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다는 말은 관심을 갖는다는 뜻

어떻게 살 것인가

by 글장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아직은 늦여름이라고 해야겠지만, 밤마다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로 봐서 아마도 가을이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다는 증거는 또 있습니다. 이른 아침 밖에 나가 보면, 이제 반바지를 벗을 때가 되었구나 싶을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제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늘색도 더 짙어진 듯합니다. 더 높아진 것 같기고 하고요. 밤에는 가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공기중에서 옅은 흙냄새가 나고, 더 이상 팔뚝이 끈적거리지 않습니다.


새벽마다 산에 오르시는 아버지는 이제 긴 팔 셔츠를 꺼내 입으셨고, 어머니는 더 이상 에어컨을 틀지 않습니다. 한동안 아침으로 냉국을 먹었는데, 엊그제부터 아내는 뜨끈한 된장찌개와 국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계절마다 피는 꽃의 이름과 모양새, 집앞에만 나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의 모습, 아파트 관리실 경비 아저씨들의 일하는 모습, 집에서 사무실까지 불과 5분 거리 풍경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


돈과 성공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는 지금 제가 하는 말이 쓸데없는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산다는 것이 나와 내 주변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난 넉 달 동안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아직도 회복중입니다만, 그래도 숨은 쉬어집니다. 눈앞이 캄캄하고, 이제 내 인생 끝이구나 싶을 정도로 아득했거든요. 그러다가 다시 몸이 좀 괜찮아지니까, 일상이 참으로 예쁘고 귀하게 보입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기적이라고, 누군가 말했었지요. 먹고 살기 바빠 질주만 할 때는 그런 말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10년 전, 사업 실패하고 인생 무너졌을 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글 쓰고 강의하면서 삶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았습니다. 혹시라도 잊을까 싶어 매일 아침 일기를 쓰면서 그 시절의 고통과 아픔을 재생합니다. 그런 다음 식탁에 앉아 가족과 아침을 먹으면, 무슨 이런 행복이 다 있나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아버지는 말이 느려졌고, 어머니는 정확한 단어를 기억해내느라 말을 멈추는 때가 많아졌습니다. 아내는 시어머니 흉 보는 시간보다 시어머니 걱정하는 시간이 늘었고, 아들은 밖에서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잦습니다.


"삶의 질은

기쁨을 맛보는 능력과 비례하고,

기쁨을 맛보는 능력은

관심을 갖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 <아티스트 웨이>


매일 마주하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에서 인생의 메시지를 찾는 것이 잘 사는 방법입니다. 매일 만나는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사랑과 감사를 찾는 것이 잘 사는 방법입니다. 온갖 일이 다 있었지만, 내 인생 모든 순간들이 의미와 가치 있었음을 깨닫는 것이 잘 사는 방법입니다.


돈을 많이 번다거나 돈을 자동으로 버는 것만이 행복한 성공의 전부가 아님을,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순간에 관심을 가질 때, 삶의 밀도는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그러한 풍요를 누리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부자라 할 수 있겠지요.


가을이라서 가을인 줄 아는 게 아니라, 내 눈과 귀와 피부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그 시간이 얼마나 길고 풍성한지 관심 가지고 지켜보려 합니다.


관심을 가지려면 멈춰야 합니다. 멈추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립니다. 더 많이 보고 들으면서 낯선 일상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익숙지 않은 시공간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게 마련입니다.


관심을 가지려면 일상을 작고 깊게 마주해야 합니다. 인생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오늘 하루 다르게 사는 것은 가능합니다. 책을 쓰는 일은 어렵지만 오늘 글 한 편 쓰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지요. 그렇게 조금씩 가능성을 열어가는 태도가 삶의 질을 바꿉니다.


관심을 가지려면 집착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돈에 미치면 돈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에게 집착하면 상처와 아픔밖에 느낄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돈 말고도, 내가 집착하는 그것 말고도 더 많은 사랑스러운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시련과 고난을 만날 때면 마치 세상에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느끼기 일쑤인데요. 인생 절반쯤 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문제라고 여기는 모든 역경은 다만 우리가 문제라고 느끼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지요.


훌쩍 벗어나 자유를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삶을 뿌리째 뽑아내는 문제는 없습니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사고는 그 자체로써 힘을 갖는 게 아니라 내가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강도가 정해지는 것이죠.


누구는 죽을 뻔했다고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은 오늘은 날씨가 좀 덥다고 말합니다. 내가 촐싹거리면 일상 모든 것들이 '문제'가 됩니다. 내가 진득하고 차분하면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살면 사람이 단단해집니다.


다들 치열하게 앞만 보며 살아가는 시대에 멈추고 돌아보며 관심 가지고 살자는 말이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한 때 삶의 모든 의미와 목적이 오직 돈과 성공에 있다는 생각으로 질주했던 적 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세상 밖으로 버려졌을 때, 내가 왜 멈추지 않았던가 가슴을 후벼파며 후회했었지요.


불이 나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현장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인간들이 존재하고, 의자를 한껏 뒤로 젖혀 뒷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의자 만든 회사 운운하는 인간들이 당당한 세상입니다. 이 모든 괴현상이 생겨나는 이유는 멈추지 않은 탓이고 서로에게 관심 갖지 않은 탓입니다.


나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보는 세상에 희망을 전할 수는 있겠지요.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하고, 그런 태도로 글을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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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보면서도 살아 있는 것이 축복임을 느낄 수 있도록, 내 주변 모든 것들에 관심 가지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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