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장이 Mar 17. 2024

생각의 속도를 늦추는 순간

하루, 한 편, 하나


책을 쓰려는 초보 작가들의 생각 상태를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맨 처음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어떠한 계기로 나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생각은 점점 구체적으로 바뀌고, 어느 순간 책을 쓰기 위한 '시작'을 하게 되지요. 강의를 듣거나, 혼자 관련 도서를 읽으면서 말이죠.


설렙니다. 뜨겁습니다. 이제 막 시작을 했을 뿐인데, 마음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릅니다. 한 줄도 쓰지 않았지만, 이미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누구나 이런 열정으로 시작하니까요.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막상 첫 번째 꼭지를 쓰기 시작하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메시지는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구성은 어떻게 잡아야 할지 등등 모든 게 막막하기만 하지요. 몇 줄 쓰다 보면, 이렇게 써가지고 과연 작가가 될 수나 있을까 회의에 빠지고 맙니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비슷한 현상을 겪습니다. 생각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책 한 권은 거대한 작업입니다. 작은 작업들의 조합이기도 하지요. 생각이 책 한 권에 가 있는 사람은 부담스럽고 조급하고 답답하기 일쑤입니다. 아파트 완공할 생각만 하고 있으면 벽돌 한 장 나르는 과정에 결코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책쓰기는 한 꼭지 쓰기에서 출발합니다. 글 한 편은 한 문단 쓰기에서 시작합니다. 책을 쓰는 건 힘들지만, 글 한 편 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요. 글 한 편 쓰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한 문단 정도 쓰는 건 누구나 가능합니다. 세상 어떤 퍼즐도 한꺼번에 맞추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나의 조각! 그것이 퍼즐 맞추기의 전부입니다. 


책을 쓰고 싶다면, 생각의 속도를 늦추어야 합니다. 오늘은 한 편의 글만 쓰면 됩니다. 하나의 문단에서 시작하면 충분합니다. 있었던 일을 적고, 느낌과 감상을 적은 후, 세상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메시지를 뽑아 정리하는 것이죠. 책을 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책 한 권 쓰려고 했다가 실패 많이 했습니다. 좌절하고 절망했지요. 저의 생각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 후로 저는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만 '책쓰기'를 생각하고, 그 다음부터는 매일 쓰는 글에만 집중했지요. 여덟 권 출간했고, 지금도 아홉 번째 원고를 다듬고 있습니다. 


3월 26일 화요일. 오전과 야간, 2회에 걸쳐 "책쓰기 무료특강" 진행합니다. 하루에 글 한 편 쓰는 확실한 방법과 요령에 대해 시연하며 강의할 예정입니다. 책을 쓰려고 마음먹었지만 아직 이렇다할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거나, 기획안만 걸쳐 놓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는 사람 있다면, 이번 특강이 큰 도움 될 겁니다. (신청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3378979376)


제 블로그에 6,500편 넘는 포스팅이 발행되어 있습니다. 매일 일기 씁니다. 독서 노트도 매일 기록합니다. 습작도 하고 책 집필도 합니다. 하루에도 여러 편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실력? 능력? 그런 거 전혀 아니고요. 지극히 단순하고 명확한 방법과 습관 덕분입니다. 싹 다 공개할 작정입니다. 이번 기회 절대로 놓치지 마세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누구나 마음이 급해지게 마련입니다. 헬스 클럽 가서도 무조건 두세 달만에 몸 빵빵하게 만들고 싶고요. 스피치 배우러 가서도 하루아침에 무대 위에서 멋진 연설을 하고 싶어집니다. 피아노나 기타 등 악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한 것은, 세상 어떤 일도 '쉽게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지요. 이 진리를 외면하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하기 힘듭니다. 모든 성취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약간의 요령이나 기술 정도는 배울 수 있겠지만, 하루아침에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자신에게 시간과 노력을 허락해야 합니다.


글쓰기/책쓰기 분야도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 어떤 작가도 '책'을 쓰지는 않습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쓸 뿐이죠. 오늘 쓰는 글이 언젠가 출간하게 될 책의 소중한 한 부분이 될 겁니다. 책을 생각하고 서둘러 글을 쓰면 부족하고 모자란 출판물이 될 뿐이고요. 오늘 쓰는 글에 집중하고 정성 담으면 더 없는 귀한 책이 될 겁니다. 


맨 처음 감옥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천지분간도 못한 채 '작가'라는 타이틀에만 정신 다 빼앗겼지요. 지금 생각해도 쥐구멍 찾고 싶습니다. 그 안에서 다섯 권 분량의 원고를 완성했지만, 모조리 접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마구 휘갈긴 원고를 책으로 내는 건 앞으로 영원히 고개 들지 못할 짓을 저지르는 것 같았거든요. 


생각의 속도를 늦추었습니다. 낮에는 막노동 현장에서 일을 하고, 새벽과 밤 시간을 이용해 하루 한 편씩 정성껏 글을 썼습니다. 글솜씨가 팍팍 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급하게 썼을 때와 비교하면 충분히 떳떳했습니다. 


온라인 세상입니다. SNS 시대입니다. 급하고 빠릅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입니다. 뭘 하든 길어야 한 달이면 다 된다고 합니다. 무슨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싶습니다. 한 달만에 다 이룬다고 광고하는 사람은 많은데, 한 달만에 다 이뤘다는 검증을 해주는 사람은 보기 힘듭니다. 그런 일이 있을 리 없지요. 현혹될 필요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나아갈 길을 묵묵히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것만이 최선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배우고 공부하고 연습하는 과정이야말로 자기 삶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길입니다. 고작 글 한 편, 별 것 아니라 여겨지는 이 일을 통해 책도 내고 작가도 되는 것이지요.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목표를 작게 쪼개면, 그래서 매일 조금씩 하나하나 이뤄가면, 결국 인생도 참해지는 것이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문제의식, 질문, 그리고 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