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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Mar 25. 2024

비싸게 주고 샀다, 분하다 우쒸!

바가지 쓰고 있지는 않습니까


넥타이를 샀습니다. 4만 5천 원 줬습니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가격을 조회했더니 3만 2천 원이었습니다. 그냥 온라인으로 주문할 걸. 후회 막심했습니다. 돈 몇 푼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똑같은 제품을 더 싸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싸게 주고 산 저 자신이 얼빵하게 느껴진 것이지요. 


예전에도 비슷한 경우 많았습니다. 집 근처에 대형 마트가 세 곳이나 있는데요. 과일 가격이 모두 다릅니다. 생산지 다르고 크기도 제각각이니까 가격이 다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미식가도 아닌 제 입맛으로는 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왕이면 싸게 주고 사는 게 좋습니다. 꼭 사고 나면 더 싼 게 눈에 띕니다. 후회해도 소용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제 생각과 같을 겁니다. 똑같은 제품을, 비슷한 음식을, 싸게 살 수 있는데도 비싸게 산 경우 후회를 하거나 속상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을 테지요. 일부러 비싼 값을 지불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경제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 정도의 값을 지불할 의미가 있는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넥타이 하나 과일 하나 가격에도 이토록 '분하고 억울'한데, 그것이 만약 인생 낭비라면 기분이 어떨까요. 


속상하고 화 나는 일 수시로 생깁니다. 그런데, 과연 그 일에 그 만큼의 에너지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요. 백 원 정도의 감정일 뿐인데, 실제로는 만 원 십만 원씩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봅니다. 넥타이나 과일을 비싼 가격에 구입했을 때보다 훨씬 더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집니다.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 굳이 그렇게까지 속상할 일 아니었다는 사실. 며칠만 지나면 알 수 있습니다. 5년 전에 화를 냈던 일은 아예 생각조차 나질 않고요.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 또 별 것도 아닌 일로 마음을 다치고 말았지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합리화를 하는 습성 가지고 있습니다. 충분히 화를 낼 만한 일이었어. 당연히 속상하지 않겠어? 누구라도 기분 나빠 할 만한 일이야! 라고 말이죠. 


그 순간에는 합리화를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또 후회를 합니다. 그러면서 다음에 비슷한 일 생기면 또 화를 내고 속상해하고요.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계속 되풀이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지요. 


백 원밖에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천 원 만 원 지불하고 있으니 이보다 바보 같은 짓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현명하고 지혜로운 소비를 해야 합니다. 화를 내더라도 딱 백 원어치만. 속상하고 짜증 부리더라도 딱 백 원어치만. 그 이상 에너지를 쓰는 것은 나 자신을 호구로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입니다. 


백 원 정도 가격에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을 매일 몇 개씩 만 원씩이나 주고 사는 사람 있다고 칩시다. 그런 사람이 가족이거나 소중한 존재라면 그냥 두고 보기만 할 겁니까?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겁니다. 


농사 짓고 밭 갈던 시절에는 땀을 흘릴 정도의 육체노동을 거의 매일 했었지요. 그러나, 요즘은 특별한 직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사람 훨씬 많습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까 마음 속에 온갖 잡념과 걱정과 근심이 가득 차게 된 것이지요. 


그냥 두면 낫겠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관심 가지고 적극 노력하지 않으면 점점 더 심해집니다. 중독은 항상 '괜찮다'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정도가 심해지면 나중에는 고치기 힘든 상황에 이르게 될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쓸데없는 감정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습관 뿌리 뽑아야 합니다.


첫째, 지금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감정 상태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죠. 다른 사람 인생에 관심 가지느라 자신에 대해 무심한 이들 많은데요.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기 감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무슨 행복을 논하겠습니까. 


둘째, 감정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잘 모르겠다 하더라도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 정도는 해야 합니다. 세상은 인과의 법칙으로 작동합니다. 내가 무슨 감정을 느꼈다면, 필시 그 원인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셋째, 감정도 알고 원인도 파악했다면, 이제는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원인이 밝혀졌다면 대안도 안다는 뜻이지요. 문제는, 해결책을 뻔히 알면서도 실행하는 걸 꺼려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습성에 젖어 변화하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명심하세요! 지금 우리는 쓸데없이 낭비하는 감정 에너지를 모아 더 나은 인생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사실을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반드시 해내야만 합니다. 


넷째, 걱정과 근심이라는 감정도 결국은 에너지입니다. 다른 곳에 활용할 만한 힘이 된다는 뜻입니다. 시험을 못 치면 어쩌나. 걱정하는 에너지를 공부하는 데 쓰면 됩니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독자들이 뭐라 하면 어쩌나. 걱정에 쓰고 있던 에너지를 모아 책 읽고 공부하고 연습하는 데 써야 합니다. 


다섯째, 부정적인 감정도 습관입니다. 오랜 시간 굳어져온 습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요. 자신에게 시간을 허락해야 합니다. 헬스클럽 하루이틀 다녀왔다고 해서 근육 생기지 않습니다. 영어공부 사흘 했다고 귀가 뻥 뚫리는 것도 아니지요. 100일이 걸릴 수도 있고 500일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습하고 훈련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에 쓰고 있는 에너지 낭비를 막아내야 합니다.


돈도 중요하지만, 감정이 더 소중합니다. 돈 몇 푼 날린 것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감정 낭비로 괴롭고 아파했던 기억은 돌이킬 방법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그런 때는 아파하고 슬퍼하는 것이 마땅하지요. 문제는, 툭하면 아프다 하고 슬프다 하고 괴롭다 하는 것이지요. 


이왕에 감정을 낭비할 거라면 좋은 쪽으로 해야 합니다. 기뻐하고 감탄하고 감동하고 놀라고 전율을 느끼는 것이죠.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고, 별 것도 아닌 일에 감동해야 합니다. 긍정의 감정에 바가지를 씌우는 일은 적극 권장할 만합니다. 억만금을 주고라도 구입해야만 하는 보석 같은 가치입니다. 


걱정, 근심, 불평, 불만 등의 감정은 주변 사람들 에너지까지 빼앗아갑니다. 사회악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더 심각한 사실은,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의 반응을 지극히 정상적으로 여기며 합리화 한다는 사실이지요. 잘못되었음이 분명한데도 그걸 옳다고 우기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게다가, 자신이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각성해야 할 때입니다. 


감정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면 삶의 전반적인 부분이 좋아집니다. 우선,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요.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니까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모이게 됩니다. 좋은 일 자주 생기니까 긍정적인 감정을 점점 더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선순환이 계속되면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상의 기쁨을 만끽할 수가 있는 것이죠. 


극도로 부정적이었고 화를 잘 냈으며 거의 모든 일에 불만이었던 저는, "넌 안 돼!"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심지어 가족까지도 제가 바뀔 거라는 사실에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달라졌습니다. 세상에 기적이란 게 존재한다면, 저 같은 사람의 인생을 두고 하는 말 아니겠는가 매 순간 생각합니다. 


저 같은 사람이 달라졌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걱정, 근심, 불평, 불만 모두 줄이거나 없애고 기쁨, 환희, 용기, 자신감, 희망, 웃음, 적극, 진취, 감동, 감탄, 전율 등의 감정으로 마음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좋은 일 생겨서 좋은 감정 느끼는 게 아니라, 좋은 감정 느껴서 좋은 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끝내준다!"

오늘 하루, 이 말을 백 번쯤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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