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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이별도, 참 쉽다

그냥 이렇게 살아간다

by 글장이


좋을 땐 좋다고 난리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너밖에 없다는 말들을 줄줄이 잘도 쏟아낸다. 사랑하는 이유,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사뭇 진지하게 요약정리한다. 나에게 무슨 그런 '갑작스러운' 매력이 생겼는가 궁금할 지경이다.


그러다가, 별 것도 아닌 일로 마음 돌아선다. 그래, 맞다. 별 것도 아닌 일이다. 상대는 또 그걸 별 거라고 주장할 테지.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늘 별 것 아니다. 별 것 아닌 일로 돌아선다. 어제까지 사랑 다 어데로 가고, 남은 건 무심과 연락두절.


사랑도, 이별도, 참 쉽다. 사랑한다 네 글자 말하는 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고, 연락 딱 끊어버리는 행위가 하나도 무안하지 않다. 좋아서 좋아한 것이고 싫으니 싫어하는 거다. 인간관계? 사랑? 이별? 골치 아플 것 하나도 없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내 멋대로 하면 된다.


관계를 딱 끊은 사람 입에서는 늘 타당한 이야기가 나온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그 사람이 '나쁜' 놈이었다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는 확신을 어찌 그리 명확하게 갖고 있는가 신기할 따름이다. 다른 일에는 그토록 의심도 많고 자신을 믿지도 못하면서, 사람 미워하는 일에는 어찌 그리 자신 있는가.


살다 보면 사랑할 때도 있고 이별할 때도 있다. 사랑하면 마냥 좋고 이별하면 슬프다. 사랑하면 좋고 이별하면 슬퍼야 마땅하다. 사랑할 땐 좋았는데, 이별할 땐 더 좋으면 곤란하다. 이건 사랑도 사람도 무시하는 처사다. 과거 사랑했던 마음까지도 처량하게 만드는 행위다.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사랑도 믿지 않는다. 사람한테 뒤통수 맞은 적 많다. 사랑에 치인 적도 적지 않다. 그래도 세상에는 사람다운 사람, 사랑다운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으려고 애 많이 썼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배신당하고 조롱당했다. 사람을 믿지 않는다. 사랑도 믿지 않는다.


사람 믿지 않으니 서글펐다. 사랑 믿지 않으니 외로웠다. 서글프고 외로운 것이 뒤통수 맞고 치이는 것보다는 나았다. 누가 나를 좋아하거나 따르면 겁부터 난다. 이 사람 또 내 뒤통수를 치겠구나. 이 사람한테 또 치이겠구나. 그래서 거리를 둔다.


가끔 푹 빠질 때도 있었다.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 사람을 사랑했었다. 철없던 시절 풋사랑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고, 누군가가 나를 소중히 여겨준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그 사랑들, 모조리 부서졌다.


어쩌면 내게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만나는 사람마다 금이 가고 상처와 아픔으로 끝나기만 할 수 있겠는가. 나뿐만 아닌데. 사람은 누구나 장, 단점 있게 마련인데. 어쨌든 나는, 사람과 사랑을 가까이 할 팔자는 못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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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사람은 떠난다. 매달리고 붙잡고 별 짓을 다 해도 미련없이 간다. 집착할 필요도 없고 슬퍼할 이유도 없다. 사랑했으니 됐다. 이별도 했으니 되었다. 나는 좀 더 강해졌을 테지.


사람 없이 살 수 있을까.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지만 답 없다. 나이 오십 넘었다. 이젠 혼자 가도 된다. 숱한 세월, 곁을 스친 이들을 그려 보았다. 다행히도, 여지껏 앙금 남은 사람은 없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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