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모든 순간들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사랑했습니다. 열병과도 같은 짝사랑이었죠. 영어 수업 시간만 되면 심장이 벌렁거렸습니다. 교과서 한 권을 통째로 외웠습니다. 당시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는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선생님의 눈에 띄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후 평생 동안 사용한 영어는 그때 익힌 게 전부입니다.
지난 9년 동안 다양한 글을 썼는데요.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에 대한 기억도 자주 떠올렸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선생님 얼굴을 그리고, 선생님이 하신 말씀들을 상기하고, 수업 시간에 화를 내거나 웃었던 그 표정들을 하나하나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립다, 보고 싶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서 안타까웠고, 나의 소년 시절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선생님을 꼭 한 번 다시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에 관한 글을 여러 편 쓰는 동안 제가 바랐던 모든 순간들이 다 이루어진 것 같아 아쉬움이 줄어들었지요.
어설프게 시작한 사업이 쫄딱 망해버린 탓에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도저히 제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시련과 고통이었습니다. 꼭 한 번은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지요.
실패에 관한 글도 많이 썼습니다. 글을 통해 반성도 하고 성찰도 했고, 상상속에서 저는 수많은 다른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덕분에 지금의 삶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철없이 돈 욕심만 부렸던 시절이 제 인생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뿐입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인데도 생각할 때마다 두려웠습니다. 자다가 식은땀 흘리며 깬 적도 많습니다. 그러나, 글을 계속 쓰면서 그 시절로 몇 번이나 돌아갔다 온 덕분에 이제는 마음이 많이 단단해졌습니다. 그저 인생 많은 부분 중 하나의 조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다시 내 인생 일으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10년을 하루 같이 살았습니다. 그 탓에 몸이 다 망가지고 말았지요. 저는 또 한 번 후회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넉 달 간, 나이 오십 넘은 남자가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기도 했고, 이렇게 아픈 상태로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나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있었던 일들을 글로 적어 보았습니다. 참 열심히 살았다 싶다가도 저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나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나를 챙기지 못한 시간들이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열심히 살아온 세월 뿌듯하기도 해서 아직 어떤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과거 10년을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그 세월이 익숙해져서 덜 아프고 덜 힘들고 덜 후회가 됩니다. 이제는 눈물도 쏙 들어갔고요. 지금을 마주하는 힘도 강해졌습니다. 아프면 아픈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내 인생 정면으로 받아들일 용기가 생겼지요.
글을 쓴다는 건 내가 살아온 시간들로 잠시 여행을 다녀오는 것과 같습니다. 머리와 가슴으로만 생각하면 아련하고 아픈데, 글로 적고 나면 마음이 씻겨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영원히 보지 못한다 생각하면 그 사람 참 그립지만, 어떻게든 직접 한 번 만나 보고 나면 간절했던 마음이 조금은 삭혀지는 경우 많지요. 글도 똑같습니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후회도 하고 아쉬움도 많이 갖지만, 글을 통해 여행 한 번 다녀오고 나면 가벼운 마음으로 지금에 집중할 수가 있는 것이죠.
글을 잘 쓰려고만 하고,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칭찬과 인정만 받으려 하면 글쓰기 여행의 참맛을 느끼기 힘듭니다. 글을 쓸 때는 글 쓰는 행위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나 자신과 단 둘이서 나만의 인생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으로 여행 자체에만 몰입해야 하는 것이죠.
지나간 시간들로의 여행이 지금을 살아갈 힘을 갖게 해줍니다. 이런 저런 핑계로 쓰지 않는다면 살아갈 힘을 읽게 됩니다. 오늘, 자신의 지난 삶 모든 순간들이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해 보세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