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에 감사하라는 당연한 소리

몸이 아프니까 별 생각이 다 든다

by 글장이


몸이 아플 때 감정은 단계별로 변화하게 됩니다. 1단계는 부정입니다. 아닐 거라고 우겨 보는 거지요. 2단계는 분노입니다. 왜 하필이면 내가! 3단계는 회피입니다. 현실을 부정합니다. 4단계는 수용입니다. 고통을 받아들입니다. 마지막 5단계는 자기성찰입니다.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5단계에 이르렀나 봅니다. 지난 삶을 돌아봅니다. 상처를 준 적도 많았고, 상처 받은 일도 적지 않습니다. 화를 내며 원망한 때도 있었고,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가 우겨 보기도 했습니다. 내 몸이 아프니까, 과거 그토록 바득바득 이기려 애썼던 시간들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치열하게 살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야 한다고 작정하고 살았습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했구나 싶어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몸이 아프지만 않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문제는, 지금 이 고통이 지나고 나면 또 욕망에 휩싸여 분별없이 질주할 거란 사실이지요.


부모님 살아계시고 가족 건강합니다. 몸 뉘일 집 있고, 하루 세 끼 걱정 없으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갑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50년 걸렸습니다. 자꾸만 더 바라기만 한 탓에 이미 제게 온 것들에 대한 감사를 잊어버린 채 살았습니다. 제 인생에 미안합니다.


뜨거운 커피 한 잔만 마실 수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먹고 싶은 음식 모두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도 뭐가 그리 모자란 듯 살고 있는 걸까요. 누추하더라도 내 사무실 하나 갖고 싶었는데,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또 무언가를 더 바라고 있습니다.


사람 욕심 끝이 없다 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저는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무슨 개미지옥도 아니고, 신이 있다면 저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 분통을 터트릴 것만 같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인생인데, 얼마나 다행스러운 인생인데. 꽤 오랜 시간 동안 감사와 축복을 잊고 산 것 같아 죄책감마저 듭니다.


몸이 무너지니까 마음까지 약해진 것 같아 글을 씁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원하는 것들에만 집착하느라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놓쳤던 것이지요. 몸이 아파도 할 말이 없습니다. 어쩌면 이런 지경에 이른 모든 책임이 저 자신에게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일은 물리치료도 받고 테이핑치료도 받기로 되어 있습니다. 부지런히 치료 받고 운동도 하면서 약해진 몸을 회복하는 데 온힘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직 제겐 희망이란 게 있고, 또 이렇게 여전히 글을 쓸 수 있으니 말이죠.


몸이 아프다는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던 과거의 제가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사람이 몸이 힘드니까 모든 걸 놓게 되네요. 의욕도 없고 입맛도 떨어지고. 왜 아픈 사람들이 우울증 걸리는지 알겠고, 왜 그들이 삶의 의욕을 잃는지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다. 잃고 나면, 아프고 나면, 무너지고 나면, 지나고 나면, 모든 순간은 돌이킬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순간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돌아보며 진심 다해 감사하기를 바랍니다.


걸어도 다리가 아프지 않고, 글 써도 팔이 저리지 않고, 잠잘 때 온몸에 통증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이란 사실을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저처럼 아프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모든 순간을 즐기고 기뻐하고 누릴 수 있기를 권합니다.


인생 속속들이 상처와 아픔 없는 사람 누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내 몸 하나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무수히 많은 일을 할 수가 있고,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축복인가에 대해서도 꼭 짚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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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잘 몰랐나 봅니다.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게 해주기 위해 5월, 이 좋은 날에 무너졌나 봅니다. 몸이 좀 안 좋은 상황인 것뿐인데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번에 겪는 이 아픔을 잊어버리는 일은 없을 거란 사실입니다.


가진 것에 감사하라는 당연한 소리가 오늘따라 절실하게 들립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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