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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01. 2024

딱 한 가지 조언만 한다면

시간, 그리고 정성


초보 작가인 나 자신에게, 그리고 실패를 거듭하던 젊은 날의 나 자신에게 딱 한 가지 조언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서두르지 마라! 절대 서두르지 마라!"


바야흐로 조급함의 세상이다. 누구의 책임이라 할 것도 없다. 일주일만에 책을 쓰고, 한 달만에 부자가 되고, 불과 서너 개의 포스팅으로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세상. 그런 광고를 한치의 의심도 없이 클릭하고 돈을 지불하는 세상.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닌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믿는 세상.


나는 사업 실패로 인생을 통째로 날려 먹은 사람이다. 그 시절의 나는 조급했다. 쉽게, 빨리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방법이 있는 줄 알았다. 방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파이프라인. 별다른 노력 없이도 부자가 될 수 있는 비법. 나는 손을 내밀었고 추락했다. 


그래, 맞다. 실패가 아니라 추락이었다. 아프고 힘들었다. 솜털같은 아들을 두고. 부모님과 아내를 두고. 숨을 끊으려고 스무 번 가까이 자살 시도를 했었다. 조급한 마음으로 성공을 좇았고, 조급한 마음으로 삶을 끝내려 했다. 어리석고 바보 같은 인생이었다. 


죗값을 치르고 정신 차려 세상에 돌아와 보니, 주변에 온통 나 같은 사람들뿐이었다. 그들을 붙잡고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더니 마치 나를 자신의 성공을 방해하려는 인간쯤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당황스러웠다.


준비를 해야 했다. 내가 하는 말이 무게를 가지려면 어느 정도는 성공을 이뤄야만 했다. 10년을 달렸다. 책을 출간하고 강의를 했다. 이제 내가 하는 말에 밑줄을 긋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장 중요한 말을 해도 될 만한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서두르지 마라! 절대로 서두르지 마라!


헬스클럽에 이틀 다니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러나, 헬스클럽에 100일 다니면 인생이 바뀐다. 이틀 동안 기타를 배우면 손가락만 아프다. 하지만, 100일 동안 기타를 배우면 웬만한 곡은 연주할 수 있게 된다. 이틀 동안 수영을 배우면 여전히 물이 두렵기만 할 것이다. 100일 동안 수영을 배우면 물과 하나가 된다. 


이틀만에 원하는 걸 손에 쥐려는 사람이 많다.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빨리 돈 벌고, 빨리 성공하고,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문제는, 세상과 인생에는 그런 방법이 없다는 거다. 존재하지 않는 걸 좇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자신에게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매일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자신이 바라는 모든 걸 손에 쥘 수가 있다. 10년 전 내가 작가와 강연가가 될 거란 말에 동의한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가족마저도 내가 헛된 꿈을 꾼다고 말했었다. 나는 그들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나 자신에게 시간을 허락했다. 그리고 나는 결국 내가 바라는 모든 걸 이뤄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노력하면 되겠구나 생각한 사람조차도 매일 실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자신에게 시간을 허락하고 노력할 때에도 당장 내일 모든 걸 이뤄낼 듯이 덤벼야 한다는 사실이다. 


1년 뒤에 이루어진다고 하면 당장 마음이 느긋해진다. 10년 뒤에 인생 바뀐다 하면 당장 요령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런 태도로는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다. 당장 내일 모든 걸 이루겠다는 심정으로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 그런 오늘이 차곡차곡 쌓이도록 시간을 허락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매일 일기를 썼다. 3년쯤 지나니까 어딜 가서 무슨 강의를 해도 엄청난 무기가 되었다. 매일 블로그 포스팅을 했다. 6,900건의 글이 쌓였다. 책 쓰는 게 두렵지 않다. 매일 강의자료를 새로 만들었다. 한 달에 25회 강의를 한다. 새벽 2시에 누가 깨워도 당장 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치열한 오늘을 살면서 시간을 허락하는 태도. 이것이 내 인생을 극적으로 바꾼 핵심 요소다. 글쓰기/책쓰기 수업에 등록하려는 이들이 가장 많이 물어 보는 질문이 있다. "책 한 권 내려면 얼마나 걸려요?" 자기 하기 나름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질문은 하는 것은 이미 마음이 급하다는 뜻이다. 누구를 위해 어떤 내용을 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책만 빨리 내고 싶은 조급한 마음 가득하니 안타깝고 답답할 따름이다. 


조급한 마음 가진 이들에게 무조건 여유를 가지라고 한다 해서 갑자기 느긋해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 여유를 가질 만한 특별한 방법이나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급하게 서두르다가 인생을 망친 나 같은 사람을 본보기로 삼아 일상 생활에서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심호흡에 관심을 가지면 도움 된다. 사람 생명에 숨이 가장 중요한데도,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자기 호흡에 거의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간다. 굳이 명상이나 요가를 하지 않더라도 매 순간 자신의 숨소리에 관심 가지면 얼마나 급하게 숨을 쉬고 있는가 깨달을 수 있다. 


다음으로, 무슨 일이든 2년이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왜 하필이면 2년인가. 개인적인 생각인데, 1년이나 그보다 짧은 주기로 여기면 조급한 마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적어도 2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을 기본으로 삼으면 조급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한 가지, 키보드 말고 손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해 보는 것도 여유를 갖는 데 도움 된다. 요즘은 무슨 일이든 빨리 척척 해내는 걸 실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느린 삶이야말로 제대로 된 인생임을 느껴 볼 필요가 있다. 손으로 일기를 쓰고, 손으로 편지를 쓰고, 손으로 자기 어록을 정리하면 그 순간 하루가 멈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세 가지 방법을 소개했는데, 방법보다 중요한 건 태도이다. 여유를 갖겠다, 느리게 살겠다 작정을 하고 하루를 대하면 확실히 마음 느긋해진다. 급하게 서둘러서 제대로 되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사회적으로 보면, 지금껏 큰 사건과 사고는 모조리 조급한 태도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붕괴되고 배가 침몰하는 모든 사건과 불의의 사고가 결국은 조급한 일처리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다하면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릴지 몰라도 쉽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다. 시합도 아니고 경주도 아니다. 속도만이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님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나는 과거 급하게 살다가 인생을 통째로 잃었다. 이후 10년간 느리게 살면서 다시 삶을 일궈냈다. 주변에서 답답하단 소리 수도 없이 들었지만, 지금은 느리게 사는 것이 최고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서두르지 마라! 절대 서두르지 마라! 조급한 마음은 어떤 순간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 심호흡 크게 하고, 한 걸음 물러나 문제를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시간, 그리고 정성만이 지금 시대를 살아낼 핵심 키워드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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