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으로 가득 찬 인생
처음 책을 내려 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내는 저를 말렸습니다. 그냥 반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절규하며 다리를 붙잡았지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세상 어떤 가족이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암 환자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어하겠습니까.
게다가, 당시 제게는 어린 아들도 있었습니다.
"불행은 너 하나만으로 족하다. 귀한 우리 손자한테 세상 사람들 손가락질을 받게 할 수는 없다!"
영화 대사처럼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용납할 수 없다며 어머니는 오열하기까지 했습니다.
상처와 아픔이 있는 사람이 책을 내면 사랑하는 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인가. 저는 갈등과 혼란으로 오랜 시간 괴로워했습니다. 무슨 대단한 영광을 누리기 위해 책을 내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겪는 과정에서 제 안에 맺힌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야만 남은 인생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편안하게 쓰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를 접하게 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습니다. "제가 쓴 글을 가족 중 누군가가 읽으면 아마 우리집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 겁니다. 그럼에도 쓰는 게 맞나요? 아니면, 그냥 포기하는 게 맞을까요?"
남편, 아내, 시어머니, 자녀들, 그리고 친구나 직장 상사나 동료들까지. 개인의 삶은 다양한 인간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행복하고 즐겁고 원만한 관계로만 살아온 사람은 없겠지요. 다툼, 갈등, 시기, 질투, 원망, 회한,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쌓으며 맺어온 관계가 훨씬 많을 겁니다.
책을 출간하는 것이 마치 내 속에 엉켜 있던 그들에 대한 분노와 감정을 세상 사람들에게 일러바치는 듯한 모양새로 비치는 것이지요. 작가는 있었던 일을 사실 그대로 썼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상대는 왜 그런 짓을 했냐며 달라들 수도 있을 겁니다. 책을 내고 싶다가도 이런 생각만 하면 차라리 그냥 꿈을 덮고 지내는 게 속 편하겠다 싶기도 하지요.
막상 책을 내 보니 우려했던 것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도 아니고, 또 자신의 꿈을 향해 좋은 마음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늘 최악의 상황을 그려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조언이 현실적으로 마땅하게 들리지는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새로운 인생 출발을 위해 지난 삶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서 저와 비슷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책을 쓴 것인데, 가족이 반대하고 그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참 서글퍼지더라고요. 나는 왜 전과자 파산자가 되었을까. 상처가 다시 번져 이전보다 더 아픈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 문제입니다. 제 3자인 제가 그런 문제로 고민하는 초보 작가들에게 써라 말아라 함부로 단언할 얘기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도움이 될까 해서 몇 가지 제 경험을 정리해 봅니다.
첫째,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제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는 초보 작가입니다. 책만 내면 모든 사람이 내 책을 샅샅이 읽을 거란 기대는 접어도 됩니다. 그러니, 지금 우려하는 그 사태가 벌어질 확률도 절반으로 줄이는 게 마땅하겠지요.
둘째, 저는 기어이 책을 냈습니다. 책 출간을 통해 가족이 받게 되는 상처보다 제가 성장하고 변화하여 가족에게 돌려주는 영광이 더 클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초보 작가들 있다면, 출간만으로 끝내지 말고 더 악바리처럼 잘 살아 보겠다는 포부도 함께 가지면 좋겠습니다.
셋째, 절실함과 필요성에 대해 다시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책이나 한 번 내 볼까 하는 마음이라면 생각 바꾸는 게 낫습니다. 대신, 출간을 통해 작가로서의 삶을 꿈꾸고 더 나은 비전을 품고 있다면 상처와 아픔을 딛고 일어선다는 생각으로 출간 쪽에 무게를 실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에는 항상 위험이란 게 도사리고 있습니다. 출간뿐만 아니라, 무슨 일을 하더라도 미래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예측 지울 수가 없는 것이죠. 늘 좋은 일만 일어난다면 인생 참 쉽겠지만, 사건과 상황은 언제나 예상 범위를 벗어나 있습니다.
그런 우리 인생에서, 단연코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지레 겁을 먹고 아무것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태도입니다.
인생은 안전빵으로 사는 게 아닙니다. 위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성취와 성장과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죠. 예상하는 위험이 무엇이든, 우리에게는 그 위험을 극복할 만한 힘도 함께 잠재되어 있음을 있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두려움을 치유하는 방법은 행동입니다. 책을 집필하기에 앞서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무엇인지 한 번 적어 보세요. 쓰기 시작하면, 계속 쓸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