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시간을 내야 한다.
소재, 주제 등에 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쓰기 싫어도 써야 한다.
감정의 소용돌이 밖으로 걸어나와야 한다.
쉽게 쓰기 위해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읽지 않는 물결 속에서 꿋꿋하게 버텨야 한다.
수치와 모멸, 실수와 실패를 드러내야 한다.
항상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견뎌야 한다.
끝이 없다.
글 쓰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굳이 이렇게 단점들을 나열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쓰는 행위가 가진 장점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아니, 가짓수가 적다 하더라도 쓰는 삶이 가져다주는 보람과 의미와 가치가 저 모든 단점들을 뒤집어 엎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사업 실패 후 전과자 파산자가 되었을 적에도 글 쓰면서 버티고 견뎠습니다. 지금 이렇게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아내는 것도 모두 글쓰기 덕분입니다. 저는 글쓰기를 사랑합니다. 이것이 저의 소명이자 책임이라 확신합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을 돌아보면, 잘했다 싶은 일도 있고 후회가 되는 일도 많을 테지요. 완벽한 존재는 없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입니다. 살기 힘들지요. 팍팍합니다. 별일이 다 생깁니다. 고스란히 견뎌내야 합니다.
이런 와중에 다른 사람을 돕기까지 한다면, 그 삶이 얼마나 숭고하겠습니까. 사람들은 저에게 "글쓰기에 너무 과분한 가치를 두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의미와 가치는 내가 부여하기 나름이거든요.
그저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그저 그런 인생밖에 이룰 수 없습니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소명이라 생각하고 살면 의미와 가치도 더 커지게 마련이고, 따라서 보람 있고 행복한 인생 누릴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나름의 높은 가치를 글쓰기에 둔 덕분에 지난 10년 동안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재기와 성장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야 하기 때문에, 바쁘고 혼잡한 세상 속에서도 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소재나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탓에 저의 하루 밀도가 월등히 높아졌지요. 쓰기 싫어도 써야 하기 때문에 미루거나 포기하는 습성 뜯어고칠 수 있었습니다.
감정의 소용돌이 밖으로 걸어나와야 했기에 자잘한 감정 낭비 막을 수 있었고요. 쉽게 쓰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한 덕분에 제법 쓸 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피할 수 없었던 덕분에, 타인의 칭찬과 비난에 덤덤해질 수 있었습니다.
읽지 않는 물결 속에서 꿋꿋하게 글을 쓴 덕분에 읽고 쓰는 삶의 가치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수치와 모멸, 실수와 실패를 드러내는 바람에 세상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상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겸손할 수 있었습니다. 끝이 없기 때문에 평생 공부하며 글 쓰는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삶에는 단점과 장점이 존재합니다. 다른 모든 일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선택하는 겁니다. 단점만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장점만 보면 힘이 솟고요. 저는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만 보려 합니다. 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인생이 결정될 테니 말이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신경주사를 놓는 의사도, 일일이 안내하는 간호사도, 제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물리치료사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의사라고 고민이 없겠습니까. 간호사 물리치료사라고 걱정이 없겠습니까. 다들 각자의 문제와 고민과 걱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와중에도 환한 표정으로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여기는 이가 있는가하면, 마지못해 억지로 인상 팍팍 쓰면서 환자를 대하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제 모습을 살핍니다. 나는 과연 축복 받은 사람의 표정으로 글을 쓰고 있는가.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독자를 위하고 있는가.
일뿐만 아닙니다. 사람, 사물, 사건, 상황 등 모든 것이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 있게 마련이고, 최악이다 싶어도 또 나름 좋은 측면 있을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믿지 말고, 혹시 또 다른 면이 있지는 않을까 살피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몸 망가지고 나서 정말이지 죽고 싶은 심정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많은 환자들을 보게 되었지요. 저만 아픈 게 아니었습니다. 저만 고생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 보니까, 그래도 저는 이만하니 다행이란 생각 지울 수 없었지요. 간사한 생각이지만 버티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고요. 나이 70 넘어 망가지면 답도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뼈와 살이 버틸 수 있는 나이에 아파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는 하지만,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사실도 천만다행이고요.
네, 그렇습니다.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을 몰고가면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허나, 이 와중에도 나름 좋은 측면이 있다는 쪽으로 생각의 방향을 트니까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고통마저 품기로 했습니다. 내 몸이고, 내 삶입니다. 내가 거부하면 그걸로 끝이지요. 애쓰며 살았습니다. 그 모든 시간 허무하게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잘 보듬고 치료해서, 예전만큼은 못 된다 하더라도 평생 글 쓰며 살고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 통과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도 주고 싶고, 저를 아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보답도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세상 사람들에게 글 쓰는 삶을 전하고 싶고요.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합니다. 그래서 견딜 수 있습니다.
글 쓰기 힘들다 하시는 분들 [자이언트]로 오세요. 우여곡절 겪으며 인생 버티고 있는 제가 쓰는 삶에 대해 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같이 쓰면, 같이 공부하면, 살아갈 힘을 더 낼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