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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밋밋하고 재미 없을까 봐 걱정이라면

최악은 아닙니다

by 글장이



제 글이 너무 밋밋한 것 같아 걱정이에요.

열심히 쓰던 중에 멈춰 읽어 보면, 제 글은 하나도 재미 없는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글을 쓰고 싶은데, 도무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 글은 항상 횡설수설입니다. 처음에 쓰려고 했던 내용을 일관성 있게 쓰기가 힘들어요.


위와 같은 고민을 많이 듣습니다. 충분히 공감합니다. 저도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비슷한 걱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었지만, 제가 쓴 글을 읽어 보면 참말로 세상에서 제일 형편없는 글처럼 느껴졌습니다. 죽을 맛이었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면 나아질 거라고, 모든 작법서에 적혀 있었는데요. 저는 나름 아무리 읽고 생각하고 써도 글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글쓰기 재능을 타고난 사람만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닌가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앉아 있었습니다. 네, 말 그대로 모든 걸 다 잃었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글 쓰고 책 읽는 것뿐이었습니다. 잘 쓰지 못한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글을 써야만 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래! 까짓 것 세상에서 제일 글을 못 쓰는 작가가 되어 보자! 글 못 쓰는 사람은 글 쓰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으니, 세상에서 글을 제일 못 쓰는 작가라는 타이틀이라도 얻으면 그것도 괜찮은 유명세 아니겠는가!


이전까지 저에게 글쓰기는 고행이나 다름 없었거든요. 힘들고, 어렵고, 괴롭고, 짜증 나고, 갑갑하고, 막막하고, 숙제처럼 여겨지는 그런 일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글을 제일 못 쓰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부터 글 쓰는 게 어찌나 재미 있고 신나는지 종일 펜과 종이를 붙들고 살았습니다.


세상에서 글을 제일 못 쓰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글을 썼는데, 의도와는 달리 점점 글을 제법 쓰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실력이 느니까 쓰는 게 더 좋아졌지요. 그렇게 저는 매일 글을 썼고, 지금까지 여덟 권의 개인저서를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글이 너무 밋밋하다고 느껴지나요? 그럼, 세상에서 제일 밋밋한 글을 한 번 써 보세요. 재미가 없다고요? 그럼, 제일 재미 없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보세요. 독자들에게 사랑 받고 싶은데 잘 안 된다고요? 그럼, 독자들로부터 미움 받겠다 작정하고 한 번 써 보세요. 횡설수설이라고요? 자신의 콘셉트를 아예 횡설수설로 정하고 마음껏 한 번 써 보세요.


이렇게 하면 한 가지 진실을 알게 될 겁니다. 자신의 글이 최고로 밋밋하지는 않다는 사실. 나름 재미도 있다는 사실. 내 글을 좋아해주는 독자도 있다는 사실. 횡설수설 속에서도 나름의 주제가 보인다는 사실. 아마도 그렇게, 서서히 자신과 자신의 글을 인정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입니다. 너도 나도 1등을 하고 성공을 하고 돈 많이 벌려고 덤벼드는 세상이지요. 지치고 힘듭니다. 뜻대로 되질 않으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테고요. 그럴 때마다 심호흡 한 번 하고 나서 마음을 좀 편하게 가져 보세요. 그냥 꼴찌하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이렇게 작정을 한 번 하고 나면 속이 훨씬 편안해집니다.


노력을 하지 말란 소리가 아닙니다. 모든 걸 포기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지금껏 하던 대로 매일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마음 속 목표만 바꿔 보라는 뜻입니다.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 대신에, 꼴찌로서 이름을 날려 보겠다는 각오로 일하는 겁니다.


1등 하는 것 못지않게 꼴찌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놈도 많지만, 나보다 부족한 사람도 적지 않거든요. 그래서 깨닫게 되는 것이죠. 잘난 놈과 비교하면 스스로 못났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아래를 바라보고 살면 나와 내 인생도 제법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잘 되지 않을 때는 최악이 되어 보겠다는 배짱과 패기를 가져 볼만합니다. 우리는 실제로 최악이 아니거든요. 잘해야 한다는 강박만 쥐고 있으면 자꾸만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지만, 대놓고 못해도 된다 생각하면 자신이 제법 잘한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프레임이 중요합니다. 세상과 인생은 고정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틀을 씌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과 인생이 됩니다. 감옥에 가기 전에는, 전과자라고 하면 그냥 인생 끝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아프기 전에는, 몸 아픈 사람들 싹 다 핑계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직접 다 겪어 보니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삶의 무게가 만만치않습니다. 인생에 정답도 없고요. 결국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선장이 될지 승객이 될지 결정 되는 것이지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면, 내가 글쓰기의 주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주인이 자꾸 한숨 쉬고 푸념 뱉으면 글쓰기도 엉망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지금 딱 내 수준에서, 지금 딱 내 실력에서, 아주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쓰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책쓰기 수업 명함 신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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