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하고 안내하고 친절하라

구체적으로 쓰기

by 글장이



설명만 줄줄 늘어놓으면 재미도 없고 감흥도 없습니다. 끝까지 읽기도 힘듭니다. 글을 쓸 때는 여행 가이드가 되어야 합니다. 소개하고, 안내하고, 친절하라! 제가 글을 쓸 대마다 지침으로 삼고 있는 3행(行)입니다.


친구와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글을 이와 같이 쓰면 설명형 문장에 불과합니다. 독자는 이 글을 통해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귀에 들리는 것도 없습니다. 무미건조한 글이지요.


- 초등학교 동창인 준수를 2년만에 만났다. 키 작은 까까머리였던 준수는 어느 새 머리가 희끗한 중년이 되었다. 2년 전에 만났을 때보다 이마에 주름이 는 것 같았다. 회색 셔츠가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했다. "날도 더운데 냉면이나 한 그릇 먹자." 준수는 자기가 잘 아는 냉면집이 있다며 나를 안내했다.


일단 누구와 점심을 먹었는지, 그리고 점심 메뉴로 무엇을 먹었는지는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아래쪽에다 식당과 냉면맛을 추가로 상세히 묘사해주고, 점심 먹으면서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는지도 보여주고 들려주면 더 좋겠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아는 내용을 글로 씁니다. 네, 맞습니다. 자신이 아주 잘 아는 내용을 씁니다. 때문에, 독자들도 어느 정도는 알 거라는 엄청난 착각을 합니다. '지식의 저주'라고 하지요. 작가가 절대로 피해야 할 오류입니다.


독자는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라고 예상해야 합니다. 하나하나 상세하게, 친절하게 다 알려주어야 합니다. 글쓰기 제 1원칙이 "쉽게 써야 한다!"인 이유입니다.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무슨 소린지 모른다면 그 글은 존재 이유를 상실합니다. 훌륭한 글은 기본적으로 독자가 읽기 쉬워야 합니다.


초보 작가일수록 이 원칙을 더 귀하게 지켜야 합니다. 우리들의 독자는 일반 대중일 가능성이 큽니다. 더 쉽고, 더 간결하고, 더 명확하게 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쉽게 쓰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제대로 알고 공부하고 연습하고 훈련하면서 써야 하는 이유지요.


쉽게 쓸 수 있는 한 가지 팁이 있습니다. 육하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죠.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라는 질문에 빠짐없이 답하고 있는가 체크해야 합니다.


초고를 쓸 때는 분량 채우기에만 급급했다 하더라도, 퇴고할 때는 반드시 육하원칙을 점검하고 빠진 부분 있으면 채워 넣어야 합니다.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궁금한 게 없어야 합니다. 글 읽는 내내 독자 머릿속에 물음표가 달린다면 그 글은 부족하다 봐야겠지요.


육하원칙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글쓰기의 기본은 "경험+메시지"입니다. 기본 바탕 자체가 작가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이기 때문에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 알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다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날 날씨가 어땠지? 친구가 몇 명이었더라? 누나가 정확히 뭐라고 했었지? 사람 기억은 완전할 수 없습니다. 잊어버리는 게 당연하지요.


이럴 땐 솔직하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이라고 표현해주면 됩니다. 다른 정확한 내용은 최대한 자세히 보여주되, 혹여 불확실한 내용 있으면 솔직하게털어놓으면서 계속 쓰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진실하고 정성껏 쓰느냐 하는 것이지요. 글을 쓴 경험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엉덩이가 들썩이는 현상이 생기는데요. 빨리 쓰고 자리를 뜨려고 하는 겁니다. 마음 여유 갖고 엉덩이를 눌러야 합니다. 끝까지, 5분만 더, 마지막까지 온 정성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야 독자 가슴에 닿을 수 있습니다.


너무 멋졌다, 짜증 난다, 예쁘다, 슬펐다, 좋았다, 화가 났다, 기분이 좋았다...... 이런 식의 '감정 단어'는 독자들에게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습니다. 그냥 퉁치는 표현이죠. 작가 입장에서 쓰기는 쉬워도 독자 입장에서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독자를 위함입니다. 독자는 작가가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그대로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똑같이 보고 듣고 경험하면, 아마도 작가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겠지요. 독자가 책을 읽는 이유는 '직접 해석하고 느끼기 위함'입니다.


결국 이 모든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지요. 스마트폰과 SNS의 영향으로 "헐!" 한 글자로 분위기를 파악하고 소통이 가능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언어가 축약되고 단순해지면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거나 숲을 보는 힘이 줄어들어 공감력, 사고력, 통찰력 등이 모두 힘을 잃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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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표현하는 다양한 언어 기술을 익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고 또 그것을 이해하는 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글을 써야 합니다. 이왕이면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들을 구체적으로 쓰는 연습을 해 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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