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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는 싫은데요, 장미만 가질래요

자존심 때문에

by 글장이


자신이 그런 줄 모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달콤한 꿀을 거저 빨아들일 방법은 없다. 오랜 시간의 비행과 꽃을 찾는 정성과 호르몬의 분비와 옮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온갖 일 다 생길 수 있다. 극복해야 한다.


책을 쓰는 과정은 어렵고 복잡하다. 주제와 제목과 목차를 짜는 기획 단계를 거쳐야 하고, 핵심 독자와 메시지를 선정해야 하며, 초고 작성부터 퇴고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적어도 독자 앞에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내기 위해서는, 문법은 기본이고 문맥과 구성 등 필수 항목들도 갖춰야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초보 작가가 경험 많은 사람으로부터 배울 때는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기 주장 내세우고 고집 부릴 거면 무엇하러 배우는가. 출간이라는 기쁨, 작가가 된다는 성취감은 느끼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초고를 가감없이 수정하고 보완하는 배움의 과정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막노동 현장에서 일을 배운 적 있다.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연장들 이름조차 몰랐고, 무엇을 어디에 쓰는 도구인지도 몰랐으며, 현장에서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야 했다.


일꾼들은 초짜인 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현장에는 항상 나를 향한 고성과 욕설이 넘쳐났다. 처음에는 자존심 상했다. 그냥 조용히 불러다가 살살 말해도 다 알아들을 텐데, 굳이 저렇게 소리를 지르고 혼을 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가.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그것이 일을 배우고 손에 익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란 사실을. 나도 후배 받은 적 있다. 당한 적 있어서 그 친구 위한답시고 고분고분 토닥토닥 가르쳐 보았다. 석 달이 지나도록 변하는 게 없었다. 어른이 되어 모르는 걸 새로 배울 때는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천둥과 번개가 꿰뚫는 자극과 동기 부여와 깨우침이 필요한 것이다.


글쓰기는 실력이라기보다는 습관에 가깝다. 하나 배워 하나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열 번 배우고, 백 번 연습해서, 한 번 적용하는, 그래야 내 것이 되는 독특한 장르다. 배우는 사람들은 따뜻하고 곱상한 가르침을 원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10년을 배워도 도루묵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슨 저승사자처럼 초보 작가를 잡아먹겠다는 것도 아니다. 말투가 다소 거칠고 팩트를 폭격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내가 수강생들을 굳이 못살게 괴롭힐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들이 출간을 하고, 그들이 독자들로부터 사랑 받아서 멋진 작가가 되면 당연히 나도 기쁘고 뿌듯한 일이다.


아쉬운 것은, 가끔 '뽀실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싫은 소리는 한 마디도 듣기 싫어하고, 지적 당하는 것도 견디질 못하고, 다른 수강생들 앞에서 자신의 글을 수정하는 꼴도 못 보고. 나는 그런 현상 생기는 이유가 상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지적과 날선 코칭도 상처로 받아들인다. 진심을 보고, 진정을 다해 배우고, 자신의 실력을 늘이는 것보다는, 자존심에 스크래치 나는 걸 더 중요한 문제로 삼는 것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내 수강생들이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나는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 온 모든 이들이 제대로 실력을 갖추고,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글을 쓰길 바란다.


나한테 글쓰기 배운 사람이 어디 가서 주눅 드는 꼴 난 절대 못 본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책쓰기 수업 명함 신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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