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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ul 12. 2024

글쓰기는 공연이 아니다

과정을 보여주는 일


글이란, 자신이 살아온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도구입니다. 이 정의에서 키워드는 '돕는'이지, '자신이 살아온'이 아닙니다. 글 쓰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과거에 이룬 업적이나 성과를 자랑삼아 늘어놓는 경우가 많은데요.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만족감은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독자들은 아무 관심 없다는 사실 알아야 합니다. 


흔히 '자랑질'이라 하지요.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을 시작하는 사람을 '꼰대'라 부릅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별 관심 없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득이 되는 내용에만 관심 있습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 절대 놓지 말아야 합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지금 자랑질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작가 입장에서도 자신의 의도에 조금만 관심 가지면 인지할 수 있는 문제이고요. 


저도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비슷한 현상 겪었습니다. 내용이 크게 둘로 나뉘었지요. 첫째, 내가 정말로 많은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 둘째, 그럼에도 잘 견디고 이겨내 작가가 되었다는 자랑질. 글을 쓸 때는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러나, 다 쓰고 난 후에 읽어 보면 독자를 위한 글이 아니라 그저 나 자신의 회고 또는 자랑질로만 보였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있지요. 중간 과정을 대충 쓰거나 생략하고 결과나 성과 위주로만 쓰는 탓입니다. 과거에는 고생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달라졌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그 중간에 결정적 계기, 시행착오, 고난의 과정, 포기하려 했던 순간들 등 모든 과정이 상세하게 전해져야 합니다. 


독자는 결과도 궁금해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변화한 것인가 과정과 계기를 훨씬 더 알고 싶어 합니다. 또 한 가지! 과정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빠지면, 그 글은 신뢰성을 잃게 됩니다. 


옛날에는 우울하고 어둡게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밝고 긍정적으로 살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누가 못하겠습니까. 세 살 먹은 아이도 그냥 대충 쓸 수 있는 내용입니다. 예전에는 소극적이었는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살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실제로 지금 적극적으로 살고 있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내용입니다. 


진실을 밝히려면, 어떤 계기로 어떤 노력을 해서 밝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는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적극적인 사람으로 바뀔 수 있었는가. 그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하고 설명하고 보여주고 안내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일기를 쓴 덕분이라면 책에다 자신의 일기장 몇 페이지를 사진 찍어 싣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독서노트를 작성한 덕분이라면 자신이 쓰는 독서노트 양식이라도 공유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증명하고 보여주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작가의 배려가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방법입니다. 


글쓰기는 "짠!"하는 마술 공연이 아닙니다. 결과만 보여주면서 독자들 마음을 궁금하게 하고, 자기 자랑만 하면서 박수만 받는 그런 쇼가 아니지요.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또 다른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부부싸움을 했다. 이렇게 쓸 게 아니라, 어떻게 싸움이 시작 되었고, 또 어떻게 진행 되었으며, 그래서 감정은 어떻게 변화했고, 결국에는 어떻게 끝났는가, 그래서 무엇을 느끼고 깨달았는가. 모든 과정과 내용을 상세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내용이나 대화가 있으면 강조하고 돋보이도록 해서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기면 되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많이 싸웠는데, 요즘은 싸우지 않는다. 사이 좋게 지내는 게 최고다. 이런 식으로만 쓰는 글은 독자를 우롱하는 수수께끼 글밖에 되지 않습니다. 


글쓰기는 공연이 아닙니다. 독자를 위하는 일입니다. 돕는 일이지요. 뭐라도 한 가지 도움을 주기 위해 궁리하고 공부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글쓰기입니다. 그래서 보람도 있고 가치도 있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고심하고 있나요? 무슨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만 집요하게 생각하세요. 그러면 답이 나올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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