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해로운 두 가지 이유

세상과 타인,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분노

by 글장이


왜 하필이면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지?

내가 뭘 그리 잘못한 거야!

지난 10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노력의 대가가 이거라면 살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 다 멀쩡하게 잘만 사는데!


지난 두 달간 제 마음 속에 계속 맴돌았던 생각들입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화가 났습니다. 그것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분노였습니다.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절망 속에 빠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10년도 더 지났지요. 다른 인생 살아야겠다 결심하고는 글 쓰고 책 읽고 강의하면서 치열하게 하루하루 보냈습니다.


온몸의 신경이 부어오르고 염증이 생겨 서로 부딪치고 허리디스크까지 터져서 더할 수 없을 만큼의 통증을 매일 매 순간 겪고 있습니다. 좀 지나면 낫겠지. 병원 가서 수술 받으면 낫겠지. 약 먹고 주사 맞으면 낫겠지. 물리치료, 도수치료, 스트레칭, 운동 하면 낫겠지.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것.


10년간 마음공부를 하면서 지켜왔던 초긍정의 태도가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화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세상을 향한 분노, 다른 사람들을 향한 미움, 나 자신을 향한 원망. 이렇게 매일 매 순간 화를 내는 동안 저는 점점 더 암울한 상태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다 무너진 것이지요.


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최악입니다. 첫째, 화에 파묻힌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에 관해 화를 내면, 문제 해결은 뒷전으로 밀리고 화라는 감정에만 사로잡힙니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통제권 밖의 일입니다. 그걸 가지고 죽네 사네 화를 내는 것은 그저 화라는 감정에만 몰입하는 현상을 초래하는 행위입니다.


두 번째는,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세상과 타인을 향해 원망과 분노를 쏟아낼수록 나 자신도 점점 싫어하게 됩니다.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고, 타인을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나 자신도 품어줄 수 있는 법입니다. 다른 사람을 증오하면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이는 없습니다. 저는, 세상과 타인을 원망하는 동시에 저 자신까지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절대로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화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화를 참거나 무조건 터트리는 대신 지혜롭고 현명한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우선, 자신이 지금 화가 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화가 나지 않았다고 우깁니다. 그러는 동안 속에서는 더 화가 끓어오릅니다.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먼저입니다.


다음으로, 화가 난 원인을 정확하게 적어 보아야 합니다. 모든 문제는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데에서부터 해결이 시작됩니다. 무작정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정확히 어떤 문제 어떤 부분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가 종이에 적어 보는 것이 두 번째 단계입니다.


세 번째는, 종이에 적어 놓은 그 문제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닌가 분별하는 겁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은 문제라면 과감하게 내려놓고, 다른 해결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는 것이 바른 태도입니다. 나의 통제권 밖의 일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인생은 없습니다.


네 번째는, 화도 일종의 감정 에너지임을 자각하는 것이죠. 에너지는 뭐가 됐든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분노 에너지를 이용하여 통증을 극복하고 매일 글을 쓰고 있거든요. 화를 억지로 참거나 아무데서나 터트리는 것은 후회만 남깁니다. 그 에너지로 나에게 이로운 어떤 행위를 하면 결국은 이겨낼 수 있습니다.


끝으로, 내 안에는 화도 있지만 그보다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나쁜 속성만 품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감옥에 갇힌 죄수에게도 선한 마음이 존재합니다. 내 안에 담겨 있는 다양한 감정을 골고루 인정하는 것이 평온하게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꽃길만 걸을 순 없습니다. 살다 보니 별 일 다 생기네요. 감옥에 갔다 오질 않나, 파산을 하질 않나, 암에 걸리질 않나, 또 이렇게 몸이 무너지질 않나...... 옆에 신이 있다면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한편으로는, 저한테 이렇게 다양한 파도가 몰아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어차피 다른 사람 도우면서 살기로 작정한 인생입니다. 이런 저런 경험 다양하게 해 보는 것이 남 돕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그러니까 죽을 병 주지 않고 극심한 통증을 저한테 갖다준 것 같습니다. 신은 참 얄밉습니다.


네, 좋습니다. 어디 한 번 마음대로 해 보세요. 당신은 제가 괴로워하며 무릎꿇기를 바랄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저, 이은대입니다. 당신이 무슨 고난과 역경을 제게 던져도 저는 거뜬히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겁니다. 스토리텔링의 극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하세요.


신이시여! 대신 한 가지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혹시 제가 이번 일을 잘 극복하고 나서 또 건방을 떨거나 삶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 때는 지금보다 더 큰 고통과 시련을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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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저처럼 몸과 마음이 무너진 사람 있다면, 저와 함께 힘을 내 봅시다. 저도 꿋꿋하게 딛고 일어설 테니까 여러분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혹시 지금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계신 분 있다면......


지구를 들어올리겠다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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