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지 말고 그냥
책을 출간한 이들에게 삶이 어떻게 바뀌었나 물어 보면 크게 세 가지 종류의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첫째, 출간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만났다는 답변이고요. 둘째,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앞으로 변화 가능성이 보인다는 대답도 들을 수 있습니다. 셋째, 뭐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답변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책을 출간해서 인생 망했다거나 큰 손해를 보았다거나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 없습니다. 큰 성공을 거둘 확률은 낮겠지만, 큰 실패를 겪을 가능성은 아예 없다는 뜻입니다. 책을 출간하는 것은 현재의 삶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초보 작가들이 책 집필을 망설이고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리스크가 없는데도 오랜 시간 뜸을 들이고 고뇌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책을 쓰고 싶다, 작가가 되고 싶다 하면서도 말이죠.
잘 써야 한다는 강박입니다. 인정과 칭찬을 받고자 하는 욕구 때문입니다. 출간을 통해 성공하고 말겠다는 욕망 때문이지요.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쓰고 출간하여 작가로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성공하든가 아니면 적어도 욕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을 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쓰기를 망설일 아무런 이유가 없거든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책을 출간한다고 해서 크게 손해를 보거나 인생 무너지는 일은 없습니다. 실패 위험이 없는 일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주저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오랜 시간 망설이고 주저하는 초보 작가가 만약 이 글을 읽는다면, 지금 당장 노트북을 펼치고 키보드를 마구 두들기길 바랍니다. 처음부터 류시화가 되려고 하지 마세요. 첫 책부터 이기주가 되길 바라지 마세요. 이제부터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는 신호탄 정도로 여기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쓸 수가 있을 겁니다.
전교 1등 하겠다는 마음으로 12년 동안 학교 다녔습니까? 반드시 사장이 되고야 말겠다는 작정으로 취업을 준비했나요? 그런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강박이나 부담 없이 그냥 공부하고 그냥 취업을 준비했을 겁니다.
다른 일은 전부 그냥 하면서, 꼭 책쓰기 얘기만 하면 베스트셀러를 운운합니다. 다른 일은 다 그냥 하면서, 꼭 독서 얘기만 나오면 속독을 언급하지요. 왜 그러는 걸까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내 이야기 편안하게 쓰고, 책도 한 줄 한 줄 느긋하게 읽으면 됩니다.
강박, 압박, 부담, 스트레스....... 이런 것들은 모두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감정입니다. 일을 잘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시작조차 못하게 막는 심리작용이지요. 돈 투자해서 몽땅 잃을 위험이 있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시험에 떨어져 다시 몇 년 공부를 더 해야 한다거나. 뭐 이런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책 쓰는 일은 그런 종류의 위험이 하나도 없는 도전입니다.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음껏 쓰면 될 일이지요.
물론, 어느 정도의 문법이나 문맥 혹은 주제나 구성 따위 기본은 공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연구를 필요로 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읽고 쓰기를 반복하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은 쓸 수가 있습니다.
요즘은 SNS가 워낙 발달되 시대여서 개인 채널 하나 만들어놓고 거기에다 매일 조금씩 메시지를 적기만 해도 얼마든지 글쓰기 연습 할 수 있고, 또 연습한 내용 모아 다듬어서 책으로 낼 수도 있습니다.
"책은 그렇게 출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깊이 있게 공부하고 많은 노력 기울여서 제대로 내야 한다!"
이렇게 반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책을 내면 됩니다. 깊이도 있고 무게도 있고 부담도 느껴가면서 그렇게 쓰세요. 저는 가볍고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쓰렵니다.
시작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결과에 대한 부담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 눈치를 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완벽주의일 수도 있고, 신중한 성향 탓일 수도 있습니다.
살아온 인생 한 번 돌아보세요. 뭘 그리 완벽하게 해냈나요. 무엇을 얼마나 끝내주게 성공해 왔나요. 그래서 얼마나 대단한 인생을 만들었습니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망설이고 주저하면서 살아왔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시작하고 끝낸 것이 없습니다.
큰 실패를 겪은 후부터 가볍게 살기로 했습니다. 그냥 씁니다. 그냥 읽습니다. 고민하는 시간에 행동합니다. 행동하면서 연구합니다. 일단 시작하고, 계속하고, 끝장을 봅니다. 덕분에 책도 여덟 권이나 냈고, 출간 작가도 607명이나 배출했지요. 완벽에 대한 강박보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증거입니다.
무슨 일이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시작을 가로막습니다. 인생에서 "잘"이라는 한 글자를 빼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