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쪽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정문 앞에는
근린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부터 조그만 물놀이장 있었는데요.
이번에 시에서 큰돈 들여
공원 물놀이장을 확장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개장했네요.
집에서 사무실까지 도보로 5분 걸립니다.
물놀이장을 지나야 하지요.
어제와 오늘,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부모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섰습니다.
시원한 물줄기가 계속 쏟아지고
해골바가지에서 폭포수가 넘쳐흐르니
아이들 그저 신이 나서 소리를 지릅니다.
더운 날씨에 아이들 지켜보느라
힘들 법도 한데
부모들 표정에는 웃음과 행복만 만연합니다.
인근에는 마트와 편의점, 카페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요.
이전보다 매상이 몇 배는 오를 것 같습니다.
동네 주민은 물론이고,
저 멀리에서도 찾는다 하니
앞으로 여름 명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유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에버랜드나 김해 워터파크 못지않은
가깝고 즐거운 물놀이장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 물놀이 좋아했고,
아들도 물이라 하면 환장할 정도였지요.
이제는 저도 나이 먹었고
아들도 대학교 2학년이나 되어서
집 바로 앞에 근사한 물놀이장 생겼는데도
별 반응 없이 시큰둥합니다.
어릴 적 순수하고 예쁜 마음이
어른이 되어갈수록 삭막해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건강까지 나빠져 온몸에 통증 심하다 보니
혹시 아이들이랑 부딪히기라도 할까
멀찌감치서 구경만 합니다.
놀 수 있을 때 놀아라.
세상 근심 없이 뛰어라.
그 마음 오래도록 간직해라.
무더위에다 통증까지 힘들었는데
모처럼 웃어 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파트 정문 입구에서
차량 통제하는 경비 아저씨 보입니다.
물놀이장 개장해서 다들 신이 났는데
경비 아저씨들은
졸지에 고생거리만 하나 더 늘었습니다.
주차 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다들 근처 아파트에다
무단으로 주차를 하는 모양입니다.
아파트 주민들 생각해서
일일이 차량을 통제하다 보니
무더운 날씨에 종일 땡볕에 서서
고생을 하게 된 것이지요.
세상 한 쪽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또 다른 쪽에서는 한숨소리가 쉴 새 없습니다.
축 처진 아저씨의 어깨가
삶의 무게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