현재의 모습에 어울리는 생활 태도를 갖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당장 우리 집만 돌아보아도, 구입해 놓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 천지입니다. 남들이 좋다 하니까, 남들이 다들 샀다 하니까, 딱히 절실하지도 않으면서 마구 구입했던 물건들이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허영심은 과소비와 연결됩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낭비지요. 돈만 낭비하는 게 아닙니다. 인생도 함께 허비하는 것이죠.


허영심의 치명적 약점은, 그 끝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끝도 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살게 됩니다. 어디를 가든 나보다 나은 놈 있게 마련이거든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겉모습만 흉내내려 하니 다리가 찢어질 수밖에요.


수입차 타고 다녔습니다. 이태리 소파를 들였고, 대리석 식탁을 썼습니다. 돌이켜보면, 썩어빠진 정신 상태로 살았던 제 모습에 몸서리를 치게 됩니다.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오늘 같은 날에는 일본인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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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연세는 올해 여든 둘입니다. 한평생을 다 살아도 허영심과 비교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버지 바람을 이뤄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겠지만, 이제는 태연하게 듣고만 있습니다.


먹고 살 만하고, 가족 건강하고, 하는 일 잘 되고, 가정에 불화 없고...... 여기서 더 바라면 욕심이고 집착이지요.


남은 삶에서 어렵고 힘든 순간 또 만나겠지만, 그럴 때마다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합니다.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을 엿볼 때마다 조급하고 초조해질 때가 많습니다. 허나, 아무리 그럴 듯한 사진과 일상을 올리는 사람이라도 나름의 고민과 근심은 안고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은 우리 안에 가득한 허영심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맥북 하나에 지극히 흐뭇하고, 점심에 칼국수 끓여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침이 고입니다.


부러워할 게 뭐가 있고 조급할 게 무어 있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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