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산다, 한 편을 쓴다
내 글이 형편없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이렇게 써가지고 무슨 책이 될까. 가끔은 작가가 될 자격조차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실존적 비애까지 느꼈습니다. 어떻게든 책 한 권을 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다른 삶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랬던 제가 어떻게 10년 넘도록 매일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멋진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해 분량을 채운다는 생각으로 바꾼 덕분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감옥에서 나와 세상 속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희망이라곤 한 줌도 없어서 매일 절망 속에 살았거든요.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멀리 보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당시의 저는 한치 앞을 보기조차 힘들었습니다.
막노동을 하면서 결심했습니다. 너무 멀리까지 보지 말자. 그냥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그런 오늘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버텨 보자. 무엇이 옳은가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거든요. 그래서 '내일'이라는 말을 지웠습니다. 오늘이 제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불행하다는 생각이 줄어들고, 이렇게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 시작했지요. 하루를 잘 살아내면 그 날 잠들기 전 기분이 좋았습니다. 머릿속에 미래에 대한 걱정이 떠오를 때면 얼른 생각을 지우고 다시 오늘에만 집중했습니다.
그 시절 생각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내일도 오늘처럼 사는 게 꿈이다"라고 답변합니다. 하루에 집중하는 삶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제게 주었습니다. 걱정과 근심이 줄어들고, 머리 복잡한 일도 사라졌고, 웃음도 더 많아졌습니다.
글쓰기도 똑같습니다. 책 한 권을 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골치가 아픕니다. 그 많은 양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지요. 누구나 한 번에 단어 하나씩만 쓸 수 있습니다. 여러 편의 글을 동시에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오늘 쓰는 한 편의 글에만 집중하는 거지요.
대단한 인생을 기대하면 실망과 좌절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저 오늘을 잘 살아내겠다 생각하고 살면 기쁘고 행복하고 만족스럽지요. 세상에는 내일의 큰 꿈을 그리면서도 오늘을 대충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에 비하면 오늘에 집중하는 삶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끝내주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겁니다. 실제로 그런 책을 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담과 강박이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저 오늘 한 편의 글을 참하게 써 보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만족하면 욕심을 줄일 수 있습니다.
대단한 인생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대단한 글 아니어도 좋습니다. 나는 오늘 최선을 다해 살아낼 테고, 나는 오늘 정성을 다해 한 편의 글을 쓸 겁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꿈과 목표를 가지고 멋진 인생 향해 나아가는 태도 훌륭하고 아름답습니다. 다만, 꿈과 현실의 간극이 너무 커서 현실의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지금의 나는 보잘 것 없고 꿈을 이룬 나만 대단하게 여겨서는 바람직한 삶이라 보기 힘들지요. 지금의 나도 괜찮지만,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해야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쓰는 글을 형편없다고 여기면 매일 꾸준하게 쓰기가 힘듭니다. 자꾸만 좌절하게 되고 절망하게 될 테니까요. 부족하지만 지금 쓰는 글도 충분히 괜찮다, 앞으로 더 나은 글을 쓸 것이다. 이렇게 발전적으로 생각해야 글 쓰는 시간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업 실패하고 파산하고 감옥에 갔을 때, 저는 저 자신을 벌레보다 못한 존재로 여겼거든요. 책 읽고 글 쓰면서 알았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기는 생각 습관은 죄악이란 사실을요.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실패할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패했다'는 사실이 '나는 실패자'라는 말과는 전혀 다른 의미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오늘 글을 못 썼을 뿐인데, '나는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고 규정짓는 현상을 '개인화'라고 합니다. 단지 글을 못 쓸 뿐인데 다른 것도 다 못하는 사람인양 취급하는 현상을 '일반화'라고 하고요. 지금 실력이 부족할 뿐인데 앞으로도 영원히 글을 못 쓰는 사람인 것처럼 여기는 현상을 '영구화'라고 합니다.
개인화, 일반화, 영구화. 바로 이 세 가지가 인생의 향상을 가로막는 벽입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함부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내고, 한 편의 글에 정성을 다하는 태도. 대단한 인생이 아니어도, 대단한 글이 아니어도, 그저 묵묵히 나아가는 태도야말로 삶을 근사하게 만드는 기본이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