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심은 그게 아닌데

마음과 말과 행동이 같았으면

by 글장이


새벽 4시. 어머니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데굴데굴 구릅니다. 무엇을 잘못 드신 걸까. 아니면 더 심각한 어떤 상황이 생긴 걸까.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여든 넘은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연히 촉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도대체 밤에 뭘 드신 거에요!"

괜찮으시냐고 물었어야 했습니다. 얼른 모시고 응급실로 가든가, 집안에 있는 구급약이라도 챙겨드리는 게 순서였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는데, 제 마음과는 달리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고야 말았지요.


다행히 배탈을 진정시키는 약을 드시고는 조금 괜찮아졌다 하십니다. 아마도 에어컨 바람을 쐬는 바람에 냉방병 비슷한 증상을 보인 것 같습니다. 저도 방으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하는데, 왜 속마음과 전혀 다른 말이 툭 튀어나왔을까 싶어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일입니다.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한 쪽 다리에 반깁스를 하고 있는 겁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공 차다가 발목을 삐었고, 정형외과에 갔더니 인대가 조금 늘어났다 해서 조치를 취한 거라고 아내가 설명해주었습니다.


"야 이 미친놈아! 조심했어야지!"

아프지는 않냐, 더 크게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약 먹고 치료 받으면서 당분간 안정을 취해라...... 제 마음 속에는 염려와 아들에 대한 사랑뿐이었는데, 입에서는 전혀 다른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평소 저의 말하는 습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들도 그냥 씨익 웃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무슨 이상한 마법에 걸린 것도 아닌데, 자꾸만 내 뜻과는 거리가 먼 말을 툭툭 내뱉게 되는 것 같아 기분 좋지 않았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다들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을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적 많을 테지요. 이유가 뭘까요? 왜 진심은 따로 있는데 그것과는 다른 말을 하게 되는 걸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주로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혹은 가까운 이들에게 속마음과 다른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 진심을 보여주면 되는데, 그게 낯부끄럽고 어색하고 민망한 모양입니다.


사람이 원래 그런 거지 뭐. 예전에는 그냥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고 난 후부터는 나의 진심과 겉으로 보이는 태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마음과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비로소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살게 됩니다.


머리, 그리고 가슴으로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만 해서는 습관 고치기가 힘듭니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 내 모습을 직시할 필요가 있죠. 쉽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잘못된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습성 있습니다. 피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지요.


하지만, 글을 쓰면 다릅니다. 내 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이 나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오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잘못되었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그렇다'는 팩트 자체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말도 맞는 말이지만,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는 말도 올바른 표현이거든요.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쓰면서 자신의 태도와 삶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이 글쓰기 또 하나의 힘이지요.


글을 쓰면 좋은 점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툭 내뱉은 말 때문에 상처 입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받은 상처는 크게 생각하고 남이 받은 상처는 상대적으로 별 것 아니라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했지요.


글 쓰면서 알았습니다. 내 마음 아프면 다른 사람 마음도 아픕니다. 내가 싫으면 다른 사람도 싫고, 내가 힘들면 다른 사람도 힘듭니다. 내가 당하면 억울해하면서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지 못한 채 살았었지요.


글을 쓴다고 해서 당장 성인군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쓰지 않을 때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씩 타인에 대해 생각하며 살게 됩니다. 말을 할 때도 배려하게 되고, 무엇이 바른 삶인지 짚어 보게 되지요. 아주 조금씩이라도 내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뿌듯하고 보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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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말이 다르면 오해가 생깁니다. 진심과 글이 다르면 가짜 글이 되고요. 글쓰기가 아닌 다른 방법을 택해도 좋습니다. 이왕이면 나의 마음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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