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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Mar 24. 2024

흉내 내기가 최고입니다

인생에는 멘토가 필요합니다


막막했습니다. 작가와 강연가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은 했는데, 쓸 줄도 몰랐고 강의하는 방법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배울 만한 상황이 되었더라면 당장이라도 달려갔을 텐데, 두 번째 삶을 결심했을 때 저는 감옥에 있었거든요. 꽁꽁 묶인 상태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려니 답답한 점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때 제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흉내 내기'였습니다. 다산 정약용과 토니 라빈스를 스승으로 삼았습니다. 대단한 방법이라 여겼던 게 아니라, 그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 때는 다산 정약용을 떠올렸고, 강의 연습을 할 때는 토니 라빈스를 따라했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책을 읽어 보면, 그는 글을 쓸 때마다 항상 백성을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을 쓰는 이유가 곧 백성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죠.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것이지요. 


토니 라빈스의 책을 읽어 보면, 그가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상당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가 강의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거든요. 감옥에 있었으니 유튜브 따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글에 녹아 있는 그의 열정을 익히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먼저 주제를 정했습니다. 돈 욕심만 부리다가 사업에 실패한 후 인생 모든 것을 잃은 경험, 그럼에도 다시 살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았다는 사실, 새로운 삶을 위해 글을 쓰고 책을 읽은 이야기. 제가 겪은 모든 경험과 생각과 인생 철학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시작할 때는 '그냥'이라는 말을 강력하게 적용했습니다. 어차피 글 쓰는 능력 형편없고, 또 시작하는 요령 같은 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민하고 걱정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어서, '그냥' 시작하기로 결단을 내렸던 겁니다. 


일단 시작한 후에는, 수시로 다산을 떠올렸습니다. 글 쓰다 막혀도 다산, 쓰기 싫고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다산, 책 출간해서 다시 돈 많이 벌겠다는 욕심이 스물거릴 때에도 다산. 한 번 만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다산 정약용을 글쓰기 선생으로 모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쓸 수가 있었던 거지요. 


강의 연습을 할 때는 토니 라빈스를 떠올렸습니다. 말하는 속도를 빠르게 했습니다. 책에 적혀 있는 토니의 글을 보면, 그 속도가 대단히 빠르게 느껴졌거든요. 또 한 가지는 자신감입니다. 제 생각에는, 거대한 바위가 토니 라빈스의 삶을 가로막는다 해도 얼마든지 뚫고 지나갈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제 삶을 빗대어 봤을 때, 토니의 자신감을 부럽기 짝이 없는 태도였지요. 흉내 내기로 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바에 대해서만 쓰기로 했고, 알고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토니 라빈스의 자신감을 장착했던 것이지요. 


처음에는 빈약했습니다.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자신감 갖고 써도 그 분량이 채 몇 줄도 되지 않았거든요. '자신감 있게 많이 쓰고 싶어서' 독서를 빡세게 했습니다. 1년 6개월 동안 책을 손에서 놓은 적 없습니다. 똥 쌀 때도 책 들고 읽고, 잠자리에서도 엎드려 책을 읽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제가 아무리 다산처럼 글을 쓴다 해도, 제가 다산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열정적으로 자신감 갖고 강의를 해도 토니 라빈스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 슬슬 '나만의 방식'을 창조해 흉내 내기 위에다 얹을 때가 된 것이지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도 어쩔 도리가 없는 부분이었죠. 우리나라 현대인들의 사고방식도 다산 때와 달라고 미국 사람들과 달랐습니다. 저 나름대로 '쉽고 똑 부러지는'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핵심 내용만 골라 사람들 귀에 쏙쏙 박히는 강의를 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었고요.


[자이언트 북 컨설팅]이라는 일인기업을 만들어 지금까지 595명 작가를 배출했습니다. 저 자신도 여덟 권의 개인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다산과 토니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성과지만, 바닥에서부터 출발해 지금에 이른 제 삶을 돌아보면 기적이란 말 외에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지경입니다. 


다산과 토니를 흉내 내면서 글도 쓸 수 있게 되었고 강의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막막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두 사람은 제게 멘토 이상의 존재이며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 지울 수가 없습니다. 꿈에서라도 만나면 두 손 꼬옥 잡고 안고 싶은 심정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할 때는 누구나 막막하고 두렵습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이룬 사람을 찾아 멘토로 삼으세요. 그런 다음, 책과 강의를 통해 멘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흉내 내는 겁니다. 흉내를 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자존심 상하는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배우지 않고 공부하지 않는 태도가 쪽팔린 것이지요. 


개인의 뇌는 성장 과정에서 어느 정도 굳어져 있습니다. '내가 바로 나다!'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멘토와 스승의 글과 말을 계속 접하면서 흉내를 내면, 비로소 단단해졌던 삶의 방식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도입했을 때, 그리고 그것이 이전보다 낫다는 확신이 들 때, 그 기쁨과 희열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창조는 어렵고 힘듭니다. 흉내 내기와 보완, 그리고 업그레이드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익숙함 다음에 오는 기술이지요.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새로운 아이디어도 발상 착상 되는 겁니다.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데 무슨 좋은 생각이 떠오르겠습니까. 


자기 생각을 고집하는 초보 작가들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글을 쓸 줄도 모르면서 자기만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수학 공부 시작하는 아이가 "구구단이 뭐가 중요해요? 그냥 시험만 잘 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눈 동그랗게 뜨고 따지는 태도와 같습니다. 우선은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공부하고 학습하고 흉내를 내면서 기존 지식을 제대로 자기 것으로 만든 후에, 그 때 가서 자기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정립해도 늦지 않습니다. 


책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서점 가서 두루 살피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멘토를 정해 보길 권합니다. 그런 다음, 멘토가 쓴 책과 유튜브 강연을 샅샅이 찾아 읽고 보고 연구하는 겁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말을 하며 어떻게 행동하는가 유심히 관찰합니다. 


목표 정하고, 계획 세우고, 실행합니다. 모든 과정에서 멘토를 흉내 내면, 일정 수준 이상까지는 금방 도달할 겁니다. 이후로 자기만의 특성을 얹어 추가로 개발하면 더 없는 성공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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