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써야 는다
윌리엄 진서는 그의 저서 <글쓰기 생각쓰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강제로 일정한 양을 정기적으로 쓰는 것이다." 문장 하나에 글쓰기 기본이 다 들어 있다.
우선, '강제로'라는 말에 무게를 두고 싶다.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쓰고 싶은 날에만 써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어떤 일에 도전한다는 말은 그 일을 하기 싫은 날에도 기꺼이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시간을 정해놓고, 시간이 되면 그냥 글을 써야 한다.
다음으로, '일정한 양'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또한 마찬가지다. 쓰고 싶은 만큼만 쓴다면 실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 꼭지 적정분량을 기어이 채워야 한다. 필력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 쓸 이야기가 없다는 말을 쓸 줄 모른다는 말과 같다. 또는, 정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도 된다. 할 말이 얼마나 많은가. 안 쓸 거라면 모르겠지만, 쓸 거면 원고지 12장은 채워야 한다.
끝으로, '정기적으로'라는 말에도 눈길이 간다. 열정은 뜨거움이 아니다. 열정은 끝까지 해내는 힘이다. 매일 꾸준히 써야만 실력도 늘고 습관도 만들고 성과도 낼 수 있다. 주 2회, 월 10회 등 글 쓰는 날을 '정기적으로' 정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제 시작하는 초보 작가라면 매일 쓰는 것이 가장 좋겠다.
지난 9년 동안 수강생들에게 '닥치고 쓰기'를 강조했다. 쓰지 못할 핑계와 변명이 많고, 쓰기 전에 생각이 많고, 준비와 구상에도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글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쓰는 행위'임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쓰는 행위'만으로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첫째, 배우고 익히고 공부해야 한다. 둘째, 메시지 장착과 군더더기 삭제를 반복 훈련해야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물 속에 들어가 수영 연습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물에 뜨는 법도 잘 알 테고, 물 속에서 숨을 참는 법도 이미 충분히 알았을 거다. 팔과 다리를 어찌 휘둘러 앞으로 나아가는 법도 익혔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 물 속에서 수영 연습을 한다고 해서 그의 실력이 탄탄하게 갖춰지기는 힘들다. 전문가로부터 수영을 배워야 한다. 매일 물 속에서 헤엄치는 연습을 한 덕분에, 전문가가 요령과 기술을 가르쳐주면 금방 습득할 수 있다.
그냥 혼자서 연습하는 것과 배우고 익히며 훈련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결과를 낳는다. 배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동작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정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존심 내세우는 사람은 못 배운다. 자기 고집만 부린다. 실력 절대 늘지 않는다.
모든 글에는 독자를 위한 메시지가 장착되어야 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은은하게 녹이든, 강렬하고 딱 부러지게 정리하든, 방법은 작가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메시지는 독자를 위한 배려다. 읽어야 할 이유다. 메시지는 독자 입장에서 "내가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군더더기를 삭제하는 것도 작가의 주요 임무다. 독자가 내 글을 읽을 때, 불필요한 단어나 구절을 읽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 순 없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써야 한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부사, 형용사, 접속사, 중복어, 중복구절 등을 삭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배우고 익혀야 한다. 메시지 장착과 군더더기 삭제를 부단히 연습해야 한다. "강제로 일정한 양을 정기적으로" 쓰면서도 공부와 훈련을 병행해야 하니, 글쓰기가 결코 쉽고 만만한 일이 아닌 거다.
그렇다면 포기할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할 것 같으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게다가, 글쓰기는 그 어렵고 힘든 과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행복한 순간을 안겨다준다.
사람이 무슨 말을 했을 때, 상대가 그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아듣지도 못하면 답답하다. 지금 나는 이런 상황이고, 또 이런 기분인데, 상대가 내 상황과 기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상상해 보라. 답답한 지경을 넘어 속이 상하고, 마치 나 혼자만 세상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는 느낌마저 받을지 모른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소통의 도구다. 나의 경험, 나의 감정, 나의 느낌, 나의 생각, 나의 철학, 나의 가치관, 나의 세계관, 나의 인생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기능을 가진 도구이다. 내가 쓴 글을 읽은 사람들이 나의 상황과 감정을 잘 이해하고, 때로는 내 글에 공감하고, 또 때로는 자신들의 상황도 이야기하고, 위로와 용기를 주고 받으며 서로 기댈 수 있다면 더 없는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나는 내 삶이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사업 실패하고 전과자 파산자가 되었으니 세상 둘도 없는 루저가 되었다고 여겼다. 그랬던 내가,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 희열과 벅참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더 잘 쓰고 싶었다. 매일 공부했다.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 옮겨 적고, 그 아래 내 생각을 적고, 내가 쓴 문장과 책 속 문장을 비교하며 주어와 서술어와 목적어 등을 견주어 수정하고 보완했다. 지난하고 머리 아팠다. 2년쯤 반복하고 나니 아주 조금 글이 좋아졌다.
그때 깨달았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쓰는 것이구나. 공부를 병행하고, 메시지 장착과 군더더기 삭제를 연습하고 훈련하면 확실히 달라지는구나. 그렇게 매일 글을 쓴 지 10년이 넘었고, 내가 공부한 방식을 수강생들에게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소원이 한 가지 있다. 내 머리가 지금보다 열 배는 좋아졌으면 좋겠다. 글 쓰는 방법에 관해 공부할 것이 차고 넘치는데 머리가 따라가질 못한다. 남은 날 동안 우리 수강생들에게 글쓰기에 관해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 싶은데, 기억력과 이해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니 안타깝고 아쉽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