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걷어붙여야
대체 공휴일이지만 문을 연 병원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전 진료 하는 곳들이 몇 군데 있다는 걸 인터넷 조회 통해 알 수 있었지요. 일단 돌아다녀 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운동 다니는 헬스클럽 바로 맞은편 정형외과가 진료중이었습니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립니다. 그냥 낫겠거니 하고 지냈는데, 갈수록 증상이 심해졌습니다. 아파 죽겠다 정도는 아니지만 글 쓰면서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예전에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디스크로 큰 수술을 받은 적 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걱정을 하고 있었지요.
치료야 어떻게 하든 원인이라도 정확히 알고 싶었습니다. 의사와 상담 후에 엑스레이 찍고 결과를 기다렸지요. 컴퓨터 모니터에 사진을 올려놓은 채 의사가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골반에도 큰 문제 없고, 다리에도 아무 이상 없습니다. 허리에도 디스크나 협착 등의 문제는 없고요. 다만, 평소 자세가 나쁘신 모양인데요. 일반적으로 사람 척추가 활처럼 휘어야 정상인데, 지금 환자분 척추는 일직선에 가깝습니다. 상당히 경직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양반다리 오래 하거나 스트레칭 전혀 안 하는 사람의 경우 이런 현상이 생기곤 합니다."
결론은, 당장은 아무 문제 없지만 앞으로도 나쁜 자세 계속 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뜨거운 찜질로 물리치료만 받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집까지 오는 길에 발걸음이 어찌 그리 가벼운지요. 병원 갔다가 아무 이상 없다는 결과 들으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자세 좀 신경 써야겠습니다. 인생 살아가는 태도에 집중하느라 몸 자세 챙기는 걸 소홀했습니다. 양반다리로 앉아 글 쓰고 책 읽어야 하니 30분마다 일어서서 스트레칭을 해야겠습니다.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원인을 제대로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와 고민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살다 보면 별 일 다 생기게 마련이지요. 어쩌면 인생이란 문제와 고민을 만나고 풀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만나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맞습니다. 가장 먼저 원인부터 정확히 밝혀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해결책에만 집중합니다.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급급하면, 다음에 똑같은 문제를 또 만나게 됩니다. 눈앞에 닥친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만 연연하면 머지않아 비슷한 고민을 또 갖게 되는 거지요.
나에게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이렇게 질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미라클 모닝 도전에 실패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늦게 잠드는 습관, 일찍 일어나야 하는 절실한 이유의 부재,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상태, 무리한 기상 시간 설정 등 사람마다 근본적인 이유가 다 다를 겁니다. 무조건 목표 세우고 도전하기만 할 게 아니라, 실패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글 쓰기가 어렵고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분 많은데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왜 그렇게 글 쓰는 일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가 원인부터 밝히는 것이죠. 문법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싫어할 수도 있고, 독서를 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책 출간만 생각하는 허영과 욕심 탓일 수도 있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바꾸면, 원인만 제대로 알면 모든 문제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 되겠지요.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이유, 아내가 잔소리를 하는 이유, 아이들이 제멋대로 구는 이유, 연인 사이가 소원해진 이유, 내 마음이 우울한 이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이유...... 명확한 원인과 이유를 밝히는 데 에너지를 써야 헛수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을 수 있지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그 원인과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때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어찌 해야 할까요? 원인과 이유를 제대로 찾아야 문제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했는데, 원인과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세상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하면,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일도 있게 마련입니다. 원인과 이유를 밝힐 수 없다는 것은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란 뜻입니다. 그런 문제와 고민을 계속 껴안고 있는 것은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내려놓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문제라 해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가장 힘들고 아픈 것은 나 자신입니다. 자기계발 열풍으로 인해 우리가 마치 모든 문제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하는데요. 냉철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인생에는 엄연히 두 가지 구분되는 일이 있습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결할 수 없는 일.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요? 어디에 에너지를 몰아써야 삶이 더 좋아질까요? 당연한 얘기지요. 내 힘으로 통제 가능한 일에만 신경을 쓰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더 나은 인생을 만듭니다.
원인을 몰랐을 땐 혹시 또 수술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그렇게 되면 강의 일정은 다 어찌해야 할까, 또 앞으로 글을 쓰기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등등 별 걱정과 염려를 다 했습니다.
병원 가서 사진 찍고 의사와 면담하여 정확한 원인을 딱 알고 나니까 속이 후련합니다. 원인을 알지 못하면 괜한 걱정과 부풀려지는 근심으로 불행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원인과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나면 현실을 직시할 힘이 생깁니다.
왠지 다 나은 것 같습니다. 파스 한 장 붙이고 글 씁니다. 중간에 두 번 일어서서 스트레칭 했습니다. 뻐근했던 허리가 후두둑 소리를 내며 펴지는 듯합니다. 계속 쓸 수 있어서, 계속 강의할 수 있어서, 계속 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합니다. 이 모든 것이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원인 찾아 나선 덕분입니다.
문제와 고민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뉠 뿐이죠. 팔을 걷어붙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