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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체로 쓰는 것이 좋을까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는 글

by 글장이


경어체와 평어체. 단호하고 강한 말투와 따뜻하고 인정미 넘치는 말투. 초보 작가 중에는 이런 정도를 문체라고 오해하는 사람 많습니다. 문체는 지문과 같습니다. 작가 고유의 개성이 드러나는 '모든 것'입니다.


"어떤 문체로 쓰는 것이 좋을까요?"

이 질문은 위험하고 건방집니다. 자신이 어떤 문체로든 글을 쓸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요. 세상 위대한 거장도 그렇게 쓸 수는 없습니다. 마치 내가 어떤 삶이든 살아낼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문체는 '나'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글을 읽으면 작가의 모습이 보여야 하고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야 합니다. 어떤 작가가 고유의 문체로 글을 썼다면, 그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룬 성과가 아닐 겁니다. 지난한 노력과 연습과 훈련 끝에 자신을 드러내게 된 것이죠.


초보 작가는 자기만의 문체를 완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글을 통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첫째, 솔직하게 써야 합니다. 당연한 말 같지요? 많은 초보 작가가 "쓸쓸한 비가 내리고 있다"고 씁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세상에 '쓸쓸한 비'는 없습니다. 팩트가 아니라 자기 감정에 함몰된 표현입니다. "비가 내린다. 혼자서 커피를 마신다. 어제, 둘이 함께 마신 커피와는 맛이 다르다." 사실 그대로 쓰는 글을 '솔직한 글'이라고 정의합니다.


둘째, 포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대하게 표현하거나 축소해서는 안 됩니다. "너무 예쁘다" 혹은 "죽고 싶었다" 등의 표현이 그 예입니다. 너무 예쁜 건 대체 얼마나 예쁜 걸까요. 죽고 싶었는데 어떻게 다시 살 수 있었을까요. 말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글을 쓸 때도 툭툭 나오는 대로 쓰는 사람 많습니다. 표현 하나에도 자신의 감정을 샅샅이 살피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신을 드러내는 문체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셋째, 있는 그대로의 자기 존재가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누구나 실제 자기 모습보다 과장하고 덧붙이려는 습성 있습니다.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죠. 이런 마음으로 꾸미고 더하고 수식하면 초등학생이 화장을 떡칠한 것 같은 느낌만 줍니다.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자신을 가장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자기 문체를 갖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과 훈련을 반복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작가들 모두 쓰고 지우고를 무수히 반복한 결과 멋진 글을 완성했습니다. 자고 일어나 명성 얻은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돈 되는 글쓰기? 팔리는 책쓰기? 이런 광고가 유행하다 보니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아 다른 사람 돕겠다는 마음으로 글 쓰는 사람이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해 보면 압니다. 돈 되는 글만 쓰다 보면 점점 더 자극적인 문장만 쓰게 되고, 결국 한계에 부딪혀 무너지고 만다는 사실을요. 팔리는 책만 쓰려고 애쓰다 보면 작가가 아니라 차라리 노점상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글 쓰는 일은 어렵고 힘듭니다. 하지만 보람도 있고 가치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결국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고, 자신이 소중하다는 생각 못지않게 타인이 소중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소중한 모두에게 도움 되는 글을 쓰다 보면 인생도 점점 좋아질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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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쓰랬다고 남 비방하고 세상 비난하고 증오와 분노만 터트리는 사람도 있는데요. 그러면서 진심을 썼다 주장합니다.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게 진심인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어떤 존재이고 자기 안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아직 모를 뿐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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