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면 그냥 안 쓰는 거다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 중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이야기하는 이가 많습니다. "제 인생은 말이죠."라고 시작해서 어렸을 적 상처부터 인생 온갖 우여곡절 늘어놓는 사람 허다합니다. 자기 삶이 평탄치 않았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이죠.
그런데, 막상 이런 사람들에게 글을 한 번 써 보라고 하면 도무지 시작을 하지 않습니다. 바쁘다, 아프다, 정리가 덜 됐다, 구상중이다 등등 다양한 핑계와 변명을 대면서 시간을 끌기 일쑤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살아오면서 온갖 일 다 겪었다고 하는 그들이 왜 막상 쓰라고 하면 미루거나 손을 대지 못하는 걸까요? 9년째 [자이언트 북 컨설팅]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요. "쓸 거리가 넘쳐난다"는 사람들이 쓰지 못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자기 인생 이야기를 거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써 본 경험이 부족하니까 글솜씨는 없는데, 일단 쓰면 대단하고 멋진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것이죠. 참으로 기구하다 생각하며 살았던 인생인데 막상 글로 쓰려니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겁니다.
둘째, 자기 삶의 모든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탓입니다. 글을 쓰려면 주제와 핵심 메시지가 뚜렷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 이것이 명확하게 정해져야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모두 다 중요한' 사람은 글 쓰기 힘듭니다. 우선순위가 정해지지 않으면,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인생이 되어버립니다.
셋째, 요약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장황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대하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도 없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결하게 요약할 줄 알아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한 줄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넷째, 있는 그대로 쓰지 않고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려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자존감이 낮은 탓이죠. 자기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어야 하는데, 멋진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겉치레에 사로잡혀 '잘 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실행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쓸 수 있다, 쓰면 된다, 쓸 것이다"와 같은 말들은 글쓰기와 아무 상관 없습니다. "썼다, 쓰지 않았다" 글쓰기에는 이 두 가지 말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늘 쓰지 않았으면, 그 사람은 그냥 쓰지 않은 사람일 뿐입니다.
자기 인생에 온갖 일이 다 있었고, 그 모든 일들이 쓸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며 작가로서 올바른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됐든 쓰지 않는 이상 글쓰기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이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무조건 글을 써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제가 살아 보니까, 힘들고 어려운 상황 마주했을 때 글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되고, 또 내가 쓴 글로 다른 사람 인생에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글 한 번 써 보라고 권하는 것이죠.
"내가 안 써서 그렇지, 쓰기만 하면"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은 그저 쓰지 않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문장력이 부족하고 글감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편의 글을 썼다면 차라리 그게 더 신뢰가 가는 존재일 테지요.
오늘 글 한 번 써 보세요. 자꾸 말하지 말고, 글로 표현해 보세요. 말은 바꾸기 쉽습니다. 글은 고치기 힘듭니다. 그래서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훨씬 더 깊이가 생기는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