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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ug 01. 2024

당신이 정말 되고 싶은 건 작가였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


20년 넘게 직장생활 하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만날 때마다 신세 한탄과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밑에 후배들 치고 올라오고, 위에 상사들 눈치 보기 힘들고, 월급은 여전히 쥐꼬리만하고, 승진에는 또 떨어지고, 이 나이에 고개 숙인 채 상무 잔소리나 들어야 하고......"


그에게 글을 쓰라고 권했습니다. 원래 글솜씨도 좀 있는 친구이고, 한 때는 작가의 꿈을 가지기도 했었거든요. "말이 쉽지. 글 쓰려면 시간도 내야 하고 따로 공부도 좀 해야 하는데, 마음 내기가 쉽지 않다."


글을 쓴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친구의 직장생활이 확 달라지는 것도 아닐 테지요.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될 테고요. 주변 환경이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그 친구 자신은 분명 변화할 수 있습니다. 


아들은 대학교 2학년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손주에게 말합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데 취직해야지." 네, 맞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게 최고라고 믿었지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막상 사회 생활 시작해 보니, 부모님 말씀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시대가 달라졌지요. 굳이 직장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도 먹고 살 만한 길이 얼마든지 열려 있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꼭 필요한 역량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용기'입니다. 정해진 날짜에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의 달콤함을 뿌리칠 용기.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나아갈 용기. 주변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자기 중심을 꺾지 않을 용기. 


읽다 보니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요? 네, 그렇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저는 사업 실패하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져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갖게 된 것이지요. 한편으로는 큰 실패가 참으로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제가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저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을 할 용기를 갖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생각을 조금 바꿔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모조리 접고 새로운 일에 몰빵을 해야 했지요. 그러나 요즘은 다릅니다. N잡러라는 말도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하면서도 새로운 도전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입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하면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꿈이 있거든요. 직장 다니는 사람도 마음 속에 다른 꿈이 있고, 아이 키우는 엄마도 마음 속에 다른 삶이 있습니다. 현실을 핑계로 하고 싶은 일 꿈꾸는 인생 꾹꾹 눌러 참고 살아가는 이들 많은데요. 저는 감히 그 꿈을 한 번 펼쳐 보라고 권하는 것이지요. 


다른 꿈도 얼마든지 좋습니다. 그러나, 제가 하는 일이 글쓰기/책쓰기 코칭이니까요. 저는 이 글에서 작가의 꿈을 말할 수밖에 없겠지요. 제가 글을 쓰고 작가가 되고 강의를 해 보니까요. 이 인생이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큰돈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 글재주가 뛰어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준비를 오래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옛날에는 문장력이 탁월하고 등단을 해야만 작가가 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적어 사람들에게 전하기만 해도 책을 낼 수 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인생이라 여기며 살았는데, 제 삶을 있는 그대로 적어 책으로 냈더니 독자가 생기더군요. 그 독자들 덕분에 계속 책을 쓸 수 있었고, 또 강의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삶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제 삶을 글로 썼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음 속에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면, 이제 더 이상 그 꿈을 누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지요.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사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습니다. 


네, 현실이 마땅치않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작가가 된 사람들의 인생을 보면요. 그들도 마냥 편안하고 여건이 되어 작가가 된 것든 아니란 사실 알 수 있거든요. 다들 직장생활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하루 벌어 먹고 살기 빠듯한 현실에서도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책을 출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사실이 팍팍한 현실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넉 달 전부터 갑작스럽게 온몸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 보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통증도 다스리고 잘 견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쓰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그러나, 조금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도구인 것은 분명합니다. 나도 아프고 힘들어 죽겠는데, 그럼에도 제 이야기를 가지고 더 아프고 힘든 사람들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동하는 것이지요. 


신이 제 곁에서 저를 지켜본다면 피식 웃을 것 같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한 번 보자 싶어 제게 시련을 주셨을 텐데, 제가 그 시련으로 다른 사람 돕고 있으니 기특하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신은 이 고통 다음에 분명 제게 축복을 선물할 게 틀림없습니다. 


방금 쓴 이런 내용은 글쓰기 아니면 생각하기 힘든 내용입니다. 사람들은 머리와 마음으로 자유롭게 생각한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글로 쓰지 않으면 창살에 갇힌 듯 옹졸한 생각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모든 사람들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고개를 들어 멋진 하늘을 보게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냥 머리와 가슴으로만 생각하면 '와! 멋지다!' 정도겠지요. 하지만 글을 쓰면 다릅니다. 


              출근길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에 깃털 모양 구름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피곤한 몸 이끌고 겨우 회사에 가고 있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가 무척이나 자유로운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하늘을 올려다본 지가 꽤나 오랜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파랗게, 그리고 하얗게. 하늘처럼, 구름처럼. 오늘, 어쩌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어떻습니까? 그냥 머리와 가슴으로만 느끼는 것과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지요. 이것은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쓰다 보면 글이 글을 만듭니다. 문장이 문장을 잇습니다.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문장들이 나와 내 삶을 품격 있게 바꿔주는 것이지요. 살 맛이 난다는 얘깁니다. 


고요한 곳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어쩌면 당신이 정말 되고 싶은 건 작가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글을 쓰시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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