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너 나 할 것 없이 책을 쓴다고 하니 나도 책 한 써 봐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책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쓰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본질과 가치를 깨닫는다면 모를까, 단순히 남들 다 쓰니까 나도 쓴다는 생각으로 작가가 되려 하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작부터 모든 의미와 가치를 아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다만,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했으면 그 일의 진정한 본질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감옥에 있을 때 아무런 희망이 없다며 좌절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책을 출간하면 다시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일종의 망상을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글을 썼던 겁니다. 시작은 참으로 보잘 것 없었죠. 하지만,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어렴풋하게나마 글쓰기의 힘이 어떤 것인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똑같이 작가의 꿈을 꾸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 많은 이들이 펜을 놓고 떠나는 동안에도 저는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먼저 떠난 이들은 글쓰기를 마치 무슨 유행처럼 또는 이벤트처럼 생각했던 것이지요.
글쓰기는 삶입니다. 어쩌다 반짝 쓰고 마는 그런 일이 아닙니다. 사는 것이 유행이 아닌 것처럼, 글쓰기도 계속 되어야 할 숙명과도 같은 겁니다. 자기 삶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얼마나 성스럽고 고결한 일입니까!
따로 시간을 내어야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글부터 쓰고 남는 시간을 살아야 합니다. 생각 나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감정이 북받칠 때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자기 감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마치 글쓰기를 광고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데요.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신을 믿는 사람은 전도를 하지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종일 사랑하는 사람만 생각합니다. 운동에 미친 사람은 어딜 가나 운동 얘기만 하고, 술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를 만나도 술 먹자는 얘기만 합니다.
저는 글쓰기를 전도하고, 글쓰기와 사랑에 빠졌으며, 글쓰기에 미쳐 있는 사람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도 글 쓰고 책 출간하라고 권합니다. 그렇게 살아온 9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쓰기는 운전하다 지나치는 들꽃처럼 한 번 보고 끝내는 게 아닙니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 물을 마시고 이불을 개듯,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행위입니다. 그렇게 매일 반복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늘 쓰는 글에 목숨 걸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 잘 써도 내일 또 써야 하고, 오늘 못 써도 내일 또 써야 합니다. 덤덤한 마음으로 그저 매일 글을 쓰는 것이지요.
글쓰기는 여러 다른 세계가 교차하는 일입니다. 내가 평소 품고 있던 생각이 전혀 다른 내용의 글로 표현 되기도 하고,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가 백지 위에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보잘 것 없다고 여겼던 내 삶이 단 한 번도 빛나지 않았던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적은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으면서 각자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도 갖게 됩니다. 나의 경험과 느낌을 적었을 뿐인데, 다른 이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람과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다는 말 자주 듣는데요.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다 어렵고 힘듭니다. 걷는 것도 힘들었고 먹는 것도 힘들었고 똥 싸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어렵고 힘든 과정 거치며 지금에 이른 것이지요. 글쓰기도 똑같습니다. 매일 반복해서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이야기를 제법 펼칠 수 있는 때가 옵니다. 시간과 노력. 두 가지를 전제하면 못 할 일이 없습니다.
글쓰기는 유행도 아니고 이벤트도 아닙니다. 반짝 한 쪽 다리만 걸쳐서 대단한 성과를 내려고 하는 뻔뻔한 욕심만 버리면, 글쓰기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새길 수 있습니다. 돈, 성공, 치유...... 그런 것들은 그저 따라오는 꼬리표에 불과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