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페이지 독서

책 읽는 인생

by 글장이


병원에서 책을 읽는다. 간호하겠다며 자청했지만, 어머니 곁에서도 제법 시간을 낼 수 있다. 많이 회복했지만 그래도 환자다. 진통제와 항생제는 잠을 부른다. 식사 마치고 보행기 붙잡고 몇 걸음 걷고 나면 기진맥진 잠에 빠진다. 그 틈을 타서 책을 펼친다.


물, 휴지, 휴대전화 등 요청이 있으면 즉각 책을 덮고 건넨다. 베개를 바로 놓기도 하고 다리를 주무르기도 하고 찜질을 해드리기도 한다. 간호사가 혈압을 체크하러 올 때도, 항생제 주사를 놓을 때도, 주의사항을 전할 때에도, 나는 읽던 책을 한 손에 들고 주의를 기울인다.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에는 몰입한다. 최선을 다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싶을 땐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혹자는 틈새 시간 활용이라 부르고, 또 어떤 사람은 철저한 자기관리라고 일컫는다. 지금 5분 동안 무엇을 하는가? 나는 이 질문에만 관심 있다. 틈새 시간도 아니고 자기관리도 아니다. 그냥 읽는 거다.


4월 16일에 입원하셨다. 보름이 지났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한 권을 완독하였고, 데이비드 프롤리의 《베다 입문》제 5장을 읽는 중이다.


어머니 간호를 이유로 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나는 꽤 많은 시간을 '죽였을' 지 모른다. 이렇게라도 책을 읽으면 나중에 어머니 다 나은 후에라도 '어머니 때문에' 책을 읽지 못했다는 생각 전혀 들지 않을 터다. 어머니는 나의 독서와 글쓰기를 전혀 방해하지 않으셨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건이나 환경도 내가 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 하기로 결심한 일을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유일한 벽은 내 마음 뿐이다. 원인도 마음에 있고 동력도 마음에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원인과 동력을 늘 밖에서 찾는다. 안에 있는 걸 밖에서 찾으니 제대로 찾을 리 없고, 엉뚱한 대상에 이유와 핑계를 갖다붙이니 상황 달라질 리 만무하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할 책이 있다. 장편 소설이나 역사 또는 사회과학 분야 등 도서가 그것이다. 이런 책은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때 읽는다. 병상에서 간호를 할 때는 한 페이지만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름하여 원 페이지 독서다.


밥 먹고 소화를 시킬 때도 원 페이지 독서가 적절하다. 어디서든 순서를 기다릴 때에도 원 페이지 독서만한 게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바쁜 아침 시간에,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했을 때, 원 페이지 독서는 최고의 효율을 제공한다.


이렇게까지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가 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럼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짜투리 시간이라 그냥 흘려보내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정도. 자기계발에 전혀 관심없고 독서 따위 아예 생각지도 않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말 섞고 싶지 않다. 변화와 성장은 5분으로 판가름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원 페이지 독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글감이다. 한 페이지만 읽으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다. 그래서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짧은 시간에 밑줄 그은 문장 하나가 나중에 한 편의 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둘째, 뿌듯함이다. 시간을 알뜰히 챙겼다는 생각에 스스로 흡족하다. 자랑스럽다. 자신에 대한 이런 생각이 쌓여 자존감이 된다.


셋째, 독서 습관이 생긴다. 초보 독서가일수록 책 한 번 읽으려면 벼르고 작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꾸준히 읽지 못하는 경우 많다. 잠시 틈을 내어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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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고 다양하다. 사람이 백이면 독서법도 백이다. 어떤 독서법이 옳고 바른가 기준 따위 없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 자신만의 스타일, 자기 고집으로 읽는 것이 최고의 독서법이다.


한 가지 꼬집자면, 글쓰기든 독서든 유난 떨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시험 기간에 공부하겠다며 독서실 가는 학생 치고 공부 제대로 하는 친구 못봤다. 감옥에서 책 읽었다. 똥간에서 독서했다. 엎드려서 읽고 누워서 읽고 옆에서 싸우는데 읽었다. 스마트폰 때문에 책 못읽겠다 하는 것도 전부 핑계이고, 독서 문화 만들겠다며 거실 TV 치우는 것도 내가 보기엔 과하다. 진짜 독서를 하겠다면 천지가 무너져도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책 읽고 다시 살았다. 독서가 왜 좋은지는 읽어 보면 안다. 원 페이지 독서도 엄연히 독서다. 부담 갖지 말고 한 페이지씩이라도 매일 읽다 보면, 조금씩 재미가 붙게 마련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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