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 보면 어떤 생각 듭니까

세 번째 인생을 시작합니다

by 글장이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유형은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무시입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죠. 상대는 아플 만한 이유가 있었을 테고, 또 알아서 치료도 받을 겁니다. 그 사람이 아프다고 해서 또 낫는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죠.


둘째, 공감입니다. 아파 본 사람은 아픈 사람의 심정을 잘 압니다. 이런 이유로, '환우들 모임'도 생겨난 거겠지요. 서로 위로하고, 나만 이렇게 아픈 게 아니구나 여기며 힘도 얻습니다. 각자 치료 방법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굳이 모임에 나가지 않더라도, 아픔을 공감하는 사람 만나면 왠지 많이 나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셋째, 측은지심입니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사람을 보면 멋있다 좋겠다 생각이 들고요. 반대로, 어딘가 아파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 보면 안됐다, 불쌍하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들지요.


넷째,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건네기도 하고, 크게 아파 본 경험 없는 경우에도 이런 저런 조사를 한 후에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하다못해 전복죽을 보내기도 하고, 괜찮아질 거라며 용기를 붇돋우는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다섯째, 적극적으로 나서서 치료를 도우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그 방법에 매료된 사람들 특징입니다. 맨발걷기만 하면 낫는다, 훌라후프 돌리면 낫는다, 이 약 한 번 먹어 봐라, 매일 이 운동만 하면 씻은 듯이 나을 거다...... 온 마음을 다해서 자신이 맹신하는 치료법을 알려줍니다.


5월초부터 극심한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불과 하루이틀만에 삶의 질이 이토록 뚝 떨어질 수 있는 거구나 당황스럽고 충격적입니다. 혼돈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고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시술과 수술을 받았고, 또 좋다는 약도 많이 먹었습니다. 별로 진전이 없어서 힘이 빠질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지금껏 건강하게 살면서 아픈 사람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가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지요.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고 해도, 저는 역시 그들을 무시한 적이 가장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은 에너지라고 합니다. 같은 종류의 생각을 끌어당기게 되어 있습니다. 타인을 위하고, 그들에게 공감하고, 어떻게든 돕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들로부터 똑같이 위로와 공감과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아픈 사람들을 무시하며 살았음에도 지난 10년간 글쓰기/책쓰기라는 분야에서 타인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살았고 또 실천했거든요. 덕분에 지금 제가 더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많은 이들로부터 위안과 사랑과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아픈 이유를 나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오직 하나! 이제부터라도 주변에 아픈 사람들 보면 공감하고 위로해주고 도움 주라는 신호입니다. 글 쓰기 힘들어하는 이들의 심정은 잘 이해하면서도, 몸이 아프다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몸 아프다는 사람들 전부 핑계인 줄만 알았습니다. 몸 아픈 것과 글 쓰는 게 뭐 그리 큰 상관 있느냐. 이렇게 생각했지요. 돌이켜보면, 참으로 못나고 못된 사고방식이었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아주 조금만 아파도 변명과 핑계로 삼아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나태한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허나, 제가 이렇게 아파 보니까 몸이 정말로 아픈 이들은 마음까지 골병이 든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까 무기력과 우울에 빠지고야 마는 것이죠.


행복과 불행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제가 책에서 읽은 내용 중 가장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정의는 바로 이겁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면 불행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공감하면 행복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행복과 불행을 나누는 기준 중에 이것이 가장 똑 떨어지는 말 같습니다.


첫 번째 인생은 돈으로 망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더 빨리 벌려고 했으며, 오직 나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살았습니다. 그러다 쫄닥 망했지요. 그 시절 침통한 심정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듭니다. 두 번째 인생은 통증으로 망했습니다. 자세 엉망이었고, 극도의 수면 부족에다, 다른 사람 아픔에 공감할 줄 몰랐습니다.


저는 이제 세 번째 인생을 살아 보려 합니다. 오직 타인을 위하는 마음으로 글 쓰고 강의하면서, 내 소중한 몸의 상태를 체크하고 자세를 바르게 하며,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삶. 어느 날 제가 세상을 떠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두 번의 인생을 통해 잘 배워서 마지막 세 번째 기회는 그래도 잘 살았다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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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과 등과 가슴과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발바닥과 손바닥이 지릿하여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7월 1일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자 싶어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데요. 쓰니까 또 쓸 수가 있네요. 한 편의 글을 썼다는 사실이,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벅차고 행복한 일이란 걸 새삼 느껴 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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